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좁쌀이들: 담대하고 정직하게
환상을 팔기 위해 현실의 고단함을 감추는 연예계의 생리에도 아랑곳 없이, 이효리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현실 간의 격차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글ㆍ사진 이승한(TV 칼럼니스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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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해피투게더3> ‘전설의 조동아리’ 코너, 멤버들은 서로에게 익명 댓글의 형식으로 ‘진솔한’ 속마음을 던지는 시간을 가진다. 물론 유재석이나 박수홍, 김용만 같은 멤버들이 댓글을 네티즌들만큼 능숙하게 쓸 리 없다. 게스트로 출연한 이효리는 “그렇게 장황하게 쓰는 게 아니”라며 어떻게 하면 날카로운 댓글을 달 수 있는지 보여주다가, 급기야 제 가슴에 비수를 꽂는 댓글을 직접 써서 예시로 보여주는 지경에 이른다. “이효리 자연인? 자연얼굴? 그냥 시술해라.” 이효리가 의식주의 영역에서 자연주의를 추구하기 시작할 무렵 때마침 방송계에는 HD 방송이 도입되었고, 전에는 보이지 않던 그의 눈가 주름과 좁쌀처럼 돋아난 한관종이 화면에 보이기 시작했다. 한관종이 채식이나 자연주의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얄궂은 타이밍 덕에 세간에는 ‘이효리가 괜히 있어 보이려고 채식주의 하다가 피부가 망가졌다더라’는 식의 왜곡된 서사가 돌았다. 그리고 일평생 대중 앞에 노출된 삶을 살아온 이효리에게는 대중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파악하는 본능적인 감각이 있다. “그냥 시술해라.” 자신을 향한 세간의 시선을, 이효리는 이렇게 자진해서 폭로하는 것으로 돌파한다.
 
환상을 팔기 위해 현실의 고단함을 감추는 연예계의 생리에도 아랑곳 없이, 이효리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현실 간의 격차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고 싶지만 잊혀지고 싶지는 않다”는 말로 조용한 일상에 대한 욕망과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갈망이 공존하는 모순을 설명하고, JTBC <효리네 민박>에서는 도시 사람들이 제주에서 ‘심심함’을 즐기다 갔으면 좋겠다면서도 자꾸만 뭐라도 분량을 뽑아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지금 자신이 추구하는 킨포크적인 삶 또한 ‘욕심을 줄인’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대신, 20대 때 화려한 모습이 멋었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지금은 이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추구하는 것이란 사실을 분명히 한다. 이효리는 더 멋있어 보이기 위해 사실을 감추거나 포장하지 않고, 자신도 여전히 현실적인 욕망과 추구하는 가치 사이에서 많은 모순을 겪으며 여정 위에 서 있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솔직히 드러낸다. 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이효리는 마침내 누군가의 롤모델이나 아이콘으로 박제되는 대신 1인분의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집이라 화장을 못 하니까… 괜찮아? 내 좁쌀이들은 괜찮아?” <효리네 민박> 1회, 이효리는 이상순에게 민낯의 자신이 봐줄 만 한지 물어보며 눈 밑 한관종의 상태를 묻는다. “귀여운데? 네 친구잖아. 좁쌀이들은.” 남편 이상순의 말에 잠시 샐쭉한 표정이 됐던 이효리는 이내 기운을 내고 말을 잇는다. “그래, 이제는 인정해주기로 했어. 옛날엔 가리려 했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 여전히 세상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눈 밑의 한관종과 그걸 지우려다가 생긴 눈 밑 주름이 거슬리지만, 이효리는 이제 그걸 애써 가리려는 대신 인정하려는 중이다. 제 안의 모순을, 자신의 노화를, 생각이 변해가는 궤적을 외면하고 부정하는 대신 함께 가야 할 ‘친구들’로 포용하는 삶. 이효리가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룰 것들이 흥미롭다면, 그건 제주의 풍광이나 현대 무용 때문이 아니라 이처럼 제 삶을 응시할 수 있는 담대한 정직함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좁쌀이’들에 대한 이상순의 말처럼, 그런 이효리의 모습은 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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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현실 #효리네 민박 #삶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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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2017.07.18

같이 늙고 있어 기쁘게 하는 효리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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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j314

2017.07.17

진짜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주는 이상순. 둘이 정말 잘 어울리고 이쁜 커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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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TV 칼럼니스트)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