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월간 채널예스>에 실린 연재 칼럼은 총 80여 개. 그중에서도 출판 편집자들이 가슴 두근대며 읽은 칼럼은 무엇일까? |
<수신지가 사랑에 빠진 그림책>
그림책 작가의 책장 속에는 어떤 그림책이 있을까
글쓴이 : 수신지(만화가)
연재 기간 : 2021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읽기 : 채널예스 웹진(ch.yes24.com) ▶ 칼럼 ▶불후의 칼럼 ▶ 수신지가 사랑에 빠진 그림책
삶은 계속된다, 끝까지
“수신지 작가의 『며느라기』를 처음 본 날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곤』, 『3그램』을 읽으며 나는 수신지 작가와 속절없이 사랑에 빠졌다. 내가 사랑에 빠진 작가가 사랑에 빠진 책이라니!아무리 콩깍지가 씌었기로서니 추천하는 열에 한둘은 갸웃하게 마련인데, 칼럼에서 추천하는 책들은 한 권도 빠짐없이 바로 내 장바구니를 거쳐 책장 가장 아끼는 칸에 꽂혔다.”
여기까지가 원래 내가 쓰려던 글이다. 이 원고를 청탁받은 2주 전, 나는 꿈에도 몰랐다. 열흘 뒤 내가 암 진단을 받을 줄은. 그리하여 약속한 마감일을 어길 줄은. 청탁 메일을 받자마자 <수신지가 사랑에 빠진 그림책> 칼럼을 꼭 추천하고 싶으니 우선권을 달라고 우기며 마감을 칼같이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무색했다. 포기하고 싶었다. 매일같이 온갖 검사에 팔뚝이 바늘구멍으로 벌집이 되어가는 마당에, 머릿속엔 온통 내일에 대한 불안감만 가득한 상황에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칼럼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리고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윤지회 작가의 마지막 이야기 『도토리랑 콩콩』을 추천한 칼럼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참 끝까지 지회 언니답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래, 죽음을 눈앞에 두었다고 해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안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 언니는 마지막까지 언니의 모습대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_「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 같이 ‘콩콩’」 중에서
마감을 어겨 죄송하다고, 못 쓸 것 같다고 적던 메일을 지우고, 혹시 얼마나 더 시간을 주실 수 있는지 물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1년 전 <월간 채널예스>에서 저 칼럼을 읽을 때는 스쳐 지났던 문장이다. 윤지회 작가가 마지막 책을 받아 들고 어떤 기분이었을지, 수신지 작가가 그 책을 어떤 마음으로 추천했을지, 여전히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마음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을까(그러고 보니 수신지 작가의 『3그램』도 본인의 난소암 투병기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마음이 새롭게 다가올지 설렌다면 거짓말 같겠지만, 진짜다. 지금 내 마음에 가까울 누군가에게 이 말을 꼭 나누고 싶다. 삶은 계속된다고.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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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위즈덤하우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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