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란 감정보다는 이성의 영역임을 밝히며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짜 자존감을 역설한 책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미경은 신간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에서 다시 삶의 주도권을 갖는 내면의 힘을 말한다. 회피, 자책, 연민 등 미처 의식하지도 못한 채 반복되고 있던 심리 패턴을 중단하고, 실행을 통한 '유능성의 경험'을 하는 것이야말로 상처를 흘려 보내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현재를 살면 저절로 없어진다"고 말하는 전미경은 상처 받은 과거보다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하며 "세상의 기준에서 줄 세우기 하지 말고, 나만의 기준에서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능성의 경험이 필요하다
이 책의 주제를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떠올렸다고 밝히셨어요. 어떤 발견이 있었던 건가요?
환자마다 갖고 있는 증상이나 진단은 다양하지만요. 관찰하다 보니까 굉장히 많은 분들이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반면에 머리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생각들로 가득했죠. 몸에 쓰는 에너지를 머리가 잡아먹고 있는 양상이었어요. 그런 환자 분들을 보면서 왜 그럴까, 저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을 가지게 되었죠. 그래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도 일종의 패턴이겠죠. 심리 작용에도 '습관'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죠, 성격이 예측되듯 심리도 패턴이 있어요. 하지만 이건 성격과 달리 밖으로 드러나지 않죠. 또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요. 저절로 돌아가요. 이때 짚어봐야 할 것은 패턴이 된 이유가 있다는 점이거든요. 왜일까요. 그게 편하니까 패턴이 된 거예요. 예를 들어 회피도 패턴이고요. 자책도, 연민도 다 패턴이에요. 또, 타인과 막 싸우려 드는 것도 패턴일 수 있는데요. 그 패턴이 돌아간다는 것을 자신은 모르는 게 문제예요.
자신에게 어떠한 심리 패턴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되기도 하겠네요?
실은요,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사람이 잘 안 바뀌어요.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요. 뭔가를 실행해서 내 인생이 좋아진, '유능성의 경험'을 해봐야 바뀌어요. 익숙한 건 바꾸기 어렵거든요. 안 바꿔도 그냥 살 만했잖아요. 패턴을 바꿀 경우,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텐데 그 변화와 도전, 그리고 무언가에 대한 포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대로 그냥 견디고 싶은 거죠. 이혼을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배우자인데 그냥 견디면서 살아요. 그러면서 "남들도 다 그렇잖아요"라고 말하죠. 남들은 안 그러거든요. 견디는 삶 외에 무언가를 성취하고 노력하는 삶을 사는 분들도 많아요. 패턴을 바꾸고, 자기의 정체성을 바꿔가면서 유능성을 발휘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실행하기는 힘들어요"(9쪽)라는 말을 환자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결국 부정에 대한 관성 때문이에요. 이 패턴에 익숙하니까 과거도 부정이었고, 현재도 부정이고, 미래도 부정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뭔가를 하더라도 그 일이 성공할 거라는 믿음이 없어서 그냥 살아가요. 내가 실행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자기 확신이 없죠. 상황과 맥락에 대한 사리 분별이 잘 안 되고요. 그렇지만 기준이 있으면 돼요. 예를 들어 저희 병원에서 가끔 진단서 문제로 큰소리가 오갈 때가 있어요. 저는 정신과적으로 미묘한 것들 외에 은밀한 사생활도 적혀 있기 때문에 진단서를 외부에 안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큰소리가 나도 그건 거절해요. 그런데 이런 기준이 없으면 어떨까요. 일이 생길 때마다 처음부터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머리가 복잡해지잖아요. 나만의 원칙을 세우면 많은 것을 시뮬레이션 없이 편하게 지나갈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실행을 통한 '유능성의 경험'이 필요하겠네요.
유능성은 실행을 해야 경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실행과 사리 분별력을 강조해요. 의외로 사리 분별을 잘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도 많거든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내 심리에 대한 내용은 안 배우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몰라요. 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선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대충 눈치로 배울 뿐 통찰 있게 배우지는 못하는 세상인 것 같아요.
