나카무라 후미노리 작가
자살을 예고하고 갑자기 사라진 여자, 다치바나 료코. 행방 불명된 연인을 찾기 위해 나라자키는 그녀가 잠시 몸담았던 종교 단체를 찾아가게 된다. 자신을 아마추어 사상가라고 소개하는 마쓰오 쇼타로가 이끌고 있는 단체 사람들로부터 그녀가 1995년 도쿄 지하철에 치명적 맹독가스 사린을 무작위로 살포한 옴진리교처럼 극단적 종교 단체인 ‘교단 X’의 신자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쇼타로의 저택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교단 X’로부터 은밀한 부름을 받는다.
『교단 X』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처럼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와 같은 궁극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파헤치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작가의 말처럼 『교단 X』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비현실적인 사건들뿐만 아니라 최신 과학, 생물학, 우주론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그 방대한 지식들로 구축된 견고한 세계관을 『교단 X』에 투영시키고 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中村文則)는 1977년 아이치 현 출생. 후쿠시마 대학 행정사회학부를 졸업했다. 2002년 『총(銃)』으로 신초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했다. 그 후 2004년 『차광』으로 노마 문예 신인상, 2005년 『흙 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 상, 2010년 『쓰리』로 오에 겐자부로 상을 수상하며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쓰리』의 영어판은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의 ‘2012년 베스트 소설 10’에, 『악과 가면의 룰』 영어판은 ‘2013년 베스트 미스터리 소설 10’에 선정되었다. 한국에서 출간된 작품으로는 『흙 속의 아이』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쓰리』 『악과 가면의 룰』 『왕국』 『미궁』이 있다.
배상민 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배상민입니다. 몇 년 전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초정으로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함께 술자리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여럿이 모인 술자리였고, 제가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해 가벼운 대화 이상은 나누지 못했습니다. 이후 저는 이번 출간된 『교단 X』를 포함하여 『쓰리』 『악과 가면의 룰』 등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책은 무엇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읽고 나서는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의미가 뒤따랐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작가님과 만났을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작가님과 질문과 답변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을 무척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럼, 질문 드리겠습니다.
어떤 계기로 『교단 X』를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작품은 제가 읽었던 두 작품 『쓰리』와 『악과 가면의 룰』에서 보이는 선과 악에 대한 질문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문제의식의 초점이 선과 악마저 초월한 어떤 존재에 대한 질문이 새롭게 추가된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원자의 세계로 들어가면 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의 문제라든가, 소립자의 세계에서 연결되는 다른 차원의 가능성, 인간을 개별자로서 존재하게 하는 의식 등이 그러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이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이 시작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써왔던 ‘악’을 더욱 깊이 파고들면서 동시에 그것에 대한 ‘광(狂)/선(善)’도 함께 쓰고 싶어졌습니다. 인간은 무엇인가, 그 세계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문학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대답을 해왔습니다만, 저는 이 소설에서 종교와 철학뿐만 아니라 정신분석과 물리학, 우주학, 생물학적인 면에서도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19세기 및 20세기의 작가들은 몰랐던 현대의 최신 지식을 이용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답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일본과 세계의 우경화를 문제시하고, 그러한 우경화의 흐름에 저항하고 싶었습니다. 그 외에도 전쟁, 빈곤 등 세계가 떠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의 세계를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교단 X』는 미스터리 혹은 추리 소설 등의 장르와 결합하면서도 철학적인 문제와 주제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대중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소설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인간의 심리와 종교 문제를 다루는 순수문학에 그치지 않고, ‘누가 부친을 죽였는가?’ 하는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영국 신화도 운명을 다루는 깊이 있는 내용이면서 스토리가 재미있습니다. 그것을 목표로 하고 싶었습니다.
『교단 X』에는 다양한 성(性)의 묘사가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이 소설에서 성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나요? 악한 쪽의 교주인 사와타리 교단을 결속시켜주는 매개체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와타리라고 하는 인물이 인식하는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그 전주(前奏)로서 다양한 성적인 표현을 쓸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우경화로 인해 성의 자유가 억압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단 X’는 그것과 반대의 그룹으로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교단 내부를 ‘성’적인 것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성이라는 것은 인간의 근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순수문학의 세계에서 직접적인 성의 표현은 그다지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이 소설은 일본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것을 포함하여, 순수문학 세계의 터부에도 발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에 성적인 묘사를 자주 등장시켰습니다.
‘교단 X’의 교주 사와타리가 흥미롭습니다. 이 사와타리는 어떤 인물인가요? 인간의 생과 사를 거머쥔 신이 되고 싶은 인물인가요? 아니면 신에게서 철저하게 배척당한 제3의 존재가 되고 싶은 인물인가요? 아울러 일본 사회 혹은 우리 세계의 무엇이 사와타리라는 인물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요?
사와타리는 신이 없다면 이 세계는 시시하고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자신과 제대로 된 이야기가 가능한 것은 신뿐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오만한 교주로 평가되는 인물입니다. 선과 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파고듦과 동시에 정신적으로 금기시되는 것들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그 반대작용으로 그와 같은 인물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일본적인 인물은 아닙니다. 반(反)일본적인 인물인지도 모릅니다.
