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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지나던 곳이고 늘 하던 일이었는데도 뭔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주말 연휴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예정되어 있던 일들을 취소하고 집에만 있다가 나온 참이었다. 저기 옆 건물에 확진자가 생겨서 폐쇄될 예정이고 또 어떤 확진자가 병원을 탈출해서 이 지역을 돌아다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밖에서 요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게에 들어섰는데, 사람은 거의 없었고 거리두기를 위해 테이블을 옆으로 치워 두었다. 이상하게 더 휑한 거리를 보니 마치 좀비영화 속에 들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던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한동안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로 나름의 생활을 잘 유지해 왔었던 상황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곁에 있을 땐 잘 모르다가 그의 부재를 통해서 존재감을 느꼈다는 노래 가사처럼, 소중했던 일상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날들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심너울 작가의 단편집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정적’,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신화의 해방자’, ‘최고의 가축’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는 소설집이다. 수록된 단편들은 SF 소설이지만 그 배경과 시간이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대의 서울을 다루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정적’ 은 마포구와 서대문구, 신촌을 중심으로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는 사건으로부터 이야기가 진행되고,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는 일산과 홍대 서교예술실험센터, 경의중앙선 열차와 백마역이 등장한다. ‘신화의 해방자’ 와 ‘최고의 가축’에서는 관악산에 용이 살고 있다는 설정인데, 이 모든 장소들을 다 가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소설 속의 이야기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이야기 속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이 가까워서일까, 이야기 속 SF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찐’ 현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 한국 SF소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작품들도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나 역시 즐겨 읽고 있다. SF소설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가 생각해 보면 가상의 세계에 우리의 삶을 올려놓았을 때, 이전에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력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처럼 나에게 여러 물리적 제약이 있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상황에서 벗어난다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 천동설에서 지동설을 믿게 되는 정도의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도 일상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왠지 과학적으로 조금 지식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관을 상상해 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현실과는 멀리 있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도 한다. 눈을 흐리게 뜨고 매직아이를 바라보면 그 속에 있는 글자가 떠오르듯 말이다.
그러나 오늘 나는 SF소설의 인기 비결이 우리 앞의 현실이 더 SF같아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요즈음만 하더라도 바이러스에 무너지고 있는 인류의 모습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웃픈 헤프닝들과 이기적이고 반지성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영웅들의 존재를 깨닫기도 한다.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환경문제 또한 그렇다. 예전에는 SF소설을 읽으며 ‘아주 말도 안 되는 농담 같은데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느꼈다면, 지금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소설보다 뉴스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이이언의 ‘세상이 끝나려고 해’를 선곡해 보았다. 세상이 정말 끝나버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준비하는 일은 왠지 부질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마음이다. 세상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세상이 끝나는 일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세상이 끝나려고 해
누구의 무슨 잘못인지
세상이 끝나려고 해
이 노래가 끝날 때쯤엔 아마도
너와 나도 세상도 아무도 없겠지
너도 나도 세상도 아무도 없겠지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아직 미안하다 말하지 못해 미안해요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아직 미처 다 알지 못한 내가 아쉬워요
마음껏 술을 마셔요
숙취의 내일은 없을 테니
마음껏 술을 마셔요
이 노래가 끝나기 전에
어쩌면 우리 모두 다시 만나겠지
어쩌면 우리 모두 다시 만나겠지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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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원
뮤지션. 인디계의 국민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1대 리더. 브로콜리너마저의 모든 곡과 가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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