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입맛 사로잡은 화끈한 비빔국수

경기도 연천의 군부대 앞에 서니 옛 생각이 저절로 난다. 이 부대 앞에는 면회객과 군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비빔국수집이 있다. ‘망향비빔국수’다.

평생 딱 한 번 군부대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충북 제천에 있는 모 부대에 대학 동기 면회를 갔다. 여자 동기 두 명과 함께였다. 부대에 ‘미녀삼총사’(?)가 뜨면서 PX가 잠시 술렁였던 것 같다. 마주 앉은 동기 앞에 면회 올 때 사오라던 치킨, 피자, 김밥 등등의 음식을 펼쳐 놓았다. 꿈에서 그리던 음식을 보니 목이 메인 걸까. 그는 잘 먹지 못했다. 애꿎게 미녀삼총사를 보러 몰려온 그의 선임병과 후임들만 배를 채웠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설 때 동기 남자애의 눈에는 눈물이 살짝 맺혔다. 그 뒤 부대에서 편지가 왔다. 힘들 때 와줘서 고마웠다는 내용이었다. 이제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그는 그때를 아직도 기억할까.

군인들이 먹던 음식답게 푸짐한 망향비빔국수.

경기도 연천의 군부대 앞에 서니 옛 생각이 저절로 난다. 이 부대 앞에는 면회객과 군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비빔국수집이 있다. ‘망향비빔국수’다. 1968년에 군부대 앞 작은 국숫집으로 조촐하게 시작한 이 집은 현재 전국에 40여 개가 넘는 가맹점을 갖고 있는 프랜차이즈기업이다. 군부대 앞에 있는 본점은 이제 군인보다 민간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 흡사 줄서서 먹는 모습이 유원지 앞 식당을 방불케 한다. 공장처럼 썰렁하게 넓기만 한 가게 안은 장작으로 때는 난로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음식 주문은 선불, 물은 셀프다. 비빔국수는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라 굳이 바깥에서 돈 주고 사먹는 음식이란 인식이 약하다. 이를 극복한 게 이 집만의 특이한 양념이다. 망향비빔국수는 여느 비빔국수보다 국물이 자작하다. 10여 가지의 채소를 숙성 발효시킨 야채수에 청양고춧가루와 비법양념을 보태 양념장을 만든다. 비벼져 나오는 국수는 군인들이 먹던 음식답게 양이 푸짐하다. 맛은 시고 달다. 그릇을 반쯤 비울 때 뒤늦게 매운 맛이 달려와 정신을 쏙 뺀다. 맛이 화끈해 군인들이 좋아한다. 불난 혀의 소방수는 반찬인 백김치다.

화끈한 매운맛의 비빔국수를 먹을 때 백김치와 만두를 같이 곁들이면 좋다(위?가운데). 이곳은 군인보다 민간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아래).

망향비빔국수와 어깨를 겨루는 집이 있다. 2008년에 생긴 경기도 포천의 ‘산두리 비빔국수’다. 원래는 1970년대 생긴 망향비빔국수 포천분점이었다. 망향비빔국수를 일군 한정숙 사장의 2남 3녀 중 막내딸이 부모님 일을 돕다 포천점을 맡았다. 막내딸은 가맹사업을 하겠다고 나섰고 집안에선 반대했다. 결국 막내딸은 산두리 브랜드를 만들어 따로 가맹사업에 나섰다. 국숫집 창업이 커지면서 뒤늦게 망향비빔국수도 가맹사업에 나섰다. 망향과 산두리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점포수를 늘리는 중이다. 산두리 브랜드를 키운 막내딸은 현재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주소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궁평리 231-2
전화 031-835-3575
메뉴 비빔?잔치국수 5,000원, 사리 2,000원, 만두 3,000원
영업 10:00~20:30(연중무휴)
주차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