플랜A의 실패가 내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
"자신의 숨겨진 심리적 역량과 주도력을 독자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11쪽)을 책의 목표라고 분명히 밝혔잖아요. 제목처럼, 작가님은 누구나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심리적 역량이란 나의 장단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등 자신에 대해 잘 알고 내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아는 것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객관적으로 서울대 갈 실력이 안되면 인서울 대학으로 목표를 바꾸고, 아무리 주변에서 의대에 가라고 해도 내가 콘텐츠 관련 일을 하기를 원하고 재능도 있다면 신문 방송학이나 문예 창작과에 가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해요.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사람들과의 모임에 끌려 다니며 기운 빼지 말아야죠. 그냥 주말에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덕질을 위해 팬미팅에 가면 돼요. 결국, 개별성과 주도성을 가지고 나만의 인생을 살자는 이야기고요. 이건 당연히 어려워요. 평범한데 어려운 거 아시죠. 평범이 비범이잖아요. 그러나 이 정도의 심리적 역량은 누구나 갖고 있어요. 배운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것뿐이에요.
"현재를 잘 살게 되면 자기 인식의 틀을 바꿀 수 있다"(67쪽)고도 하셨는데요. 현재를 잘 사는 법 중 하나로 '적극적 포기'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인생을 잘 사는 사람들은 대개 포기를 잘하더라고요. 적극적 포기예요. 특히 사람에 대한 포기인데요. 예를 들어 부모나 배우자가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은 나의 욕망과 기대거든요. 그 사람을 안 보고 나의 기대만 보는 셈이죠.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거예요. 그렇지만 그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잘 보고, 포기할 때는 포기해야 해요. 일도 마찬가지죠. 공무원 시험을 몇 년씩 보는 분들을 많이 보는데요. 나를 알고, 포기해야 할 땐 빨리 포기하고 다른 일 해야 해요. 적극적 포기는 그러니까 플랜A가 실패했다면 플랜B로 얼른 가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플랜A가 실패한 건 내 인생이 실패한 게 아니거든요. 그냥 상황이 달라진 것뿐이에요.
적극적 포기를 위해서는 자기 객관화가 우선돼야겠네요.
자기 객관화가 중요한데, 많이들 그걸 안 하고 싶어해요. 그냥 환상에서 살고 싶어 하죠. 자기 객관화의 세상은 잔인하잖아요. 그러나 나를 못났다고 생각하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다 다른 거거든요. 공부 재주는 없지만 영업 재주는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 사회는 세상의 기준이 너무 강력해서 그 기준 이하는 다 실패자라고 생각해요. 저는 세상의 기준에서 줄 세우기 하지 말고, 나만의 기준에서 선택하기를 바라요. 남들 보기에는 평범한 직업이라도 나만의 기준이 있는 분들은 행복하거든요. 근데 이게 없고 세상의 기준만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도 안 행복해요. 만족이 안 되잖아요. 서울대 가면 뭐 합니까, 하버드가 있는데요.
'편리'가 아닌 '가치'를 기준으로 선택하라고 했던 조언이 떠올라요.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하는데요. 선택한다는 것은 어떤 것은 포기하면서 인생의 기회비용을 내는 것과 같아요. 이때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편리를 선택하고요. 누군가는 가치를 선택해요. 짧게 보면 편리를 선택하는 사람이 이긴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가치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삶은 멀리 가되 옳아요. 가치를 좇는 삶이야말로 또 다른 생산의 삶이에요. 예를 들어 이혼을 하고 자식을 혼자 키워서 번듯한 사회인으로 내놓은 엄마가 있어요. 자신의 삶은 희생했지만 뿌듯한 삶일 거예요. 안락함(편리)과 뿌듯함(가치) 중 무엇을 선택할까 하는 문제는 살면서 계속 오는데요. 모든 경우에 뿌듯함을 선택할 수는 없겠지만요. 뿌듯함 쪽에 좀 더 무게 중심을 가지고 선택하는 삶이 되어야 해요.
트라우마는 현재를 살면 저절로 없어진다
관련해서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세계가 있어야"(116쪽) 한다는 이야기에 많이 공감이 갔어요. 이를 통해 과거보다는 현재나 미래에 더 집중할 수 있잖아요.
