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말’은 아이들의 학습과 행동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효과는 아이들의 평생에 걸쳐 지속된다. 교사의 말 한마디가 어떤 아이에게는 평생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아이에게는 평생 귓가를 울리며 힘을 주는 응원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교사의 한마디에는 아이를 성장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사소한 듯 보이는 일상생활의 대화, 그 속에서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는 과연 무엇이 쌓여가고 있을까? 늘 아이들 가까이에서 일하며 아이들 마음에 진심이 가 닿길 바라는 다섯 명의 교사가 이 책을 번역하며 느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전해왔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있다면요?
이석영 : 우선, 제 언어를 성찰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번역을 위해 원고를 여러 번 읽으며 교사로서 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가졌던 저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니 제가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사용해왔던 여러 표현 중 잘못된 표현들이 꽤 많더라고요. 좋은 의도로 한 말인데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게 놀랍고도 두려웠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했지요. 한방 맞은 것 같았어요. “그동안 나를 거쳐 간 모든 아이들아, 선생님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면 용서해주렴. 선생님의 의도는 그게 전~혀 아니었단다.” 이렇게 용서를 빌고 싶네요.(웃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이 책은 굉장히 실용적이에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무심코 써왔던 익숙한 표현들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주고, 각각의 표현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쉽고 간단한 대체 표현까지 제시해주죠. 그 점이 무척 좋았어요. 사례 하나하나가 매우 실제적이라서 더욱 공감이 됐고, 대체 표현도 당장 내일 활용할 수도 있을 만큼 현실적이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나은진 : 저도 동감입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2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이제껏 ‘교사의 말’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딱히 없었고, 이에 대한 연수나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껴왔지만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준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은 그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번역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고요. 교사로서 나의 말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부모로서 나의 말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것이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습니다. 또 아이들의 심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교사의 말’이라는 주제에 대해 평소에 문제의식을 갖고 계셨나요?
최희진 : 네,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무슨 말이냐 하면, 저는 ‘교사의 말’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아이들과의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체감합니다. 더욱이 교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특히 성취도가 낮은 학생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교사로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보고 배운 것이 있긴 하지만 확신을 갖고 행동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이런 생각도 들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교사의 말이 아이들에게 무슨 영향력이 있겠어.’라며 냉소적이 되기도 하죠. 이렇게 교사로서 나 자신의 말에 대해 양면적인 생각이 공존하고, 그로 인해 이따금 혼란스러운 걸 보면 이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경아 : 저는 좀 더 구체적인 고민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단호하게 지시하는 언어와 온유하게 권유하는 언어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에서 단호하게 지시해야 할 때도 있지만, 또 사적인 대화에서처럼 친근하게 권유해야 할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 분별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친근하게 대했던 선생님이 엄격하게 대할 때 아이들도 더 크게 상처를 받는 것 같고요. 이러한 부분에서 명확한 코칭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언어 습관과 관련하여 평소의 고민에 대해 이 책에서 어떤 답을 얻으셨나요?
정경아 :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단호함과 온화함을 분별하고 각 상황에 맞게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큰 변화는 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것인데요, 솔직히 이전에는 학생들이 규칙을 어기면 일단 화가 났어요. 그런데 이제는 잘못된 점을 곧바로 지적하기보다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내가 이 상황에서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한 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예컨대 모둠 활동 중에 친구에게 갑자기 욕을 하는 학생에게 이전에는 “친구한테 누가 그렇게 함부로 말하니?”라며 지적했다면, 이제는 “이럴 땐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보자.”라고 차분히 얘기해줍니다. 또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이 있을 땐 “스마트폰 이리 주고 수업 끝나면 찾아가렴.”이라고 단호하게 얘기하죠. 제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이성적으로 말하니까 오히려 아이들도 그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이지현 : 이 책에는 교실 대화의 각각의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고 무슨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나와 있어서 지금 당장 교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실제로 책에 나온 표현 중 일부를 교실에서 시도해봤는데 놀랍게도 저와 학생들 모두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 교실 현장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요?
이석영 : 아무래도 전면 등교를 앞두고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어려움이지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학생들의 학습 습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학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예전보다 훨씬 부족해졌습니다. 학력 격차와 기초학력문제, 학습 부진 등의 문제가 불거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과 정서 발달에 큰 공백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아이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의사소통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기본적인 예절 교육도 이뤄지지 않아서 정말 큰 문제입니다. 학교라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세, 기본기, 지금 교실 현장은 이런 기본적인 것을 갖추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때일수록 ‘교사의 말’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교육의 성패는 아이들과 교사와의 긍정적인 관계에 달려 있고, 그 핵심은 서로 주고받는 ‘말’에 있으니까요.
