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너도, 널 괴롭힌 놈들에게 언젠가 복수하고 싶지? 그럼 메이를 괴롭힌 놈들, 내가 완전히 밟아줄까?”
여) “복수를 하는 건… 상대랑 똑같은 짓을 저지르는 것에 불과해. 그런 짓을 되풀이해서 무슨 도움이 돼? 뭘 얻는데? 그냥 슬퍼질 뿐이야. 난… 복수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괴롭힘 당했던 과정이 있다 해도,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훗날 그 사람이 “나”란 사람을 이해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해.”
남) “그게 뭐야. 네가 무슨 천사야? 괴롭힌 녀석들에게 아무런 응징도 안 한다고? 열 받아서 그렇게는 못해!”
여) “미움은 미움을 낳을 뿐이야. 네가 하려는 그 일, 남들 앞에 고개 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겠어?”
하즈키 카나에의 만화 『사랑한다고 말해』 의 대사 한 부분입니다. “미움은 미움을 낳을 뿐”이라는 말.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싫어하는 에너지가 삶을 지탱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괴물이 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되잖아요. 저는 미워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이 커져서 나도 모르게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을 때, 잠깐 멈춰서 이 말을 떠올립니다. 미셸 오바마가 했던 유명한 말이죠. “When they go low, we go high.”
아무리 세상이 더럽고 저열하고 그래서 화가 나도, 나는 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나의 품격을 그들 수준으로 내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거예요. 그건 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기는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여러분?
<인터뷰- 김이경 편>
김동영 : 안녕하세요, 소개 먼저 해드릴게요. ‘잡지 만드는 사람. 라이프스타일매거진 『어라운드』 편집장. 자매지
김이경 : 다 소개해주신 것 같아요. 이게 다예요.(웃음) 2년 전인가, 이우성 시인을 만난 적이 있어요. “드디어 만나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누군지 궁금했다고 하셨는데요. 정작 저한테는 별로 물어보신 분이 없었어요. 사실 저는 원래 단행본 북디자이너였어요.
김동영 : 이게 첫 번째 잡지인가요?
김이경 : 1인 출판할 때 잡지 같지 않은 잡지를 낸 적은 있어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유치한(웃음) 책을 냈었어요.
김동영 : 아, 알아요. 『플레이그라운드』는 정말 광고도 별로 없고, 사비로 만드신 잡지잖아요.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기라성 같은(웃음) 『어라운드』 잡지를 만들게 되신 거예요? 초창기 멤버시죠?
김이경 : 1인 출판을 할 때 주변에 얘기를 많이 하고 다녔어요. 제 아이디어가 다들 정말 좋은 것 같다고, 그걸 내게 되면 도와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모인 멤버들로 시작을 하게 됐어요.
김동영 : 제가 『어라운드』 에 관심을 갖게 된 건 SNS 연구를 하면서부터예요. 어떻게 하면 팔로워가 만 명이 넘을 수 있을까 공부를 했었거든요. 심지어 팔로워 만 명 넘는 분에게 연락을 해서 따로 만난 적도 있어요. 그 분이 『어라운드』 를 보면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보니까 모든 쇼핑몰이나 블로그 마켓에 『어라운드』 가 등장하더라고요. 자주 가는 카페에도 이 잡지가 항상 있고요. 그래서 항상 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잡지를 몇 분이 만드시는 거죠?
김이경 : 처음과는 다른데요. 창간호 때는 정직원 개념도 아니었고요. 주변에서 광고 없이 안 된다는 말씀도 워낙 많이 하셔서요. 한 권 내보고 안 되면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약간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첫 호가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그래서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웃음)
김동영 : 저도 광고 없이 어떻게 잡지가 나올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정기구독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어요. 장점도 있지만 이것이 독자와의 약속이잖아요. 돈을 지불했는데 책이 안 오면 약속을 어긴 것이 되는데요. 잡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나온 건가요?
김이경 : 네, 한 번도 쉬지 않고 나왔어요. 물론 여름에는 합본호가 있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저희가 계간지로 시작했어요. 두 번째 책을 내면서 정직원도 뽑고 했는데요. 이렇게 책이 나와서는 직원들 월급도 못 주겠더라고요. 그래서 격월간으로, 바로 또 월간지로 돌렸어요.
김동영 : 사이트에도 그렇고, 책을 펼쳐도 그렇고 이 문구가 나와요.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 주변의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이건 어떻게 탄생하게 됐죠?