나만의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이 행복해요. 예를 들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일러스트나 공예품 같은 자신의 작품 올리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고요. 포스 타입이나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작가들도 생각할 수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행복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인 유희나 예술적 유희를 즐기는 사람들, 아니면 나만의 기쁨을 주는 그 어떤 무형의 세계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은 큰 능력이거든요. 돈이나 명예가 아닌 정신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꾸릴 수 있는 능력인데요. 이건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세계인 거죠.
멘탈이 좋은 사람들에게는 '믿는 구석'(127쪽)이 있다는 통찰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마이너스', '정상', 그리고 '플러스'의 삶이 있는 것 같아요. 설명하자면 '마이너스'는 열등감, 불안감, 트라우마를 헤매는 세상이고요. '플러스'는 행복, 인생의 의미와 가치, 목적을 고민하는 세상이에요. 이 가운데 저는 주로 정상과 플러스의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어렸을 때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거나 하는 트라우마는요, 현재를 살면 저절로 없어지거든요. 이걸 잘 모르는 것 같은데요. 현재 제대로 된 직업이 있고, 내 곁에 정말로 의미 있는 타인이 있으면 과거는 의미를 잃어요. 즉 플러스가 생기면 마이너스는 사라지는 거예요.
책에도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는데요. 힘든 과거가 있는 분이 커피숍을 내셨어요. 요즘 어떠시냐고 물으니까 디저트 고민, 메뉴 고민에 정신이 없다고 해요. 그전에는 항상 엄마가 그때 왜 그랬을까를 고민하셨는데 가게를 열고는 눈이 반짝반짝하더라고요.(웃음) 다시 강조하면 그래서 실행을 해야 해요. '외상 후 스트레스'도 분명히 있지만 '외상 후 성장'도 있거든요. 외상 후 성장의 삶은 현실을 산다는 거예요. 성폭행 피해자가 나 같은 피해자가 안 생기게 하기 위해서 연대하거나 강연을 다니는 등 사회적인 역할을 하잖아요. 그때 외상 후 성장이 일어나요. 현재를 열심히 살면 마음의 상처를 이겨낼 근력을 기를 수 있어요.
그런 의미로 상처받은 내면의 어린 아이에게 너무 집중하지 말라고 하신 거군요?
상처받은 내면의 어린 아이는 존재해요. 그러나 그 아이를 끌어안고 산다고 해서 내 인생이 건 설적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죠. 그건 말 그대로 과거의 망령과 부정의 세계에서 헤매는 것과 같아요. 긍정을 늘려서 부정을 상대적으로 없애야죠. 그런데 상처받은 내면 아이라는 말, 네가 다 맞아, 네가 다 옳아,라는 말이 얼마나 귀에 듣기 좋아요. 내 인생의 책임을 과거와 타인에게 정당하게 돌릴 수 있고 현재 이처럼 무력하게 사는 것도 과거 때문이구나, 하면서 현재의 삶에 대한 타당성도 부여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다음은요?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갈 수는 없잖아요.
저는 내면의 아이가 있더라도 일단 내버려두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서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하고 싶어요. 과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은 내버려두고, 지금부터 나의 현재를 잘 살아서 내 '미래의 내면 아이'를 튼실하게 키우자는 거죠. 지금까지의 인생 시즌1은 부모 때문에 망했더라도 지금부터의 인생 시즌2는 내가 만들어가자고요. 그렇게 내 인생을 충분히 살 수 있어요.
복수의 힘으로 현재를 살자
정신과에서 만나는 환자들이 하는 고민의 9할 이상을 차지하는 주제가 '인간관계'라고 하셨죠. 이때 MBTI보다 우선 보아야 할 것은 "그 사람의 도덕성"(208쪽)이라고 했어요.
도덕성이라는 말은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말이 아니에요. 저는 굉장히 개인적이어서 다른 사람한테 민폐 주는 것도 싫어하고, 피해 받는 것도 싫어하거든요. 그러니까 도덕성은 나만의 기준과 철학을 갖고 살자는 이야기예요. 사실 공적 영역에서는 도덕성보다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인성이 별로여도 실력 좋은 사람들을 원하잖아요. 반면, 사적인 영역으로 갈수록 인성이 중요한데요. 이걸 잘 못 보고 그냥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결혼할 때는 인성보다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보는 실수도 하고요.
