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새만금 방조제, 자전거 타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이미 날은 저물었다. 여행하면서 야간 라이딩은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다.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순 없으니 무조건 전진이다. 전조등과 후미등까지 장착하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이미 시커멓게 변해 앞도 보이지 않는 새만금 방조제가 우리에게 공포의 미소를 선사한다.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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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4일차/ 이동구간: 대천해수욕장-금강하구둑-군산-변산반도]
어제는 일찍 라이딩을 끝냈기 때문에, 오늘은 거리를 늘려 변산까지 가기로 한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남포 방조제를 지난다. 이어 만나는 607번 지방도로. 처음엔 샤방샤방 하더니만 이건 오르락 내리락 또 오르락 내리락 높고 낮은 언덕 때문에 힙댄싱의 연속이다. 아침부터 허벅지가 쫀득해지면 안 되는데 이미 터질 것 같다. 게다가 아침부터 사우나 라이딩이다. 태양은 작렬하고 습도까지 높다.
달리다 보니 도로변에 참외 파는 곳이 보인다. 희열이가 무엇인가에 홀린 듯 급한 페달질로 헐레벌떡 달려간다.
“아주머니, 참외 하나만 주시면 안 되요?”
아주머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아이스박스 안에 있는 참외 두 개를 깎아 내어 주신다. 저 놈 뭐지? 거지도 아니고 다짜고짜 구걸을 하다니. 철면피인가? 아니면 더위를 먹었나? 결과적으로는 참으로 기특하고 예쁘다. 정말 데리고 오길 잘했다. 어느 새 나도 희열이 옆에 나란히 서 있다. 어미 새가 입에 먹이를 넣어 주길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말이다.
오는 길에 구멍 가게에서 얻었던 물도 마침 다 떨어져 갈증이 나던 참에, 참외 한 입을 베어 무니 정말 시원하고 달콤하다. 우리의 먹는 모습이 얼마나 게걸스러웠던지 아주머니는 말 없이 하나를 더 깎아 주신다. 입은 “아니에요”라고 대답하는데 손은 이미 참외에 가 있다. 아주머니는 여행하면서 먹으라고 참외 몇 개를 싸주기까지 한다. 감사한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아주머니와 새끼 새 두 마리가 함께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겼다.
다시 달리려는데 역풍이 불기 시작한다. 바닷가 근처라 그런지 바람이 상당하다. 아무리 밟아도 시속 20km를 넘지 못하고 있다. 중간에 잠깐 쉬면서 남은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 보니 변산까지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새만금 방조제 중간 지점이 신시도란 곳이다. 이 곳에서 숙소를 정하기로 일정을 수정한다.
새만금 방조제 입구에 드디어 도착했다. 입구에 왔을 뿐인데 다리가 풀려 버려서 인증샷도 찍을 겸 잠시 쉬기로 한다.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 석양을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나도 그들 옆에 나란히 서서 몇 장 찍어 본다. 그들은 팔뚝만한 카메라를 들고 그럴듯한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다. 그 옆에서 내가 쫄바지를 입고 손바닥보다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으니, 사람들이 슬쩍슬쩍 곁눈질을 한다. 가볍게 모른 척 한다.
앞으로 이 길로 20km 정도만 가면 목적지이다. 다시 의욕적으로 출발을 해보려는데, 어라? 이건 또 뭔가요?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낭패다. 서둘러 페니어에 방수 커버를 씌우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우(雨)중 라이딩이 유쾌하진 않지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사실 슬리퍼를 신고 자전거를 타면 미끄럼 때문에 위험하다. 하지만 나는 젖은 운동화를 신고 달리고 난 후의 발냄새가 테러 수준일터이니 그걸 감당할 수가 없다.
통영과 욕지도를 1박 2일로 라이딩 한 적이 있다. 여행을 끝내고 부산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통영버스 터미널로 향하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흠뻑 젖고 말았다. 버스에 올라 타 젖은 몸을 수건으로 대충 닦고, 신발은 말리려고 옆에 벗어 두었다. 조금 뒤 운전사 아저씨가 인상을 찡그리시더니, 정색하며 한 마디 하시더라.
“신발 어서 신으세요.”
민망해 죽을 뻔 했다. 하필이면 자리도 운전사 대각선 뒷자리여서 부산 가는 내내 젖은 신발을 신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서 발이 아마도 엄청나게 불어났던 것 같다. 이런 쓰라린 기억 탓에 나는 슬리퍼로 갈아 신었던 것이지만,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지더니 시야를 가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역풍 때문에 속도도 나지 않는다. 몸도 슬슬 얼어가고, 날까지 어두워지니 정말 지루하고 힘들다. 실신 일보 직전에 드디어 신시도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상점이나 펜션이 보이기는커녕 허허벌판이다. 분명히 신시도에 펜션과 민박이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왔는데 말이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근처 해양경찰 지구대에 문의를 했다. 으~악! 우리가 있는 지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펜션이 있단다. 오늘 들어가는 배는 이미 영업 종료! 졸지에 바다 한 가운데 버려진 거지 두 마리가 되고 말았다.
