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토 가나에 “늘 놀라움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
전에는 남자가 등산하는 동안 여성은 집에서 기다리거나 산 아래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이미지가 많았지만 점점 그런 편견도 줄어드는 것 같거든요. 이제는 편견 없이 산을 오르는 분위기가 많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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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   『왕복서간』 ,  『리버스』  등 일상에 숨어 있는 인간의 악의를 집요하게 탐색해 ‘이야미스(읽고 나면 기분이 찝찝해지는 미스터리 소설)의 여왕’이라는 수식이 따르곤 하는 일본 작가 미나토 가나에가 이번에는 특별히 다정하고, 따뜻한 작품으로 독자를 찾았다.  『여자들의 등산일기』 는 결혼 후 시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결혼을 고민하는 리쓰코(「묘코 산(妙高山)」), 결혼 하지 않고 아버지와 산다며 잔소리하는 언니와 등산하게 된 유미(「리시리 산(利尻山)」), 옛 연인과 왔던 트레킹 코스에 혼자서 다시 온 유즈키(「통가리로 (Tongariro)」)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산에 오른다. 이들은 각자의 고민을 가슴에 품고, 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과 성취감을 만끽하며 조금씩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산에 오르기 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사람들. 미나토 가나에는 “더 많은 여성들이 등산을 하면 좋겠다”며 산이 지저분하고, 위험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다치는 사람도, 죽는 사람도 없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야마오토코(山男)’라고 하는 표현도 있거든요. 그런데 ‘山女’라는 표현은 없죠. 그러다가 2000년 이후에 ‘마운틴 걸’이라는 표현이 생겼어요. 산에 가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 조금 나타난 건데요. 그래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걸(girl)’이라는 표현 자체가 여성을 아주 약한 이미지로, 다소 가볍게 보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자신이 산을 즐기기 때문에 산에서 더 많은 여성들을 만나길 바란다는 미나토 가나에는 자신의 소설을 읽은 중년 여성이 산에 오르는 딸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 가장 기뻤다고 말하기도 했다. “항상 새로운 작품을 쓰는 작가였으면 좋겠어요”라는 미나토 가나에를 등산하기 딱 좋은 날씨에 서울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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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여성들이 등산을 하면 좋겠다


등산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예요. 이 이야기를 쓰겠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학생 때부터 산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일을 하게 되면서 거의 10년 동안 산에 오르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일 때문에 힘이 들거나 소설이 막힐 때면 산에 다시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작품 속에 ‘마운틴 걸’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요. 산에 오르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말이거든요. 저도 기회가 닿아 10년 만에, 아주 오랜만에 등산을 하게 됐는데요. 산에 많이들 간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후지산처럼 유명한 산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요. 제가 등산을 하면서는 젊은 여성들을 만날 수는 없었어요. 그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죠. 더 많은 여성들이 등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10년 만에 산에 오른 이후에 지금은 가끔씩 등산을 하고 계신 건가요?


맞아요. 집필한 후에도 1년에 두 번 꼴로 꾸준히 등산을 하고 있어요.

 

만약 등산하지 않는 분이라면 취재가 많이 필요했던 작품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작가님의 경우 취재가 많이 필요하진 않으셨겠네요.


책에 등장하는 산에는 제가 거의 다 올랐던 산이에요. 말씀처럼 별도의 취재를 하지는 않았고요. 그보다는 취재를 겸해서 등산을 하곤 했습니다.(웃음)

 

취재 겸 등산을 하시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야리가타케(槍ヶ岳)’라는 산이 있는데요. 거기서 한국 등산객 20-30명 정도를 마주친 적이 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이 산이 외국인에게도 유명한 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쁘더라고요. 특히 야리가타케는 산의 모양새도 예쁘고요. 저도 굉장히 좋아하고, 등산하기를 즐기는 산이거든요. 그곳에서 외국에까지 오셔서 등산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니 무척 반갑고, 기뻤어요.

 

“언니 목적은 생각하기 위해서일지 몰라도 산은 그러라고 있는 게 아니야. 리시리 산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 있을 것 아냐.”(186쪽)라는 대목에서 작가님의 등산 취향이 엿보기이도 하는데요. 작가님이 좋아하는 산은 어떤 곳인가요?


저는 산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산에 오르는 과정은 사실 마냥 즐겁지 않죠.(웃음) 그런데 산과 산을 연결해주는 능선 코스를 걸을 때나 주변 경치가 잘 보이는 곳을 걸을 때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잖아요. 그게 정말 좋아요. 바위를 보는 것도 무척 좋아하고 있어요.

