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를 넘기고서부터 여자에게 더 관심이 갔어요 - 안은영
안은영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조언들을 여전히 필요로 하는 독자들을 위해, 언니가 돌아왔다. 『여자 인생 충전기』에 담아낸 이야기는 그녀 삶에 위로를 건네고 화두를 던져주었던 서른다섯 권의 책에 대한 것이다. 한 음 낮추고 무게를 덜어낸 목소리와 달리, 전하는 메시지는 보다 깊어지고 넓어졌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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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생활 백서』 『사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모든 것』의 안은영 작가는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리는 쿨한 언니였다. 그리고 『여자공감』『이지연과 이지연』 안의 작가는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고 가만히 등을 토닥여주는 따뜻한 언니였다. 그래서 독자들은 알게 됐다. 작가의 예리하고도 서늘한 충고들은 그녀가 뜨거운 가슴으로 낳은 것이었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싶다

『여자 생활 백서』 『여자공감』의 독자들은 안은영 작가를 ‘언니’라 부른다. 그리고 한 번쯤 작가를 만나 고민 상담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직접 메일을 보내 자신의 진로와 연애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독자들도 많다. 아마도 그 중 많은 이들이 안은영 작가를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이상형으로 생각할 것이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사랑 앞에 당당한, 똑똑한 여성이 되는 팁을 제시해 주었던 작가가 아닌가. 게다가 그녀는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많은 이들이 작가를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전형으로 생각하는 것도, 그래서 ‘언니’라면 해결 방법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일까. 안은영 작가를 생각하면 유능하고 빈틈없는 직장 선배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옷차림에서부터 여유와 카리스마가 묻어나고 ‘나는 언제쯤 저런 선배가 될까’ 싶은, 까마득한 선배의 모습이다.

『여자 인생 충전기』 이전의 작가는 분명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사회생활도 연애도 서툴기만 한 후배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척척 제시해주는 선배이자 언니였다. ‘사랑해도 외롭다는 걸 잊지 말라’ ‘진정성 갖춘 선배, 싸가지 없는 후배가 되렴’ 이야기하는 그녀에게는 오랜 시간 고민할 문제도, 상심에 빠져있는 시간도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대단해 보이던 선배가 어느 날 갑자기 사직서를 낸다면 어떨까. 그것도 ‘100퍼센트 백수에의 열망’이 그 이유라면? 역시 선배는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삶의 방향이나 가치관에 큰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도 있다. 안은영 작가의 경우는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그녀는 18년 동안의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려 백수로의 삶으로 들어섰다. 무심하거나 염증에 찬 표정으로 불순한 시간을 채워가고 싶지 않아서, 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라면 ‘무얼 할 것인가(To do) 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To be)’를 고민하고 싶어졌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일 것이다.

작가가 꿈과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채우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그녀가 새롭게 발 디딘 곳은 비움의 시간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소모하기 위해 채우는 것이 아니라, 담기 위해 충전하는 시간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 인생 충전기』는 작가의 삶의 변화가 담겨 있는 책이자, 그녀의 작품이 맞게 된 새로운 전환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 나 자신을 위로하는 다락방
살다보면 무릎이 꺾이는 순간 기적적으로 만나는 책이, 분명히 있다. 그 순간의 황홀경을 모른 채 청춘을 지난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체온으로 위로받지 못할 때, 책을 들고 당신의 다락방으로 올라가라. 쪼그라들었던 심장이 빳빳하게 펴지면서 책이 당신에게 다짐 놓을 것이다. 인생, 아직 긴 레이스가 남아 있다고, 시작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p. 74)
안은영 작가는 말한다. 저마다 마음의 다락방이 있다고. ‘삶이 나를 속여서 슬프거나 노여울’ 때 자신을 보듬어 위로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다락방. 그녀의 다락방은 늘 책이었다. 분노와 슬픔 속에 빠져들 때마다 그녀는 책을 집어 들었다. 텅 비어버린 마음을 충전해야 할 시간에도 그녀는 책의 다락방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았다. 잔잔한 수면 위에 떠오르는 얼굴을 바라보듯이, 책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우리 삶의 모습들을 마주했다.

『여자 인생 충전기』는 안은영 작가가 지난 1년 동안 자신을 치유하고 새롭게 채워준 35권의 책들을 소개하고 감상을 나누는 책이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통해서 “빛나는 순간이 박힐 때 더 깊숙이 박히도록 마음의 근력을 키우고, 비수가 꽂힐 때 새살이 빨리 돋도록 내공을 키우는 것 말고, 예측할 수 없는 인생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하고 깨달음을 전하는가 하면 “나의 서른 언저리는 외롭고 불안했다. 누구든 나를 인정해 주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아직 더 자라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고함쳤다. 외침을 들어줬던 건 그 여름 하루키의 성장소설 『해변의 카프카』였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에 기대어서는 사랑을, 『밤의 피크닉』에 비추어서는 청춘을 이야기한다. 안은영 작가를 통해 독자들이 만나게 될 이야기들의 끝은 어디일까. 한층 더 커지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작가와 함께 그녀만의 다락방에 올랐다.