이미 날은 저물었다. 여행하면서 야간 라이딩은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다.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순 없으니 무조건 전진이다. 전조등과 후미등까지 장착하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이미 시커멓게 변해 앞도 보이지 않는 새만금 방조제가 우리에게 공포의 미소를 선사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저 터널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지금 생각해도 섬뜩하다. 25km 정도를 직진해야만 새만금 방조제를 빠져나갈 수 있다. 물기 때문인지 엉덩이도 상태가 좋지 않다. 안장에 앉으니 꺅~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엄청난 아픔이 전해진다. 가다 쉬고, 또 가고, 또 쉬었다. 또 가고, 또 쉬고, 또 가고를 반복했다. 엄청나게 지루하고 또 불안한 라이딩이다. 40km가 넘는 방조제를 끝까지 달리고 나니 이걸 만든 사람들이 존경스러워 진다.
비 내리는 밤길을 달렸으니 쓰러질 지경이다. 지친 몸을 누일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사방이 컴컴하다. 가만, 저기 멀리 2시 방향에 희망의 불빛이 하나 보인다. 저곳이 오늘 지옥의 라이딩 마지막 목적지이길 기원하며 페달을 밟는다. 간판 불빛이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 그… 그것은 <새만금 모텔>! 두둥! 이제 살았구나.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하느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모텔 바로 옆에 칼국수 집까지 있다. 모텔에 자전거를 던져 놓기 무섭게 바로 식당으로 뛰쳐나갔다. 뜨끈한 바지락 칼국수, 별미였던 조개회무침, 거기에 참뽕 막걸리 한 잔까지! 아, 지옥에서 천국으로 넘어온 것 같다.
어제는 일찍 라이딩을 끝냈기 때문에, 오늘은 거리를 늘려 변산까지 가기로 한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남포 방조제를 지난다. 이어 만나는 607번 지방도로. 처음엔 샤방샤방 하더니만 이건 오르락 내리락 또 오르락 내리락 높고 낮은 언덕 때문에 힙댄싱의 연속이다. 아침부터 허벅지가 쫀득해지면 안 되는데 이미 터질 것 같다. 게다가 아침부터 사우나 라이딩이다. 태양은 작렬하고 습도까지 높다.
※ 힙댄싱 출발할 때나 언덕을 오를 때,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고 페달을 밟는 자세를 말한다. 체중을 실어 좀 더 쉽게 페달을 밟기 위한 자세인데, 뒤에서 보면 엉덩이가 좌우로 실룩실룩 거리면서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양이다. | ||
달리다 보니 도로변에 참외 파는 곳이 보인다. 희열이가 무엇인가에 홀린 듯 급한 페달질로 헐레벌떡 달려간다.
“아주머니, 참외 하나만 주시면 안 되요?”
아주머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아이스박스 안에 있는 참외 두 개를 깎아 내어 주신다. 저 놈 뭐지? 거지도 아니고 다짜고짜 구걸을 하다니. 철면피인가? 아니면 더위를 먹었나? 결과적으로는 참으로 기특하고 예쁘다. 정말 데리고 오길 잘했다. 어느 새 나도 희열이 옆에 나란히 서 있다. 어미 새가 입에 먹이를 넣어 주길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말이다.
오는 길에 구멍 가게에서 얻었던 물도 마침 다 떨어져 갈증이 나던 참에, 참외 한 입을 베어 무니 정말 시원하고 달콤하다. 우리의 먹는 모습이 얼마나 게걸스러웠던지 아주머니는 말 없이 하나를 더 깎아 주신다. 입은 “아니에요”라고 대답하는데 손은 이미 참외에 가 있다. 아주머니는 여행하면서 먹으라고 참외 몇 개를 싸주기까지 한다. 감사한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아주머니와 새끼 새 두 마리가 함께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겼다.
다시 달리려는데 역풍이 불기 시작한다. 바닷가 근처라 그런지 바람이 상당하다. 아무리 밟아도 시속 20km를 넘지 못하고 있다. 중간에 잠깐 쉬면서 남은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 보니 변산까지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새만금 방조제 중간 지점이 신시도란 곳이다. 이 곳에서 숙소를 정하기로 일정을 수정한다.
새만금 방조제 입구에 드디어 도착했다. 입구에 왔을 뿐인데 다리가 풀려 버려서 인증샷도 찍을 겸 잠시 쉬기로 한다.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 석양을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나도 그들 옆에 나란히 서서 몇 장 찍어 본다. 그들은 팔뚝만한 카메라를 들고 그럴듯한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다. 그 옆에서 내가 쫄바지를 입고 손바닥보다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으니, 사람들이 슬쩍슬쩍 곁눈질을 한다. 가볍게 모른 척 한다.
