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흐름출판 편집자
'나'만큼 중요한 '우리'의 이야기
김수진(흐름출판 『골든아워』 편집자)
최근 들어 에세이가 사랑받는 이유
지치고 힘들 때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위로와 격려가 되는 것처럼 에세이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작가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또 살아가고 있구나 공감하며 힘을 얻기도 하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분야의 책이 에세이의 옷을 입은 경우가 눈에 띄는데, 독자들에게 더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골든아워』 의 시작
이국종 교수님이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추천사를 쓰신 것이 인연이 돼서 처음 만났는데요, 그때도 제가 교수님 책을 맡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다른 곳과 출간 이야기가 오가던 원고였거든요. 다만 교수님을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디에서든 진심이 담긴 책이 잘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 팬의 마음으로 몇 번을 메일을 드렸고요. 그런데 약속했던 곳에서 진행이 어려워졌을 때 저희와 함께 하시겠다고 연락이 와서 많이 놀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 대표님께서도 여러 번 응원의 메일을 보내셨다고 하더라고요. 모두의 마음이 통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교수님께 받은 원고와 메모 파일은 대략 A4 900쪽 가까운 분량으로, 정확한 시기가 불분명한 메모를 정리하는 게 1차적으로 가장 큰 난관이었어요. 먼저 원고에 넣을 수 있는 글을 추려내고 시기를 파악할 수 있는 글을 따로 모아둔 다음, 교수님과 일일이 확인을 했습니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다 보니 더 어렵기도 했고, 가령 공직에 계신 분은 임기를 확인해서 정리하고, 동료들은 임용 시기, 합류 시점을 파악해야 했는데요, 생각 이상으로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인물과 사건을 시기 별로 다 정리하고 난 다음에 교수님께서 틈틈이 세심하게 고쳐 쓰셨어요. 바쁜 가운데 일과 원고 작업을 병행하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죠. 이 책이 빛을 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골든아워』 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교수님과 동료들이 지금까지 고군분투해온 현실을 기록을 남기고자 했었고, 역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중증외상이라는 의료 분야가 우리에게도 꼭 필요하다는 점, 한 개인이나 소수의 희생으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교수님의 메모가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그대로 담을 수는 없었지만 가능한 저자의 의도를 살려, 실을 수 있는 만큼 싣고자 했고요.
전문직 저자가 쓴 에세이
실제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육성이 담긴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합니다. 전문적인 영역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담기게 되잖아요?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결코 알 수 없는 현장의 모습과 고민도 있고요. 말에 힘이 실리는 거죠. 사실 어느 정도 비슷하게, 그럴듯하게 그려내는 글은 독자들도 지금까지 많이 봐왔으니 매력이 덜한 것 같아요. 전문가의 에세이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이야기만큼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게 되지 않을까요? 태풍처럼 불었던, 여전히 유효한 페미니즘 이슈처럼요. 결국 그러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저자를 발견하는 일
편집자는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스타그램, 트위터, 브런치도 들여다보는 편이고 종종 새로운 매거진을 살펴보기도 하고요. 최근 은유, 김혼비 작가님의 책을 연달아 재미있게 읽었어요. 기회가 되면 두 분과 같이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에세이를 편집할 때 중요한 것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잘 들어보려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저자의 생각과 진심이 독자에게 더 잘 전달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요. 그 과정에서 저자보다 생각이 앞서거나 욕심이 생길 때가 있는데 그걸 경계하려고 노력해요. 저자와 편집자는 2인 3각을 뛰는 것 같아요.
베스트셀러 에세이 기획의 노하우
그러한 노하우가 있다면 저도 알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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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이국종 저 | 흐름출판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이자,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료진, 소방대원, 군인 등-의 분투를 날 것 그대로 담아낸 역사적 기록이다.
고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