저에게는 인성이 사람을 판단하는 거의 전부예요.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은 절대로 관계를 맺지 않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맺은 관계 안에서 저는 안전하고 평화로울 수 있어요. 저를 배신하거나 이용하는 사람, 수단으로 삼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문제는 도덕성이나 인성은 알아보기가 쉽지 않아요.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경우가 돼서야 알게 되죠. 내가 어려운 순간에 있을 때, 그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알게 되고요. 혹은 그 사람이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모습을 우연하게 보면서 알게 되는 건데요. 뾰족한 방법은 없어요. 열심히 보려고 노력하는 수밖에요.
또 현대의 개인이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하는 것은 '스트레스'잖아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사고가 경직되어 있고, 스스로 만들어낸 어떤 명제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뭔가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곧장 자기 비하를 하거나 나는 망했어,라고 생각하는 식이죠. 이혼은 그냥 결혼 생활이 끝난 거지 인생이 망한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망했다고 생각해요. 되게 극단적이고 경직된 사고잖아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자기 점검을 많이 하는데요. 이걸 자신은 완벽주의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면서 별 것 아닌 아주 작은 실수까지도 체크를 하죠. 작은 실수와 큰 실수는 구분을 해야 하는데 모든 일이 다 동급인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힘들죠.
그래서 유연해지자는 거죠. 실수해도 괜찮고, 일의 경중도 따지고요. 이걸 할 수 있는 분들은 작은 것에는 스트레스 안 받아요. 작은 실수는 툭툭 쳐내고 과하게 심각해지지 않죠. 제 경우 일단 스트레스 상황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은 '내가 노력하면 풀 수 있는 일인가?'예요. 그럴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깨끗하게 잊어요. 또, 아메바처럼 살자는 게 저의 컨셉이라서요.(웃음) 전화번호나 차 번호도 못 외워요. 그런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권하는 행동이 뜻밖에 '운동'이라는 부분도 재미있었어요. 마음의 문제로 찾아온 분들에게 몸의 답을 내놓는다는 것이 말이에요.
몸과 정신은 연결되어 있어요. 자신의 심리를 말로 표현 못하는 환자들 가운데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거나 소화가 안 된다고 말하시고요. 그러니까 반대 방향에서, 신체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해요.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에요. 우울증에 운동이 정말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거든요. 운동을 열심히 하면 작은 성취감도 얻을 수 있고, 긍정적인 자기 개념도 생기니까요. 그래서 운동을 상당히 많이 권해요.
제 경우는 그밖에 책 읽기에서도 스트레스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이 방법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 한해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이에요. 책 읽는 행위가 유일하게 주도성을 가진 여가 활동이거든요.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주도성이 없잖아요. 운동은 신체적인 주도성은 있지만 정신적인 주도성은 떨어져요. 반면에 책은 스스로 집중해서 읽어야 하고, 생각을 하면서 인터렉티브가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 받으면 책을 읽어요.
지금 마음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심리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요즘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죠. 주인공 '문동은'이 복수를 하는 내용인데요. 저는 복수하라고 얘기 해요. 공적인 복수는 법의 테두리에 있는 복수예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면 고소하는 것, 정당한 일이에요. 한편 사적인 복수는요, 열심히 잘 사는 거예요. 문동은도 복수의 힘으로 지금은 번듯한 선생님이 됐잖아요. 자기 집도 갖고 있고, 썩 괜찮잖아요. 실질적인 복수는 제외하더라도 저는 복수를 목적으로 현실을 열심히 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과거 때문에 지금의 내 인생에 손해를 보고, 계속 과거에 좌지우지 당한다면 억울하잖아요. 구태의연한 말이지만 권선징악이 있는지 물으면, 저는 있다고 말하거든요. 크게 보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현실에서 열심히 내 삶을 살고, 과거에서는 빨리 빠져나오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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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