앞으로 이 길로 20km 정도만 가면 목적지이다. 다시 의욕적으로 출발을 해보려는데, 어라? 이건 또 뭔가요?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낭패다. 서둘러 페니어에 방수 커버를 씌우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우(雨)중 라이딩이 유쾌하진 않지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사실 슬리퍼를 신고 자전거를 타면 미끄럼 때문에 위험하다. 하지만 나는 젖은 운동화를 신고 달리고 난 후의 발냄새가 테러 수준일터이니 그걸 감당할 수가 없다.
통영과 욕지도를 1박 2일로 라이딩 한 적이 있다. 여행을 끝내고 부산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통영버스 터미널로 향하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흠뻑 젖고 말았다. 버스에 올라 타 젖은 몸을 수건으로 대충 닦고, 신발은 말리려고 옆에 벗어 두었다. 조금 뒤 운전사 아저씨가 인상을 찡그리시더니, 정색하며 한 마디 하시더라.
“신발 어서 신으세요.”
민망해 죽을 뻔 했다. 하필이면 자리도 운전사 대각선 뒷자리여서 부산 가는 내내 젖은 신발을 신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서 발이 아마도 엄청나게 불어났던 것 같다. 이런 쓰라린 기억 탓에 나는 슬리퍼로 갈아 신었던 것이지만,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지더니 시야를 가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역풍 때문에 속도도 나지 않는다. 몸도 슬슬 얼어가고, 날까지 어두워지니 정말 지루하고 힘들다. 실신 일보 직전에 드디어 신시도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상점이나 펜션이 보이기는커녕 허허벌판이다. 분명히 신시도에 펜션과 민박이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왔는데 말이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근처 해양경찰 지구대에 문의를 했다. 으~악! 우리가 있는 지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펜션이 있단다. 오늘 들어가는 배는 이미 영업 종료! 졸지에 바다 한 가운데 버려진 거지 두 마리가 되고 말았다.
이미 날은 저물었다. 여행하면서 야간 라이딩은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다.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순 없으니 무조건 전진이다. 전조등과 후미등까지 장착하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이미 시커멓게 변해 앞도 보이지 않는 새만금 방조제가 우리에게 공포의 미소를 선사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저 터널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지금 생각해도 섬뜩하다. 25km 정도를 직진해야만 새만금 방조제를 빠져나갈 수 있다. 물기 때문인지 엉덩이도 상태가 좋지 않다. 안장에 앉으니 꺅~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엄청난 아픔이 전해진다. 가다 쉬고, 또 가고, 또 쉬었다. 또 가고, 또 쉬고, 또 가고를 반복했다. 엄청나게 지루하고 또 불안한 라이딩이다. 40km가 넘는 방조제를 끝까지 달리고 나니 이걸 만든 사람들이 존경스러워 진다.
※ 우중/야간 라이딩 주의사항 -피할 수만 있다면 안 하는 게 제일 좋다. -전조등과 후미등은 필수이다. 등이 하나 밖에 없다면 후미등으로 사용해라. -평소보다 30% 감속해라. -최대한 밝은 색 옷을 입어라. 자동차 라이트에 반사광이 나오는 기능성 옷도 있다. | ||
비 내리는 밤길을 달렸으니 쓰러질 지경이다. 지친 몸을 누일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사방이 컴컴하다. 가만, 저기 멀리 2시 방향에 희망의 불빛이 하나 보인다. 저곳이 오늘 지옥의 라이딩 마지막 목적지이길 기원하며 페달을 밟는다. 간판 불빛이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 그… 그것은 <새만금 모텔>! 두둥! 이제 살았구나.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하느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모텔 바로 옆에 칼국수 집까지 있다. 모텔에 자전거를 던져 놓기 무섭게 바로 식당으로 뛰쳐나갔다. 뜨끈한 바지락 칼국수, 별미였던 조개회무침, 거기에 참뽕 막걸리 한 잔까지! 아, 지옥에서 천국으로 넘어온 것 같다.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실전 보너스 팁 <의복편> -속옷과 양말은 많이 챙겨가지 말자. 빨아서 자전거에 매달고 두 세 시간만 달리면 보송보송! -시꺼멓게 되고 싶지 않다면 반팔보단 긴팔을 입어라. 어차피 더울 때는 길거나 짧거나 별 차이 없이 덥다. -전국여행을 위해서는 클릿 슈즈보다 운동화를 추천한다. 클릿 슈즈가 자전거에 최적화 되어 있기는 하지만 막상 전국일주를 하다 보면 등산을 하거나 걸어야 할 일이 꽤 많다. | ||
- 내 생애 한 번은 자전거 전국일주 김효찬 글,사진 | 프라하
이 책은 뻔한 한강 자전거 코스를 달리는 게 지겨워서 좀 더 먼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려는 사람들, 새로운 일에 뛰어들기 전에 특별한 여행으로 마음을 다잡고 싶은 사람들, 온 몸으로 전국의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싶은 사람들, 삶에 대한 열정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이벤트를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자전거 여행 이야기이자 안내서이다. 저자의 30일 자전거 전국일주 에피소드를 통해 자전거 여행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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