책은 어떤 순간에 찾는 게 아니에요. 없을 수 없는 것이죠.

『여자 인생 충전기』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책 읽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정말 좋아하는 책들을 정리해 보고 싶었어요. 어떤 책들은 저에게 굉장히 깊은 단상을 주고, 또 어떤 책들은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메시지를 주기도 하죠. 책이라는 것은 참 정말 재밌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놀랍기도 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책으로 내게 됐어요.

서른다섯 권의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나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책들, 그리고 독자들도 반길 책들을 실었어요. 독자들과 소통할 접점이 생기는 책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렵고 난해한 책들 보다는 무난한 책들을 싣게 된 것 같아요.

책을 쓰는 동안 지난 시간과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그랬어요. 제가 책 칼럼리스트도 아니고 리뷰어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책을 잘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둔 책이 아니고, 제가 읽은 감성과 책을 통해 얻었던 응원이나 위로를 같이 나누기 위해 쓴 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제 내면이 들려야죠. 헤집어져야 되는 거죠.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생각하기 이전에 제 자신을 다독이고 정리하는 일이 우선이었어요. 그 과정이 굉장히 소중했고요.

책을 찾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책은 어떤 순간에 찾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있는 것, 없을 수 없는 것이죠. 누군가에게는 휴대폰이나 음악이 그렇듯이 저에게는 책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에요. 그렇다고 굉장한 문학적 깊이가 있어서 책을 옆에 두는 게 아니라, 어떤 책이든 항상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해요. 종이가 주는 어떤 따뜻함이 있잖아요. 책은 그런 온기가 있는 하나의 물체라고 할까요. 그런 물체를 옆에 두고 책 등을 한 번 만져보고 펴 보고, 그 안에 일러스트나 화보가 있다면 그런 것도 보고요. 그런 아날로그적인 감성들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날로그 감성을 꼭 가지고 있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은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책들이 작가님의 관심과 흥미를 끄나요?

역사의 뒷이야기들 같은 정사나 팩트 이면의 얘기들을 좋아해요. 『조선의 탐식가들』처럼 분류는 인문학이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책들이요. 그리고 연산군이나 황진이 같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좋아하고요. 꼬박꼬박 한 번씩은 들춰보는 책들 중에는 역사 뒷이야기, 인물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책들이 있어요. 계절이나 어떤 순간, 감정에 따라서 다르기는 할 텐데 굉장히 마음이 가라앉는 날 찾는 책들은 주로 따뜻한 책들인 것 같아요. 음식 이야기가 담긴 책들이 그럴 텐데,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라 『소박한 밥상』 같은 책들이죠. 『소박한 밥상』은 자기계발서도 아니면서 정말 독보적인 영역이잖아요. 그런 책들은 언제 봐도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쉽게 읽히는 책들에서 위로를 많이 받아요. 만화책은 늘 보고요(웃음).

책과 사람의 만남에도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책과의 인연이 기억에 남으세요?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여자 인생 충전기』 안에 있는 35권으로 얘기해 드릴 수 있어요. 그 안에 없는 책을 얘기하자면,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이 있겠네요. 중학교 때였던 것 같은데, 그 때는 정말 이해가 안 됐는데도 문장이 너무 좋았어요. 이해할 수 없지만 아주 간결하고 정중하면서도 뜨거운 문장이었죠. 『연인』을 읽고서 난해하지만 아름다운 문장에 대해서 처음 알았어요. 어렵고, 난해하고, 아름다운 소설이었어요. 완벽하게 이해를 한 건 대학교에 들어가서였지만(웃음) 저는 그 문장이 너무 좋았어요.




직장 선배였다면 ‘언니’가 될 수 없었을 거예요

작가님에게는 ‘2030 여성들의 멘토’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닙니다. 그 이미지가 굳어져서 작품의 영역이 한정되지는 않을까 걱정한 적은 없으세요?

초기에는 그런 걱정이 당연히 있었죠. 거부감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거예요. 그것이 싫었다거나 염려됐기 보다는 거부감이라고 얘기하는 게 더 선명할 것 같아요. 누군가를 멘토로 삼는다면 그 사람은 최소한 인생의 기승전결에서 ‘전(轉)’까지는 넘어간 사람이어야 돼요. 자신의 부모님 세대는 되어야 하는 거죠. 세대를 같이 사는 사람을 멘토로 삼기는 어려운 일이에요. 같이 인생을 살아가는 언니에게 멘토라고 얘기한다는 건 저 역시도 부담스러운 얘기고요. 그래서 『여자 인생 충전기』 서문에도 언니가 되는 것이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쓴 거예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쓴 책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여자 인생 충전기』를 멘토링의 자세로 접근하면 굉장히 실망을 할 거예요. 왜냐하면 지적질이 없잖아요(웃음). 그냥 제가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얘기를 에세이로 쓴 거니까요.