김이경 : 누가 지었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자연스럽게 지어진 건데요. 저희가, 다 느려요. 기업과 일을 할 때도 그 얘기를 되게 많이 들어요. 이렇게 느린 사람들 처음 본다고 해요. 놀랍게도 저희는 잡지 마감하는 데 야근이 거의 없어요.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점이기도 한데요. 느리지만 불필요한 과정을 많이 생략하는 편이에요.
김동영 : 불필요한 과정이라면 예를 들면 어떤 거죠?
김이경 : 편집장과 아트디렉터가 저 한 명이잖아요. 일단 그것부터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조건 같아요.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빠른 피드백이라고 생각해요. 피드백을 빨리 합니다.
김동영 : 저는 잡지를 처음 봤을 때 『킨포크』 가 떠올랐어요. 『어라운드』 가 나왔을 때 아마 『킨포크』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을 거예요. 한국판도 나오고요.
김이경 : 내부적으로는 한 번도 어떻게 『킨포크』 와 다르게 할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알기로는 저희 1호가 나왔을 때 『킨포크』 도 한 권 나왔던가 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오히려 창간호 때 반응은 ‘일본 잡지 같다’였어요. 그게 뭔지 생각해봤더니 이국적이라는 의미더라고요. 국내에서 못 본 잡지를 그렇게 표현한 거죠. 그러다가 2호가 나오면서 국내에 『킨포크』 바람이 불고, 그때부터 그런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요. 저희는 비교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어느 쪽이 더 좋고 안 좋다는 게 아니고요. 저희가 봤을 때 『킨포크』 는 되게 세련됐다고 생각해요. 사진도 잘 찍고 세련됐는데요. 저희는 이래요. 이 사진 너무 세련돼서 이번 호에는 못 들어간다,(웃음) 라고 할 때가 많거든요. 저희는 스스로 컨츄리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선지 특별히 『킨포크』 와 차별을 따로 두거나 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김동영 : 보면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어라운드』 는 화려한 색도 잘 안 쓰고요. 일부러 색을 빼는 것 같아요.
김이경 : 너무 힘든 부분인데요. 저는 빼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디자인이든 글이든 색이든 요소들을 많이 안 넣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사진도 저는 사람이 바라보는 시각과 비슷했으면 좋겠거든요. 가이드를 많이 주진 않지만 광각은 찍지 말라고 정확히 얘기 해요.
김동영 : 매달 주제를 정하시잖아요. 그건 어떻게 정하세요?
김이경 : 회사 내에서 설문조사를 많이 해요. 무슨 주제를 했으면 좋겠는지 써서, 정리한 걸 저한테 가져와서 같이 얘기를 나누는데요. 거의 내부적으로 우리가 좋고, 우리가 잘 만들 수 있는 주제 위주로 하고 있어요. 처음엔 주제가 없었다가 중간에 생긴 거잖아요. 그런데 주제가 생긴 후에 판매가 훨씬 잘 됐어요. 한 단계 좋아진 느낌이에요. 인터뷰를 섭외할 때도 주제에 맞게 하니까 내용적으로도 좋아진 것 같아요.
김동영 : 복지 좋습니까?
김이경 : 작가님도 고양이 키우신다고 들었어요. 저희 사무실에 고양이가 있어요. 직원들이 최고의 복지가 고양이라고 그래요.(웃음) 난리가 나요. 밥 안 주거나 외부에서 사람이 와서 문을 열어놓고 가면 에디터들이 큰일이 나요. 원래는 다섯 마리였는데 지금은 세 마리 있어요.
김동영 : 『어라운드』 는 또 브랜드와 협업을 꾸준히 하고 있잖아요.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으세요?
김이경 : ‘에어비앤비’와 한 적이 있어요. 기존에는 거의 국내 기업과 했는데요. 이곳은 일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다른 곳이 ‘이렇게 해주세요’라면 그곳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는 거죠. 그래서 제일 힘든 작업이기도 했는데요. 하고 나서 얻은 것도 많고, 결과물도 제일 만족스러웠던 작업이었어요.
김동영 : 많이들 종이잡지의 위기라고 하잖아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이경 : 저희는 사실 창간 자체가 위기였어요. 저더러 정말 다들 왜 이 시기에, 게다가 단행본도 아니고 잡지를 내려고 하느냐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실 그 위기에 대해 별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지금도 힘든 부분이 당연히 많이 있긴 있는데요. 이 과정이 없으면 유지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서요.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김동영: 표지 사진을 에디터가 찍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보통 표지는 전문 사진가가 찍는데 말이에요.
