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요즘 정말 우울하고 무거운 나날 같아요. 코로나-19로 힘든 시간 보내고 계신 많은 분들께 응원과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프랑소와 엄: 이 힘든 와중에 저희에게 아주 기쁜 선물이 도착했어요. 지금 단체티셔츠를 입고 있는데요. 청취자이신 ‘귤락’님께서 저희의 캐리커쳐를 그려서 티셔츠로 만들어 보내주셨어요. 마침 오늘 딱 도착해서 입고 녹음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책읽아웃> 팬카페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불현듯(오은): 힘든 날이어도 어떻게든 재미를 찾아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주제는 ‘밀레니얼의 갬성으로 고른 책’입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하정 저 | 좋은여름
저희 찐 청취자시죠. '언두북스'님의 인스타에서 발견한 책이에요. 덕분에 하정 작가님과 좋은여름 출판사를 알게 되어서 정말 기뻤어요. 하정 작가님의 전작은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예요. 그 책은 덴마크에서 만난 귀여운 할머니와 멋진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오늘 소개할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는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의 프리퀄입니다. 마치 영화처럼 '우리는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가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마지막 장에 등장하거든요.(웃음) 몰랐다가 그제야 깜짝 놀랐어요.
이 책은 작가님이 덴마크에 있는 생활공동체 '스반홀름'이라는 곳에서 두 달 간 생활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약 150명의 사람들이 집과 식당, 자동차, 각종 생활시설을 공유하면서 모여 살고요. 이들 가운데에는 교사, 사업가도 있는데 수입의 70%를 공동체에 납부해요. 공동체에 내부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자체적으로 농사도 짓고 있는데 이곳 농산물이 유기농에, 품질이 좋기로 유명해서 판매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저는 이 생활 방식이 놀라웠어요. 자본주의의 한계를 돌파했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이것이 딱 밀레니얼의 갬성이 아닐까 생각도 했어요.
작가님이 스반홀름 홈페이지에 있는 소개글을 책에 소개했는데요. 정말 인상적인 내용입니다. 들어보세요.
“어떤 사람이 요령을 피우고 예외적인 혜택을 원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따지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것은 품위 있는 행동이 아니며, 또한 우리를 어디로도 이끌지 않는다.”
이런 문장은 모두가 마음에 품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후위기다 코로나다, 해서 요즘처럼 '속도조절'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때에 이곳의 지속가능한, 그래서 미래지향적인 생활방식을 보는 것이 참 좋았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사이하테 타히 저 / 정수윤 역 | 마음산책
사이하테 타히는 하나의 장르가 돼 종횡무진하고 있는 일본의 여성 시인입니다. 이 시집이 일본에서 3만 권 이상 판매가 되었다고 해요. 일본에서 이것은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하는데요. 시를 읽어보니 이유를 알 것 같더라고요. 우선 아주 거침 없어요. 최근에 읽은 시집 중에서는 문보영 시인의 첫 시집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물론 일본의 상황도 있고, 도쿄의 밤 같은 것을 묘사하는 부분이 국지적인 것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세대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충분히 잘 드러내고 있는 시집 같아요.
밀레니얼 세대는 텍스트에도 익숙하고 영상 매체에도 가까운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이하테 타히의 네 번째 시집인 이 책을 가지고 어떤 영화 감독은 영화를 만들었어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라는 제목의 영화인데요. 이 책 뒤에 감독과 시인의 대화가 등장하고요. 저는 타히의 말 중에 이 말이 정말 좋았어요. “눈 앞에 수많은 괴로움이 나타나고, 그런데 인간은 다들 누구나 괴롭잖아요. 내 괴로움이 특별해 보이지만 실은 밥 먹는 횟수만큼 괴로운 게 인간이니까요.” 저는 이 말처럼 좋은 경우도 여러 번일 수 있단 생각을 했어요.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지나가는 고양이, 행인이 지어주는 미소 같은 것에 고마움을 느끼잖아요. 밀레니얼은 가벼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러나 들여다 보면 가볍되 가볍지만은 않은 사람들 같다고 생각해요.
가령 「시부야의 시」라는 시에는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귀여움이 없으면 죽임을 당하는 곳’이라고요. 삐뚤어진 시선도 중요한 것 같거든요. 어쨌든 이곳에 맞춰 살려다 보면 지금 사회에서 규정한 표준대로 살다가 내가 희미해지거나 지워질 수 있죠. 이럴 때일수록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삐딱한 시선, 삐뚤어진 태도를 가지고 통과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참 잘 보여주는 시집이어서 읽을 때마다 놀라움을 갖게 됐고요. 이 시집을 보시면 읽자마자 직관적으로 무언가가 툭 던져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전홍진 저 | 글항아리
이미 베스트셀러인 책이라 소개를 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요. 저자 분의 <채널예스> 인터뷰를 봤는데 정말 좋아서 가져왔습니다. 인터뷰 중 기자님이 어떤 사람들한테 특히 추천하고 싶은지 물었는데요. 저자 분이 10대와 20대라고 답하신 거예요. 보통 이런 책은 30-40대가 많이 읽을 텐데 말이죠. 저자님은 10대, 20대부터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하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권하고 싶다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휴학하는 친구들 중 예민한 친구들이 많다는 얘기도 하시고요. 저는 비교적 어릴 때부터 제가 예민하다는 것을 파악했고, 이 기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서 이 예민함을 가지고 잘 관리해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온 경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도 흥미로웠어요.
저자 분은 지금까지 우울증 환자를 만 명 정도 만나왔다고 하고요. 예민함을 잘 발전시켜서 성공한 사례도 많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 어떤 마음 가짐을 갖고 지내는 것이 좋다, 라는 것을 아주 쉽고 재미있고 간결하게 쓰셨어요. 가장 좋았던 부분은 5부 ‘나의 예민함을 업그레이드하자’였는데요. 어린 시절의 부족한 환경, 자신의 예민성에 휘둘림, 현재의 스트레스 등이 한쪽에 있어서 우울증과 불면증 타인에 대한 분노가 오는데 여기에 ‘현재에 집중하기’, ‘자신의 예민성에 대한 선택과 집중’, ‘스트레스가 과다할 때 해소할 방법을 찾기’ 등 각성을 낮추는 생활습관을 접목 시켜 예민함을 다듬어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요.
예민한 사람들의 경우 배우자나 친구를 찾을 때 자신이 갖고 있는 예민함의 좋은 면을 발견해주는 사람을 찾는 게 좋다고도 조언하고요. ‘내가 너무 예민한가’ 또는 ‘상대가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코로나블루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특히 지금 시점에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예민함을 오히려 더 잘 계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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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