 

 

다치는 사람도, 죽는 사람도 없는 작품


‘이야미스(읽고 나면 기분이 찝찝해지는 미스터리 소설)의 여왕’이라는 수식이 조금 난감할 때가 있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이번 작품은 확실히 다정하고, 따뜻하죠. 미스터리 작품을 쓸 때와 이 작품을 쓸 때 어떻게 달랐나요?


인간의 악의가 테마인 작품을 쓸 때는 아무래도 인간의 숨은 이면을 생각하게 되죠. 이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원인을 깊이 생각하게 되고요. 그러다 보니 쓸 때 무척이나 힘든 게 사실입니다. 『고백』 을 쓸 때도 실은 코피가 났을 정도로 저 자신을 굉장히 몰아세웠어요. 많이 힘이 들지요. 반대로  『여자들의 등산일기』 의 경우에는 산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도 산은 결코 무서운 곳이 아니다, 잘 준비해서 가면 다치지도 않고 안전한 곳이다, 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쓴 것이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응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에요. 다치는 사람도, 죽는 사람도 없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특히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경우, 산에 오르면서 자신만의 고민이나 문제를 돌아보고 등산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겪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역시 지금까지 써왔던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쓰는 동안 작가님도 다른 때보다 편안하셨겠군요.


기존의 작품이 등장인물을 옥죄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인물들을 해방시키고, 풀어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쓰면서 해방감을 많이 느꼈죠. 편안한 기분으로 썼어요.

 

누구도 다치지 않는, 다정한 이야기를 특별히 쓰고 싶으셨던 이유는 뭘까요?


우선은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작품을 읽고 많은 여성들이 산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것인데요. 일본에서 출간된 적이 있는 기존의 산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산은 남자’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있어요. 그러니까 산은 대부분 위험한 곳이고, 조난을 당하거나 위험과 싸우는 이미지가 많은 거죠. 저는 산이라는 공간이 어떤 특정한 사람들이나 일부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산은 모두의 존재이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당신도 가도 되는 곳이고, 당신도 가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런 응원하는, 다정한 책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책에도 여성에게 요구되는 전통적인 역할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에 공감할 여성 독자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사실 2000년 이전에는 산은 남자의 것이라는 이미지가 일본 사회에 굉장히 컸어요. ‘야마오토코(山男)’라고 하는 표현도 있거든요. 그런데 ‘山女’라는 표현은 없죠. 그러다가 2000년 이후에 ‘마운틴 걸’이라는 표현이 생겼어요. 산에 가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 조금 나타난 건데요. 그래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걸(girl)’이라는 표현 자체가 여성을 아주 약한 이미지로, 다소 가볍게 보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등산 자체를 위험하고, 지저분한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산에 가는 여성을 특이한 존재로 보는 인식이 일본에는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그나마 등산도 하나의 취미로 보는 시선이 많이 생긴 거예요. 전에는 남자가 등산하는 동안 여성은 집에서 기다리거나 산 아래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이미지가 많았지만 점점 그런 편견도 줄어드는 것 같거든요. 이제는 편견 없이 산을 오르는 분위기가 많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삼십 년 동안 줄곧 너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말만 들었어요. 그래도 일을 해서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나 자신을 타일렀는데, 정년퇴직을 하더니 지역 등산 모임에 혼자 들어가지 뭐예요. 나도 함께 들어가고 싶다고 했더니 너한테는 무리라는 말만 하고.(중략) 분하고 억울해서 요 한 달 트레이닝에 힘썼어요.”(126-127쪽)

 

관련해서, 이 작품에 대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사인회를 한 적이 있어요. 그곳에 저보다 조금 연령이 높으신 분이 오셨는데요.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자기의 세대 때는 산이란 위험하고, 무섭다는 이미지가 컸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신의 딸이 대학교에서 산악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왜 그런 곳에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거죠. 아무리 딸과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도대체 이 아이가 왜 등산이라는 취미를 갖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여자들의 등산일기』 를 읽고 나니 등산을 통한 성장이 있다는 것, 산이라는 곳이 무서운 곳만은 아니라는 것 등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집 근처에 있는 낮은 산부터 시작해 딸과 함께 등산을 해보고 싶다고 제게 말씀을 하시는데 그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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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산을 찾게 되기를


책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작품에 나오는 산은 모두 제가 직접 등산을 해본 곳이라 그런 의미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소중하고, 기억에 남긴 하는데요. 특히 「시로우마다케(白馬岳)」에는 아이가 등장을 합니다. 이곳은 사실 제가 제 딸과 함께 올랐던 첫 산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딸이 동아리 활동을 하느라 함께 산에 많이 가지는 못하는데요. 3년 전, 그러니까 제 딸이 중학생일 때에는 함께 산에 많이 올랐어요. 아무래도 저는 딸이 어렸을 때부터 함께 등산을 해왔기 때문에요. 딸이 사춘기 반항기에 들어섰어도 산에 오를 때면 평소와 달리 말수도 많아지고 대화도 많이 해서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로우마다케(白馬岳)」 편에서 엄마는 딸에게 부담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무리 힘들어도 속으로만 삭이고, 딸 걱정을 하는데요. 딸은 의외로 엄마에게 자신이 엄마를 끌어주겠다면서 자신에게 기대라는 말을 해요. 작가님도 딸과 등산을 하면서 딸에게 의지되는 경험을 하셨던 건가요?


