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전공한 영어 강사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가진 저자, 일간 소울영어(레바 김)의 첫 책 『내향형 영어의 비밀』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외향형에만 맞춰 있던 그동안의 교육 방식에 의문을 품고, 성향에 맞는 공부법을 제안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향형과 외향형을 구분 짓고, 어떤 한쪽의 성향이 더 우월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각자의 성향을 이해하고, 마침내 나다운 영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다. 단순히 영어만 알려주는 게 아닌 자신의 마음까지 들여다보게 하는 책, 『내향형 영어의 비밀』의 탄생 비하인드를 들어보자!
독자분께 간단한 자기소개와 출간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요즘 제가 생각하는 저는 심리학을 공부한 영어 강사이자 유튜버라는 세 개의 정체성의 접점에 있는 사람 같아요. 지난 20년 동안은 사실 스스로 뭘 원하는지 모르겠고,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만 있어서 그냥 들어오는 대로 여러 일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입시 강사, 토익 강사, 교재 계발, 회화 강사, 엄마표 영어 강사 등 영어 교육 분야의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된 거죠. 되돌아보면 지금은 그 덕분에 나이대별로 사람들이 영어공부 때문에 겪게 되는 어려움을 직접 듣고 함께 고민한 사람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큰 그림을 본 느낌이랄까요.
책을 출간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의 레이어들을 연결한 느낌이 듭니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영어에 대해 고민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쓴 영어 공부법이죠. 그런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영어 학습자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고, 덕분에 학습자들 각자의 고민들을 더 생생하게 끌어내어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답답함도 해소되는 느낌입니다.
운영하고 계신 유튜브 채널도 그렇고, 이번에 출간하신 책도 그렇고 영어에 심리를 접목했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영어와 함께 심리를 다루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교실에서 직접 학습자들을 만나다 보니 영어는 유난히 심리상태가 관련이 크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오래 전에 한 중학교 3학년 아이가 기억에 남는데요. 하루는 이 친구가 듣기 모의고사가 끝나고 저를 찾아왔어요.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로 그날 모의고사를 망쳤다면서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시험에서는 1등을 할 정도로 성실하고 꼼꼼한 친구인데 영어 듣기만 유난히 점수가 안 나왔어요. 그래서 천천히 대화를 하면서 문제가 뭔지를 찾아보다가 놀라운 걸 발견했는데, 이 친구가 듣기 문제를 풀면서 들을 문장들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있었더라고요. 놓치지 말고 잘 들어야한다는 불안 때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너무 긴장해서 문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거죠.
직장인들에게 스피킹을 가르칠 때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어떤 학습자들은 한 단어, 한 단어를 너무 꼼꼼하게 고르느라 입을 떼지 못하고, 거꾸로 어떤 학습자들은 회피하듯 대충 단어만 나열하고 제대로 문장을 만드는데 집중하지 못하기도 해요. 그런 문제를 도와줄 때 그저 '자신감있게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통증을 느끼는 사람에게 의사가 '안 아픈 척하세요'라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영어 학습자들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첫 책이라 작업하시면서 더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난항을 겪었던 부분이나, 작업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이 책의 시작은 저의 유튜브 영상의 댓글들이었어요. 평소에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유명 배우가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무대 위에서는 갑자기 서툰 영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었어요. 그런 예시를 통해 내향형과 외향형은 영어를 구사하는 모습이나 배우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고 자기 성향에 맞는 방식으로 영어 공부를 하기를 응원하는 내용이었어요. 근데 그 영상 댓글들을 읽으면서 큰 에너지를 느꼈어요. 많은 분들이 자기가 공부한 과정을 공유해주시고 "이런 이야기를 아무도 해 준 적이 없다", "정말 위로가 된다"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이런 내용의 책을 써야겠구나 결심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책을 쓰다 보니 그동안 내가 사교육시장에서 일하면서 학습자들에게 잘못 가르친 것에 대해 미안함도 느껴지고, 시험 대비나 스펙 쌓기의 도구로만 영어를 대해야 했던 것에 대해서 반성문 같은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버리고 다시 쓰기를 여러 번 반복했어요. 결국에는 제가 할 일은 반성문을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제대로 학습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일이라고 다짐하며 완성했어요.
이제 책 내용에 관해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해볼까 하는데요. 그동안의 교육 방식은 외향형에 맞춰져 있었다, 라는 시각이 흥미롭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어학원에서 회화를 가르칠 때 어떤 40대 여자 분이 저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셨어요. 본인은 우리말을 할 때도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편인데 영어를 잘하려면 성격을 바꿔야하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움찔했어요. 맞다고 답하기가 이상하고 아니라는 말도 못하겠더라고요. 보통 회화 수업에 가면 처음 만난 옆 사람하고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잖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소리내어 읽거나 앞에 나와서 발표를 하기도 하죠. 그런 수업 방식이 그 분에게는 버거우셨던 거에요. 사실 그 전에도 수업 하루 만에 부담스럽다면서 수강 철회를 한 분들도 계셨거든요. 그 분 스스로도 "자신감이 부족해서 수업을 못 듣겠다"고 표현했지만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향에 안맞는 수업 방식이 문제였던 거죠.