작가님의 작품들에서는 집요하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악 그 자체가 되려고 하거나 혹은 그것조차 뛰어넘으려는 초월적인 인간 존재를 그리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존재를 그려내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소설에서 묘사되듯 이런 존재가 실제로 이 사회 혹은 세계를 움직이는 배후에 있다고 보십니까?
선과 악을 초월한 인물을 표현함으로써, 선과 악의 문제를 보다 깊게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회 혹은 세계를 움직이는 배후는 ‘교단 X’의 사와타리 같은 인물이 아닌 작품에 등장하는 아프리카의 테러 주동자나 두 명의 공안 수사원 같은 인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단 X』를 보면 두 공안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관습적인 직역(職域)이 인간의 양심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은, 아돌프 아이히만을 보고 한나 아렌트가 했던 ‘악의 얼굴은 평범하다’라는 말과 통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 사회 역시 관습적인 직역만을 행하는 관료로 인한 피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 역시 그것이 사회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보십니까?
일본에도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 관료들이 저지른 부정한 사건들이 많지만, 그들은 집단 속에 얼굴을 숨긴 채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합니다.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일본의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 가능한 국가’라는 구호는 36년간 일본의 식민지를 겪었던 한국 사회의 일원인 제 입장에서는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교단 X’의 교주 사와타리의 지시로 방송국을 테러한 시노하라는 야스쿠니 신사의 합사(合祀)와 참배 문제를 거론하면서,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을 신성시하는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 모습과 사이비 교단이라고 할 수 있는 ‘교단 X’를 위해 죽어서 영웅이 되려는 테러 집단의 의식을 동일시합니다. 이 지점에서 일개 사이비 종교 집단과 우경화된 일본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이처럼 현재 진행되는 우경화는 일본 사회의 고유한 문제일까요? 아니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본성의 문제일까요?
우경화는 일본도 그렇지만, 지금 세계 속에서도 보여지는 현상입니다. 모든 나라가 내향화(우경화가 심화되는 것)되어 다른 나라를 배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없거나 자신의 인생에 대한 불만을 가졌을 때 강한 국가를 원하게 됩니다. 강한 국가와 자기 자신을 동화(同化)시킴으로써 자신이 강해진다고 착각하게 되고, 이러한 생각은 우경화를 가속화시킵니다. 한 방향으로만 치우쳐진 세계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교단 X』를 보면, 다카하라의 시선에서 아프리카 내전에 개입하는 다국적 기업의 문제 등을 다루기도 하고, 또 이러한 이익 추구에 일본 사회 역시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작품 세계가 일본 사회에서 세계로 확장되는 느낌인데요, 작가님의 관심이 세계로 확대되는 이유가 있나요?
세계의 부조리, 악과 같은 여러 문제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은, 작가로서 이러한 악에 대항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부터 세계 문제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이 번역되어 여러 국가에서 읽혀지고 있는 지금,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말할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교단 X』에서는 개인의 삶에서 받은 상처가 수치심과 분노로 작용하면서 종교 혹은 이념을 상징하는 사와타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신자들이 등장합니다. 이것은 개인의 내면이 허약해서 발생하는 일일 텐데요, 작가님께서는 이러한 현상은 현대인들이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특성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종교에 빠지는 것과는 별개로 개인의 내면이 약해지게 되면 사람들은 강한 국가를 원하게 되고, 국가 전체가 우경화로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소설에서 세계의 큰 문제를 다루는 것과 동시에 개인사에도 주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문제와 상처까지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교단 X』에서 선함을 대변하는 교주인 마쓰오의 교리는 물리학과 종교의 교리 등이 결합되어 있어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쓰오의 교리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사상이기도 합니다. 수학 공부를 할 때 앞 단원을 이해하지 못하면 뒷 단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마쓰오의 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은 혹은 앞으로 읽을 독자를 위해 마쓰오의 교리를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마쓰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모든 다양성을 사랑한다’라고 하는 것과 ‘타인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이 경이적인 우주/세계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 위에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라는 것, 그리고 ‘평화를 사랑한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많이 있지만, 여기서 다 설명 드리기는 힘들겠네요.
마지막으로 『교단 X』는 정치적인 소설이며, 일본 작가로서 한일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지금 한국과 일본은 소위 ‘종군위안부’ 문제 등으로 양국 사이에 깊은 도랑이 생겼습니다. 저는 종군위안부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확실하고 반성하고, 성실하게 사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문화의 차이가 있고, 일본인 중에는 소녀상을 ‘저항’과 ‘평화’의 의미가 아닌, 이해되지 않는 행동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녀상이 늘어나는 것에 일본인이 반발할수록 우파인 일본 현 정부의 지지율은 오르게 됩니다. 이 문제가 일본의 우경화를 강화시킬까 봐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성실한 사죄를 하지 않은 일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나라 사이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습니다. 저는 작가이기 때문에, 한일 작가끼리 이 문제를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교단 X』와 같은 책이 일본에서 폭넓게 읽혀지고 있다는 것에서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한국 독자들께도 읽히기를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어 배상민 : 1976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배상민은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소설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가 2012년 ‘젊은 소설’에 선정되었으며, 소설집으로 『조공원정대』와 장편소설 『콩고, 콩고』 『페이크 픽션』이 있다.
배상민(소설가)
앗싸
2017.05.26
책사랑
2017.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