네, 「시로우마다케(白馬岳)」에 나온 것과 정말 똑같은 상황을 겪었어요. 산에 오르기 전에는 아무래도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딸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 내가 딸을 리드해야 한다, 는 생각을 많이 했죠. 하지만 막상 산에 올라서 봤더니 다른 거예요. 저는 매일 책상에 앉아 글만 쓰는 운동 부족이었기 때문에(웃음) 체력도 금방 떨어지고, 금방 지치고 말았는데요. 딸은 오히려 체력이 굉장히 좋았어요. 지치지를 않는 거죠. 등산 중에 바람이 아주 강한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는 작품과 똑같이 딸의 허리와 저의 허리를 로프로 묶고 갔거든요. 로프를 묶은 채로 함께 산에 오르다가 나중에는 결국 제 딸이 저를 많이 리드해주었어요. 정말 든든하더라고요.(웃음)

 

“엄마.”
나나카가 걱정스럽게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아, 미안. 어쩐지 멍해져서. 참, 로프를 풀어야지.”
(중략)
“풀지 않아도 돼.”
나나카가 허리의 매듭을 두 손으로 쥐고 말했다.
“나나카가 엄마를 끌어줄게. 힘들잖아.”
“그럴 수는…….”
“엄마 어제 한숨도 못 잔 거 아냐? 이를 갈면 어떡하나 하고 줄곧 깨어 있었던 거 아냐?”
(231쪽)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산에 가고 싶어져요.


‘야리가타케(槍ヶ岳)’는 꽤나 높은 산이고요. ‘긴토키 산(金時山)’ 같은 경우는 하루 만에도 다녀올 수 있을 만한 산이에요. 또 뉴질랜드에 있는 ‘통가리로(Tongariro)’ 산도 등장을 하는데요. 다양한 산을 다루고자 했던 이유는 읽는 분들께서 각자 나에게 맞는 산을 찾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등산을 하기에 앞서 어쩌면 주저하거나 망설이면서 결심을 미루는 경우가 있을 테지만요. 그런 분들에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한 걸음을 도울 수 있다면, 스타트를 끊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자가 있었기 때문에


2008년  『고백』 으로 데뷔한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오셨어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정말 시간이 빠르군요.(웃음) 10년이라니 정말 빠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10년 전을 생각하면 10년이 아니라 20년이나 30년 전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옛날 일 같아요. 무엇보다 10년 동안 제 책을 읽어주신 많은 독자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분들이 꾸준하게 저를 응원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늘 독자 분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려요. 독자 분들이 저를 이 자리에 데려와주었어요.

 

한국에 있는 작가님의 팬들도 잊지 말아주세요.(웃음)


3년 전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제 사인회에 정말 많은 독자 분들이 와주셨어요. 심지어 3년 전에 왔을 때 오셨던 분 가운데 이번에 또 와주신 분도 계셨죠. 정말 감사하고, 기뻤고요.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솔직히 이야기를 하면 작품을 하나 완성할 때마다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웃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한국에 와서 기운을 받아가야겠다,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A4용지 3.5장의 글을 쓰신다고 들었어요. 지금도 이 생활을 계속하고 계신가요? 작가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요즘은 쓰는 시간이 조금 줄었어요. 최근에 노안이 와서 조금 힘들기도 하고요. 쓰는 양은 비슷하지만 새벽 2시 정도에는 잠자리에 들고 있어요. 아이가 가까운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전보다 조금 더 잘 수 있게 됐는데요. 아침 7시 정도에는 일어납니다. 일어나서는 아이 도시락을 챙기고 아이를 등교시키고요. 잠시 쉬기도 하고,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면서 오전을 보내다가 11시쯤 점심 식사를 준비하죠. 장을 보러 나갈 때도 있고요. 그리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는 전날 밤에 쓰다가 못 쓴 것을 다시 쓰거나 에세이를 쓰기도 하고, 계약서를 보내거나 하는 사무 업무를 처리하죠. 이후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를 한 후에 다시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쓰는 일과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생활을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고 계시다니 정말 놀라운데요. 그동안 슬럼프는 없으셨어요?

