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시트지. 라섹수술자도 찾게 만드는 다이소에서.
솔직히 말해서 무섭다. 이번 주 금요일은 내 원고가 올라오는 날인데, 이 원고가 업데이트 되고 나면 나는 수술을 받고 난 후겠다. 나는 핵쫄보다. 핵쫄보는 라섹 수술을 앞두고 있다.
가족력을 말해보자면 집에서 안경을 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의 시력은 후천적으로 떨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튼튼한 눈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도 남들 2.0일 때 1.5였고, 중고등학교 때도 서서히 떨어지더니 고3 수능준비와 대학교 4학년 때의 임용고시, 그리고 회사 입사까지 3번에 걸쳐 마이너스 5까지 추락했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도 한몫했을 것이다. 가끔은 남들보다 시력이 약한 것이 억울하기도 하고, 그만큼 관리를 해주지 못한 점도 아쉽다.
대학교 때는 소프트렌즈를 계속 꼈고, 입사 후에는 사무실의 건조함을 이기지 못해 안경을 맞추었다. 처음부터 안경을 끼지 않았기 때문인지, 안경을 끼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부끄럽다든지 등의 이유로 안경은 어색하다. 콧등 위에 있는 안경다리가 거슬리고, 걷는 것이 어지럽기도 하다.
그러다 올해는 시력교정술을 받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업체와 미팅을 하던 도중이 결정적이었다. 실연한 사람처럼 엉엉 눈물을 흘려댔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감정이 북받치는 눈물이 아니라 덜 추했달까. 하여튼 갑자기 눈이 너무 아팠다. 주체할 수 없이 눈에서 눈물이 마구 솟아났다. 안과를 찾아가니, 렌즈가 각막에 너무 붙은 상태에서 깜빡이다 보니 각막에 상처가 생긴 게 이유였다. 거기다 결막염까지 오고, 눈은 유달리 건조한 ‘총체적 난국’이었다.
생각해보니 시력 나쁜 지인의 70%는 수술을 택했다. 30%는 아직 마이너스가 아니거나, 무서워서 미루고 있었다. 나 또한 무섭기도 했으며, 의사들은 왜 수술을 안 할까, 이재용(님)은 왜 안 해? 등의 의구심으로 여태껏 그냥 살아왔다. 그렇치만 몇 년간 누적된 나쁜 시력의 불편함과 렌즈 사용으로 인해 찾아온 사소한 질병들은 나를 지치게 하고 수술을 갈구하게 했다.
공장처럼 찍어내는 듯한 강남의 병원은 싫었다. 사후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통원이 편리한 집 근처 병원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H양도 수술했고, H의 언니도 수술했으며, H의 큰아버지도 수술한 H아버지의 지인인 병원으로 향했고 추석 연휴를 이용해 수술하기로 했다.
나는 한 달 내내 시뮬레이션 중이다. 1시간에 걸친 검사를 마치고 10분도 안 걸려 수술이 끝나겠지만, 수술하는 동안 쳐다봐야 하는 초록점을 뚫어져라 보겠노라 다짐한다. 수술하고 나서 마취가 풀리고 나면 3일 동안은 미친 듯이 아플 테니 (친구들 말로는 화상을 입은 느낌, 혹은 양파껍질을 눈동자에 대고 있는 느낌이랬다) 수술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시력이 한 번에 올라오는 게 아니니까 인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지. 밥 먹기 힘들 테니 김밥이나 빵을 먹어야 하나. 커피를 내려 마시기는 힘들 테니 캔커피를 사둘까도 생각한다. 어제는 비장한 마음으로 다이소에 들러 암막 시트지를 사고 창문 크기에 맞춰 붙였다. 걱정 많은 나를 위해 수술선배(?)들이 해준 위로의 말도 떠올려보고, 수술하고 나면 사후관리를 잘해야지 다짐도 한다. 박준형이나 김보성처럼 항시 선글라스 끼고 일상을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번 글은 수술 전의 걱정이 담겨있다. 이 글을 보고 라섹한 선배님(?)들은 비웃을지도 모르고, 수술을 앞두고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도 가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얼른 광명찾고 싶다! 높은 시력으로 만나요 제발~
김지연(예스24 굿즈MD)
좋아하는 것에는 아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