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작가 조시온 “화를 잘 내는 방법은”
화를 다스리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작용이기에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죠. 학생들의 눈높이로 화를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을 안내해주기 위해 『앵거게임』이라는 판타지 그림책을 구상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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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거게임』 은 13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운영진인 조시온 저자가 학생들이 화내는 순간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글을 쓴 그림책이다. 화라는 감정을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어린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상황을 콕콕 짚어서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한 방향으로만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공감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쑥쑥 키우는 그림책이다. 펼침면을 앵거게임 실행 화면처럼 구성해 독자가 앵거게임에 직접 참여하는 것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 또한 『앵거게임』 만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다 직접 창작까지 하게 되었다는 조시온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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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신데요. 아이들을 가르치시면서 그림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 주다가 그림책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렸어요. 글과 그림으로 속삭이는 그림책, 그 단순함 속에 단단한 무언가가 스칠 때 온몸에 전율이 일더라고요. 학생들의 마음을 건드린 그림책을 함께 읽을 때면 감동이 배가 되고요. 그림책을 매개로 학생들과 삶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다 보면 서로를 잘 이해하게 돼요.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오로지 그림책의 힘만으로 아이들이 마음 문을 활짝 연답니다. 그 매력에 푹 빠져 그림책 세계를 탐구하다가, 학생들과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 그림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감정 중에서 화라는 감정을 그림책으로 담아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몇 년 전에 툭하면 화를 퍼붓는 민수를 만났어요. 주변에 온갖 비난을 해대는 바람에 그가 지나갈 때마다 교실 안은 싸움터로 변했고요. 그 당시 ‘화’와 관련된 여러 그림책을 찾아 읽어 주었어요. 혹시나 민수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그런데 생각보다 감정 그림책이 어렵더라고요. 성인인 제가 보아도 고개를 갸우뚱 저을 때가 많았고요. 민수는 “말이 쉽지 저걸 어떻게 따라해요?”라고 말하면서 코웃음을 치더라고요.


사실 우리는 감정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잖아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힘이 ‘감정’임에도 불구하고요. 주변 어른들이 보여주는 방식대로 감정사용방법을 간접적으로 익힐 뿐이죠. 민수가 어떻게 화를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런 거잖아요. 특히 화를 다스리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작용이기에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죠. 학생들의 눈높이로 화를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을 안내해주기 위해 『앵거게임』 은 이라는 판타지 그림책을 구상했어요.


평상시에 뇌과학과 심리학 서적을 워낙 좋아해서, 이 그림책을 위해 수많은 전문서적을 찾아 읽었고요. 주변의 심리상담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답니다. 저 역시 건강하게 ‘화’를 사용하는 방법을 체득하고 나서는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졌고요. 이걸 꼭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을 쓰시면서 반 아이들을 많이 관찰했다고 하셨는데요. 아이들이 가장 화를 참지 못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화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감정으로, 자신의 중요한 것이 침해당했을 때 나타나는 신호예요. 그렇기에 학생마다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에 따라 화를 내는 지점이 다 다릅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무심코 화를 터트릴 때 당황스러운 거고요.


학생들에게 한 달 동안 화나는 순간을 기록해보라는 미션을 주었어요. 친구가 별명을 부를 때, 내 욕을 할 때, 내 그림을 못 그렸다고 할 때, 내 물건을 함부로 만질 때 등 다양한 사례가 나왔답니다. 『앵거게임』 은  안에는 ‘화’로 인해 학생들이 좌충우돌 부딪히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답니다.

 

작가님 핸드폰에 앵거게임 앱이 깔린다면, 어떤 상황에서 '화를 내며 공격하겠습니까?'라는 알림이 뜰 것 같나요? 그리고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합니다.


2년 전부터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좋그연)>에서 그림책 에세이 공저를 쓰기 위해, 운영진들과 정기적으로 합평을 진행했는데요. 처음에 제가 쓴 글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때, 제 마음속에 화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화를 내며 공격하겠습니까?’라는 알림창이 뜨겠죠? 당연히 ‘아니오’를 누르겠지만요.(웃음) 그런 다음에 제 안의 ‘화’를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는데요. 그 안에는 ‘글을 정말 잘 쓰고 싶다’라는 열망이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노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글을 단련하는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좋그연 운영진들의 피드백 덕분에 제 글이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 이제는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있답니다.

 

책에서 콕 짚어 언급되진 않지만 독자들이 책을 읽고 생각해봤으면 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화는 나의 욕구를 들여다보게 하는 신호인데요. 내가 원하는 것을 가장 투명하고 정확하게 보여주지요. 요새 학생들이 바쁜 스케줄에 허덕이다 보니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랄 때가 많잖아요. 화를 통해 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의 우선순위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앵거게임의 이벤트로 <앵거 다이어리>를 만들었답니다. 화를 통해 나의 진로를 발견할 기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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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운영진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신데요. 작가님에게 그림책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그림책이란 ‘삶의 압축본’이에요. 그림책에는 글과 그림의 언어로 버무린 각양각색의 삶이 펼쳐져요. 나만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렌즈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확장해줘요. 무엇보다 그림책의 ‘단순성’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데요. 0세부터 100세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계층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이 그림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달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의 나눔 모임을 통해, 그림책을 애정하는 어른들을 만나는데요. 그림책을 매개로 삶의 이야기가 정말 풍성하게 흘러나온답니다.

 

앞으로 어떤 책을 쓰실지 귀띔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의 창작의 원동력은 삶에서 마주치는 문제예요. 우리는 매일같이 여러 문제를 만나잖아요. 항상 찾아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겪는 두려움과 중압감은 상당하죠. 그리스어로 문제(problema)란 생기면 안 되는 게 아니라, 그저 앞에(pro) 던져진 것(blema)이래요. 내 앞에 문제를 만나면 내 인생의 ‘질문’이 생기거든요. 그 질문을 오랫동안 매만지다 보면 한편의 이야기가 생기더라고요. 내년에는 제 안의 두려움을 꺼낸 그림책이 출간될 예정이고요. 노트북에는 아직 미완성된 원고가 많은데요. 모두 출발점은 삶의 ‘문제’로부터 시작했어요. 더불어 교실에서는 학생들도 자기 삶을 이야기하는 주체로 설 수 있게 ‘그림책 창작으로 성장하는 교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답니다.

 

 

 

* 조시온


13년 차 초등학교 교사로서 그림책을 매개로 학생들과 삶의 여러 이야기를 나눕니다. 감정은 우리 삶의 근본적인 힘이 되는데요. 화의 에너지를 여러분의 소중한 것을 지켜 내는 데 사용하길 응원하며 이 글을 썼습니다. 쓴 책으로는 『맨발로 축구를 한 날』이 있으며, 현재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앵거게임 조시온 글/임미란 그림 | 씨드북
13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운영진인 글쓴이가 학생들이 화나고 화내는 순간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글을 쓴 그림책입니다. 화라는 감정을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어린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상황을 콕콕 짚어서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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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