나은진 : 네, 맞습니다. 이 외에도 고등학교에서는 조금 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입시로 인한 성적 지상주의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든 못하는 학생이든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자신에 대한 인식, 즉 ‘자아’상에 성적의 영향을 받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자신을 일찌감치 패배자로 인식하고 주변인이 되어버리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무자비한 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 당하며 시험 점수에 혈안이 된 채 살아갑니다. 오로지 성적에 의해서만 ‘나’라는 사람의 자존감의 크기가 결정될 정도로 고등학생 대다수가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렇게 위태위태한 학생들에게 교사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말 한마디에서 힘을 얻고 그 말을 버팀목 삼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교사의 말은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죠.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이지현 : 교사의 말이니까 교사라면 누구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자신의 언어습관에 대해 고민하시는 교사든,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시는 교사든, 교직에 막 입문하신 교사든, 모든 교사가 읽어보시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 책에서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모두가 교사다.’라는 문장을 매우 인상 깊게 읽었는데요. 교사의 범위를 굉장히 넓게 본 저자처럼 교사, 학부모, 강사, 교장, 교감, 지역아동센터 교사, 센터장 등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모두가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학생들과 어떤 식으로든 상호작용을 하는 어른, 배움과 가르침이 있는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정경아 : 이 선생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모두가 매일같이 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데도 말하기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이 놀랍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저절로 글을 잘 쓰게 되지 않는 것처럼 말하기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특히 교사의 업무 대부분이 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생각하면 이제 막 교직에 들어선 초임 교사든, 경력이 많은 베테랑 교사든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은 모든 교사에게 ‘말하기’ 측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교직생활 전반에 대한 성찰의 세계로 인도해줄 가이드 역할도 할 겁니다.
이 책이 수업 현장에 가져올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희진 : 무엇보다 학생들을 존중하는 교사의 모습이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 나아가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존중하는 바람직한 수업 분위기까지 조성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사실, 교사가 학생들을 존중하는 언어로 대하면 학생들도 교사에게 예의를 갖춰 응하기 마련이죠. 특히, 가정에서 존중 받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존중 받는다’는 느낌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이야 말로 자신이 ‘존중 받는다’는 느낌, ‘따뜻한 관심을 받는다’는 느낌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니까요.
이지현 :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는 것은 대개 ‘말’ 때문이잖아요. 이 책에서 제시한 대로 교사 자신의 언어 습관을 점검하고, 학생들과의 대화 상황에서 올바른 표현을 사용한다면 학생과 교사가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이 줄고,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한 아직 바람직한 언어 습관을 형성하지 못한 학생들이 교사를 통해 좋은 언어에 노출되면 학생들도 좀 더 나은 언어 사용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무심코 써왔던 교사 중심적인 표현을 학생 중심의 표현으로 바꿔 말함으로써 학습의 주체가 교사가 아닌 학생으로 재정립되어 학생 중심의 배움으로 나아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생기고요.
책을 읽은 교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석영 : 감사하게도 책이 출간되자마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SNS에 좋은 후기도 많이 올려주셨는데요, 몇몇 후기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신 선생님들의 후기를 요약한 것입니다.
@mycozyst*** 교사로서 직업적인 필요에 의해 읽기 시작했지만 부모로서 엄마의 말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아이들은 존중 받기 원하고 공정하게 대하길 원한다는 것(29p)! 교사가 아니어도 모든 부모들에게 강력하게 추천! @biobib*** 무심코 하는 교사의 말이 학생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그렇기에 어떠한 표현으로 말해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이야기 해주어 좋았다. 이 책을 늘 옆에 두고,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은 어떠했는지 생각해보며 더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을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ryu5*** 내가 학생일 때와 요즘 교실 상황은 확실히 많이 다르다. 옛날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필기 열심히 하고 시험 잘 보면 됐는데 요즘은 학생들 스스로 배움을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들이 많고 교사는 그것을 돕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 (...) ‘내가 교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요즘 시대에 맞는 말하기인가?’ ‘내 표현 중에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는 말은 없을까?’ 이 책을 보며 내가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교실 속 나의 언어들을 되돌아보게 됐다. |
*마이크 앤더슨 (저자) 15년 이상의 폭넓은 교수경력을 지닌 교육자. 사회성-감성 교육, 선택기반의 개별화수업, 효과적인 훈육법 등 교사에게 꼭 필요한 교수전략을 제공하는 교육컨설턴트로서 미국 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Learning to Choose, Choosing to Learn: The Key to Student Motivation and Achievement(선택하는 법 배우기, 배우는 법 선택하기: 동기부여와 학업성취를 위한 열쇠)』가 있다. *이석영 (역자) 상도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학생 한 명 한 명이 빛나야 한다는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마음처럼 되지 않아 매일 고군분투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역서로 『교사의 말』이 있다. *나은진 (역자) 석관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영어에서 진로까지!” 영어에서 출발해 다양한 진로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자 노력하며, 한 명 한 명을 글로벌 인재로 성장시키고픈 열정이 있다. 역서로 『교사의 말』이 있다. *최희진 (역자) 용인백현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한 아이 한 아이의 배움과 성장에 집중하며 아이들 모두가 자신의 학습에 주인공이 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역서로 『교사의 말』이 있다. *정경아 (역자) 창일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배움이 즐거워 배움의 기쁨을 학생들과 나누고, 학생들과 더불어 성장하고자 노력한다. 역서로 『교사의 말』이 있다. *이지현 (역자) 관악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모두가 제몫을 해낼 수 있는 배움이 있다고 믿는다. 학생들 각자 스스로를 믿고 배움의 터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역서로 『교사의 말』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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