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 경제의 미래』는 시대의 변화와 목표를 이해하기 위해 인문학적으로도 접근한다. 미국의 독립전쟁 이후 미국이 주도한 ‘국가와 시민의 변화’, 일본 메이지유신으로 대변되는 ‘개혁적 변화’, 뉴질랜드의 ‘위에서 아래로의 변화’를 살펴본다. 각국의 시대적 상황과 그에 따른 변화와 개혁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변화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질서 전환의 시대에 대한민국의 현재 좌표는 물론 기업과 개개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해하며 경쟁력을 갖추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혼돈의 시대, 경제의 미래』 를 집필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2019년 12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의 리포맷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경제는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경제 감정을 가지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한국의 증시 및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이끄는 것은 한국은행이나 기재부의 통화 및 재정 정책이 아닙니다. 방송과 언론에서 얘기하는 단편적이고 파편적이며 비정상적인 논의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시아 외환위기, IT 버블과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배운 게 아무것도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책의 내용 중에 ‘한국경제의 위기와 기회’가 있을 것이란 내용을 다뤄 주셨는데요. 이런 경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독자들이 미리 공부할 수 있는 자료들이 따로 있을까요?
책을 읽어보시면, 많은 미래 산업에 대한 얘기들이 나옵니다. 과연 한국경제와 산업구조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기술력이 있는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예컨대, 디지털 기술의 시대, 환경 및 에너지 관련 이슈, 기초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사람이 곧 자산인 한국경제에서 하루 빨리 기초 과학을 양성하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만이 미래 산업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초가 됩니다. 이를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기초가 없는데 어떻게 메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 생산품을 내놓을 수 있는지요? 이를 하루 빨리 인지하는 것이 기회가 될 것이고, 이를 계속 무시하면서 남의 기술을 뒤따라가도 된다는 생각은 위기가 될 것입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국내 산업이 있다면 한 가지만 말씀해주시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술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대다수 국민들은 듣고, 알고 그리고 믿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바이오 산업은 아직 우리가 개발한 신약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보다, 제네릭 바이오 쪽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산업분야를 놓고 본다면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는 역시 반도체 분야일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반도체 기술은 미래 우주항공 산업과, 무인 자동차 등에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유통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하지만, 무인 전기 자동차나 드론 등에 쓰이는 반도체는 소위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와는 다른 설계도면과 알고리듬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쓰이는 다양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술은 원초적 기술과 창의적 기술 개발력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미국 캔자스 주정부’에서 일하셨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혹시 어떤 일을 하셨는지 소개를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Kansas Corporation Commission이라는 곳에서 Managing Economic Researcher로 8년 조금 넘게 근무했습니다. 미국은 각 주정부마다 전기, 가스 및 통신과 관련해 가격 및 수급 정책들을 수립하고, 주민 및 소비자보호 계획과 미래 계획까지 입안합니다. 예컨대 가격이나 수급 결정, 가격 변동성 위험 회피 등에 관한 정책을 집행할 경우, 공청회는 물론 청문회 절차를 걸쳐 기업들의 독과점을 견제합니다. 주시민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가격 결정의 투명성과 합리성 등을 늘 추구하는 곳에서 일했습니다.
앞으로 세계 속에서 성장하는 한국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 한국 국민들이 취해야 할 자세가 있다면 당부 부탁 드립니다.
BTS와 한류처럼 국격 있는 의식과 상식을 가져야 합니다. 국민이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글로벌 질서 변화에 가장 빠른 정보와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산업과 문화의 갭을 메울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실질적인 말과 행동에 상식과 공정의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아무쪼록 많은 정보를 통해 수집한 내용을 철저히 분석하고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이 필요합니다. 향후 잠재성장률 하락, 출산률 0.84% 이하로 하락 등이 예상되는 한국경제에서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계몽하지 않고서는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 몇 가지만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장의 흐름을 크게도 보고 작게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경제학은 글로벌적 시각, 국가, 지역사회 및 기업과 가계 등의 이해관계를 모두 동시 다발적으로 다루며 또 기업, 가계 및 정부라는 경제 3주체들 간의 이해 충돌에 따른 합리적 해법을 찾습니다. 흔히 수학을 잘해야 경제학을 전공한다 합니다. 이는 사회과학에도 계량화가 필요하기에 수학이라는 제3의 언어를 빌려올 뿐입니다. 수학을 잘해야 경제학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변화의 핵심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입니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아시아 외환위기 등은 인간의 본능적 탐욕을 제어하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윤리적이고 도덕적 기준의 준거를 어디에 둘 것인지 나름의 철학과 사상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야할 것입니다. 기본소득, 부동산 시장, 양극화 등의 문제를 사회과학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심리학, 사회학, 인문학 등의 관련 학문에 대한 이해가 클수록 좋습니다.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점을 단 한 줄로 요약하면, “2019년 이후 세계는 가차 없이 변한다”입니다. 산업구조와 질서, 수급 체계(온라인과 오프라인), 질병과 인간의 삶, 양극화 심화 등 이전의 세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 변화의 바람에 맞설 수 있는지, 있다면 맞설 것인지 피할 것인지 등의 근본적 질문에 답해보자는 겁니다. 말로써 구호를 외치는 것은 더 이상 무용합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경제 문제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과거 우리가 ‘변화’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일 때와 소극적이며 수동적일 때의 차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21세기 새로운 문명과 산업발전에 직면한 우리가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정직하게 답을 찾아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곽수종 현재 리엔경제연구소를 설립하여, 국제금융과 국제경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대학의 교수직을 거쳐, 미 캔자스 주정부에서 일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캔자스대학교에서 파생상품 금융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선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8년 이후 캔자스 주 공공기업위원회(Kansas Corporation Commission)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미주경제 팀장을 지냈으며, 2005년 당시 이미 국제 금 시세가 온스당 2천 달러까지 상승하고 ‘금본위제도’가 부활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2006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인 Peterson IIE에 객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기간에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2007년 8월 이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 과정을 미국 워싱턴D.C.에서 직접 연구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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