김이경 : 잡지 시작 부분에 주제에 맞는 영상을 찍고 그걸 캡쳐해서 화보처럼 들어가거든요. 거기서 표지도 나오는데요. 캡쳐가 잘 안 나오면 그때 에디터가 찍은 사진으로 하거나 그도 안 되면 본인이 해결해서 와요.(웃음) 저희는 그런 구분이 없긴 해요. 인터뷰이 사진 찍을 때도 두 가지가 없어요. 말끔한 스튜디오가 없고, 화려한 조명이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전문 사진가가 아니어도 찍을 수 있는 경우가 있는 거예요. 또 어떤 사진은 너무 잘 찍어서 안 올라가는 것도 있거든요. 그런 지점에서는 에디터의 사진이 더 나을 때가 있죠.
김동영 : 협업하는 에디터들을 ‘프로젝트 에디터’라고 부르더라고요. 이건 어떤 이유예요?
김이경 : 외부 필진을 그렇게 부르는데요. 다른 잡지사는 다른 사람의 원고를 보지는 않는다고 들었어요. 저희는 ‘크로스 교정’이라는 시간이 있는데요. 다른 사람 원고를 보고 피드백을 해주는 문화가 있거든요. 입사 몇 년 안 된 에디터가 5년 된 에디터에게도 피드백을 하는 거죠. 그걸 1호 때부터 계속 하고 있고요. 그런 일들이 있다 보니 내부에서 일하는 에디터와 외부에서 글을 주시는 분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프로젝트 에디터’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어요.
김동영: ‘김동영의 읽는인간’ 고정질문 시간이에요. 첫 번째 질문입니다. 최근 구매해 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다면?
김이경 : 오타쿠 같은 성격이에요. 정말 책 쇼핑을 많이 해요. 일단 마음에 들면 사야 해요. 최근에 구매한 책이 많긴 한데요. 이오덕 선생님의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라는 책이 있어요. 고향이 구미인데요. 서점이 하나 생겼어요. ‘삼일문고’라는 곳인데요. 그곳에서 이오덕 선생님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우선 전시가 너무 좋았고요. 이오덕 선생님의 교육 철학이 좋아요. 저도 에디터들을 믿어주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샀는데, 읽지는 못했어요.
김동영 : 앞으로 꼭 인터뷰 하고 싶은 사람이나 글을 받고 싶은 분이 있나요?
김이경 : 웹툰 『며느라기』를 봤어요. 공감이 되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저희 에디터들도 웹툰을 자주 보고 그래서 웹툰을 한 번 넣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어울릴지 모르겠어요.(웃음)
김동영 : 『어라운드』 독자에게 하고 싶은 얘기 있으신가요?
김이경 : 감사하단 말밖에 할 말이 없어요. 진짜 판매로 여기까지 온 거거든요. 독자 분들의 마음에 잘 부응하는 잡지가 되고 싶어요. 죽지 않고요.(웃음) 끝까지 살아남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영 : 오늘은 『어라운드』 아트디렉터 겸 편집장이신 김이경 편집장님을 모시고 제 소원을 풀었습니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이경 : 감사합니다.
김동영 : 오늘로, ‘김동영의 읽는인간’은 끝이 났습니다. 작년 10월에 시작해서 6개월의 시간이 흘렀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물러납니다. 그동안 제게 애정 주시고, 조언 해주신 청취자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비록 ‘김동영의 읽는인간’은 끝이 나지만 이 방송은 계속 됩니다. 앞으로도 저희 ‘예스책방 책읽아웃’ 많이 사랑해주세요.
김동영(작가)
김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 '생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고 마스터플랜 클럽에서 허드렛일을 한것이 인연이 되어, 음반사 문 라이즈에서 공연과 앨범 기획을 담당하였다. 델리 스파이스와 이한철, 마이 앤트 메리, 전자양, 재주소년, 스위트 피의 매니저먼트 일을 담당하면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복고풍 로맨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별빛 속에」, 「붉은 미래」등의 노래를 작사하였다. MBC FM4U [뮤직스트리트],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 [K의 즐거운 사생활] 등에서 음악작가로 일했다.『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두 권의 책을 썼다.
hezin
2018.04.17
JessEd
2018.04.02
인성노사
2018.04.01
끝까지 의를 지킩다는게 어렵지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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