있었죠, 물론 있었어요.(웃음) 슬럼프는 매 작품마다 있죠. 소설 전개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요.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있으니까요. 정말이지 작품을 쓸 때마다 이제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최근에는 연재를 조금 줄이고 있긴 한데요.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3-4일 정도 쉴 뿐이니까요. 일주일까지 쉬어본 적은 없었어요.

 

4월 2일부터 작가님의 작품인  『왕복서간』 이 연극으로 한국 무대에 올라갑니다. 먼저 축하를 드려요. 작가님은 기분이 어떠셨어요?


일본에서는 연극으로 무대화 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무척 놀랐어요. 저는 어제 가서 연극을 볼 수 있었는데요. 연극을 보기 전에는 TV 드라마 같은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미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보니 연극이란 정해진 공간 안에서 배우들이 서는 것이고, 배우들의 위치에 따른 섬세한 변화들이 보이는 것이더라고요. 또 세트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드라마와는 무척이나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무대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작가님의 작품은 영화와 연극, 드라마 등으로 다양하게 소개된 경우가 많잖아요. 작가님께서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먼저 제 작품을 영상으로 보고 싶다고 많은 분들께서 생각해주신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쁩니다. 저는 작품을 쓸 때 머릿속으로 계속 이미지를 생각하거든요. 영상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독자 분들도 제 작품의 영상적인 부분을 잘 파악해주신 것 같고요. 제작자 분들 역시 그런 면에서 영상 제작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해요. 제 작품이 학교를 배경으로 하거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경우가 많잖아요. 인간의 악의를 다루거나 하는 것은 인간이 갖는 공통적인 테마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그런 여러 이유 때문에 영상화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상화하기 쉽기도 하고요.

 

현재 집필 중인 작품은 무엇인가요?


두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그 중 바로 다음에 발행 예정인 작품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게 된 작가가 겪게 되는 일을 다루고 있는 내용이에요. 그 작품은 재판이나 사건이 벌어지는 양상들을 그려내고 있고요. 또 하나는 미용에 관한 미스터리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미용에 대해 관심도 별로 없었고요. 따라서 소설로 쓴 적도 없었어요. 이 작품을 쓰면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부분들을 생각해보려고 해요.

 

앞으로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세요?


항상 새로운 작품을 쓰는 작가였으면 좋겠어요. 놀라움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여자들의 등산일기미나토 가나에 저/심정명 역 | 비채
이별의 슬픔, 사랑의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 떨칠 수 없는 열등감 등 다양한 고민을 안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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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미나토 가나에 #여자들의 등산일기 #등산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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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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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

1973년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나,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에도가와 란포와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을 읽는 ‘공상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의류 회사에서 일했지만 일 년 반 만에 퇴사하고 남태평양의 오지 통가로 떠났다. 그곳에서 청년 해외협력대 대원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귀국 후에는 효고 현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하고는 무언가 형태가 남는 일에 도전하고자 글쓰기라는 새로운 영역의 문을 두드렸다. 낮에는 주부로, 밤에는 방송대본부터 소설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집필 활동에 들어간 결과, 2005년 제2회 BS-i 신인각본상 가작 수상을 시작으로, 2007년 제35회 창작라디오드라마대상을 수상하는 등 방송계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스토리텔러로서 역량을 드러냈다. 같은 해 단편 『성직자』를 발표, 제29회 소설추리신인상을 수상하며 정식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첫 장편 『고백』을 출간하면서 일본 문단에 ‘미나토 가나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고백』은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치밀한 복선과 탄탄한 구성으로, 각종 미스터리 랭킹을 휩쓴 것은 물론, 제6회 서점대상까지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며 일본에서만 350만 부가 판매되는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야행관람차』, 『왕복서간』, 『경우』, 『꽃 사슬』, 『백설 공주 살인사건』, 『여자들의 등산일기』, 『N을 위하여』, 『조각들』 등, 데뷔 이래 성실한 문학적 행보를 쌓아왔고, 거의 모든 작품이 영상화되어 또 한 번 미나토 가나에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2016년에는 『리버스』 출간을 기념하여 서울에서 한국 독자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같은 해 『유토피아』로 제29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영미권 최고 추리소설상인 에드거상(최우수 페이퍼백 오리지널 부문) 후보에 『속죄』가 선정되는 등 전세계 독자와 평단의 진심 어린 갈채를 받고 있다. 특히, 2016년 『리버스』 출간을 기념하여 한국을 첫 방문했던 미나토 가나에는 2019년 『여자들의 등산일기』의 출간 및 연극 [왕복서간] 개막을 기념하여 또 한번 서울을 찾아 한국 독자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대담한 소재 선택과 충격적인 전개, 독자를 사로잡는 간결하고 매력적인 필력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