그 이후에도 수업하면서 그 분의 질문이 자꾸 떠올랐어요. 생각해보면 많은 회화 학원들이나 영어 스터디 모임들이 인맥을 쌓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홍보해요. 커리큘럼 자체도 외부 자극을 쫒는 외향형에게 더 매력적이죠. '길 묻기', '음식 주문하기', '자기 소개하기'처럼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활동하기 위한 준비 과정처럼 느껴지는 주제들을 선정하잖아요. 사실 우리는 외향적인 영어 공부법에 너무 익숙해서 내향형에게 어울리는 커리큘럼이나 액티비티가 무엇인지 떠올리기도 어려워해요.
『내향형 영어의 비밀』에서 내향형, 외향형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나다움'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나다움의 정의와 중요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개인적으로 한번도 인생에서 뭔가를 빨리 배우거나 이룬 적이 없었어요.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실력을 발휘하게 될 때까지 고민도 많은 편이에요. 사실 유튜브를 2016년에 시작했는데 2020년부터 구독자가 갑자기 늘었어요. 전에는 유튜브 구독자가 늘지 않으니까 누가 저보고 텐션을 올려서 밝고 활기차게 영상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했어요. 잘되는 유튜버들의 정석이라는 거죠. 그런데 저는 부담이 되고 어색해서 잘 안되더라고요. 그러다가 팟캐스트 진행을 하게 되었는데 완전 새로웠어요. 제가 강사 생활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늘 배에 힘을 주고 목소리를 크게 내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런데 팟캐스트는 조곤조곤한 톤으로 말하고 감정을 더 섬세하게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근데 그게 저한테 참 잘 맞다는 걸 발견했어요. 결론적으로는 그걸 다시 유튜브에서도 활용하니까 유튜브도 더 잘 풀리기 시작했어요. 나다움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지만 남들을 따라하려고 노력했던 시기에는 좀 더 헤매고 잘 풀리지 않았어요. 돌아보면 나다움이라는 건 나를 위해 끈질기게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발견되는 것 같아요.
책에서 다양한 영어 공부법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내향형과 외향형, 각각에게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 하나씩 꼽아주세요.
사실 내향형과 외향형의 공부법을 완벽히 구분할 수는 없어요. 외부 자극이 높은 공부법과 낮은 공부법이 있긴 하지만 결국 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가령, 내향형도 토론 수업이나 스터디에 나가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영어를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되요. 하지만 그 방법이 주가 되기 보다는 가끔 혼자 공부한 것들을 활용해보고 실험해보는 자리 정도로 활용할 때 영어 공부를 지속할 만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성향에 맞는 영어 공부법의 예시를 들어본다면 먼저 내향형에게는 낭독을 추천하고 싶어요.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에게 영어 낭독의 경험을 물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 수업 시간을 떠올리세요. 선생님이 시키면 발음을 의식하며 어색하고 불안하게 소리내어 읽었던 경험을 떠올리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낭독은 굉장히 로맨틱한 공부법이에요. '내가', '나에게', '나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공부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뭘 읽느냐도 중요해요. 내가 감정을 이입해서 읽고 싶은 지문을 고르고 문장을 음미하며 읽어보는 거죠. 이 시간만은 타인의 평가나 정확한 발음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영어를 자유롭게 느끼는 시간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영어가 편해지는 시간을 확보하는 거죠.
외향형들은 사실 어떤 공부법이든 자신에게 흥미와 동기부여가 되는 공부법을 찾아서 시도하면 좋아요. 그런데 외향형들에게 노력이 필요한 부분은 결과물을 쌓아가는 것이에요. 흥미롭고 새로운 자극을 쫓다보면 막상 뚜렷한 결과물을 없을 수 있거든요. 사람들과 만나서 말도 많이 해보고 배운 것도 많은 것 같은데 정확하게 뭘 배웠는지 외부 자극들 사이에서 집중이 흩어져버리는 거죠. 그래서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번 영어 스터디 모임을 나간다면 두 달이 지나면 8개의 주제가 모이겠죠. 그러면 각각의 주제별로 새로 배운 표현이나 문장들을 노트에 정리해나가는 거에요. 더불어 내가 요즘 무엇을 연습하고 있고, 어떤 표현을 더 활용해보고 싶은지 나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주면서 영어 공부를 이어가야 성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내향형 영어의 비밀』을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인사해주시고 앞으로의 계획도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어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딱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강연에서 만났어요. 정말 뿌듯하고 감사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용기를 낸 영어 학습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하고 싶어요. 지금은 혼자 하는 영어 공부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작금의 영어 공부 콘텐츠는 드넓은 바다와 같습니다. 스마트폰 앱과 AI 기술까지 자신의 필요와 성향에 맞춰 혼자 공부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가 되었어요. 혼자 공부를 이어가려면 자신에게 너그러우면서도 단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다운 영어 공부를 위한 방법과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계속해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일간 소울영어(레바 김) 20년간 영어 강사로 일해온 내향인.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누구에게나 효과 있는 완벽한 영어 공부법을 알려주기보다는 각자의 성향에 맞게 친절한 영어 공부법을 안내하고자 한다. 현재는 억지 텐션을 끌어올려야 했던 학원 강사 일을 그만두고,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영어 콘텐츠를 전하는 유튜브 채널 <일간 소울영어>를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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