여자들의 삶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여자고, 여자를 제일 잘 아니까요. 거창하게 얘기를 하자면 조직도 그렇고 가정도 그렇고, 잘 되는 집은 여자들이 잘해요(웃음). 물론 뼈대가 되는 아빠의 역할도 크지만 가정을 윤택하게 하고 진보하게 하는 것은 여자의 역할인 것 같아요. 조직도 마찬가지이고요. 저 역시도 여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깊은 내면의 소리들을 얼마나 스스로 들으면서 자기를 아끼고 살아가는지,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30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신기하게도 제 스스로가 여자인 저한테 관심이 많아요. 『여자 생활 백서』를 쓰면서 더 구체화되고 내용적으로 갖추게 되었을 수도 있겠죠. 저는 여자로 나이 들어가는 제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해요. 안간힘을 쓰면서 살 안 찌려고 노력하고, 안간힘을 쓰면서 가급적 보톡스를 안 맞은 채로 피부 나이를 늦추려고 하고, 그런 모습들이 바람직한 것 같아요. 여자 이야기를 쓰겠다고 못을 박고 싶지는 않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얘기, 가장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게 여자 이야기예요. 어떤 작가한테 있어서 전혀 관심이 없는 걸 쓰라 그러면 정말 쉽진 않을 거예요. 다 관심사의 영역부터 시작을 하니까요.

2030 세대 여성들은 왜 ‘언니’를 필요로 하는 걸까요?

『여자 생활 백서』『여자공감』을 쓸 때 의도했던 건 아닌데, 다 쓰고 보니 어떤 공식이 있더라고요. 제가 독자들에게 ‘이건 꼭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하는 맥락들이 있으면 앞에서 충분히 사례를 들어주는 거예요. 그 후에 경우의 수 몇 가지를 준 다음 거기에 대해서도 설명을 다 해줘요. 마지막에는 어떤 선택을 하든 결론은 독자한테 남겨놓고요. 어떤 얘기를 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요. 대신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방향 정도는 제시해줄 수 있겠죠. 그러려면 경우의 수 몇 개를 두는 게 좋을 거고요. 저 같이 언니들은 그렇게 자기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사례들을 주고 경우의 수를 두는 거죠.

아무래도 직장 안에는 그런 ‘언니’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직장 밖에서 직장생활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겠죠.

왜 그런 줄 아세요? 『여자공감』이나 『여자 인생 충전기』안의 얘기들을 회사 선배한테 하면 그 회사는 망해요. 선배랑 그런 관계가 되면 일은 언제 해요? 언니는 회사에 있으면 안 되고 한 다리 건너서 둬야 해요. 직장 내에서 외로운 건 당연합니다. 직장 내에서 나랑 마음 맞는 사람이 없고, 하는 일은 똑같지만 왠지 다른 나라 얘기를 하는 것처럼 소통이 안 되잖아요. 특별히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그건 당연해요. 서로 일하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그 사이에 접점이 생겨서 잘 맞고 형?동생이 되고 언니?동생이 되면 좋겠지만 그건 위험해요. 그런 사이로 직장 생활을 잘 하려면 일에 대한 애정이 먼저거든요. 회사에서 언니?동생 관계가 성립되려면 일로 먼저 인정을 받아야 하고, 그 관계가 유지되는 데는 서로의 노력이 굉장히 필요해요. 서로 잘 보여야 해요. 서로 견제해야 하고 거리가 너무 가까워도 안 돼요. 그런 관계가 멋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자기 자리에서 일을 하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접점에서 뜨겁게 만나서 일하는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이 언니?동생 관계까지 된다면 그건 인생의 파트너가 되는 거죠.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동지라고 하죠. 같은 부서에서 일한다고 모두 동지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언니가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들의 직장 선배가 아니니까(웃음).
 


『이지연과 이지연』 귀한 아이지만 떳떳한 아이는 아니에요

예전에는 기자라는 본업이 있으셨지만 이제는 전업 작가가 되셨다고 볼 수 있는데요. 어떤 점이 다른 것 같으세요?

그게 참 이상해요. 회사를 그만 두고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지만 전업 작가인 거죠. 저는 전업 작가를 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는데 자꾸 주변에서 저보고 전업 작가라고 해요(웃음). 그래서 주변에서 떠밀 듯이 전업 작가가 됐어요. 그러니까 고민이 남은 거죠.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생각이에요. 뭘 쓰고 싶은지, 뭘 써야 할지. 독자들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얘기, 들려주어야 할 얘기는 무엇인지. ‘소명을 가지고 쓸 책’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요. 저는 제가 글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글 쓰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도 잘하지만 말보다 글로 전달하는 것에 약간 능한 사람인 거죠. 아직까지는 내가 쓴 글로 같이 공감하는 정도라고 생각해요. 글 쓰는 게 저한테 소명은 아니에요. 소명이고 싶은 거죠. 겸손이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제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아직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싶어요.

예전에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고 싶었고, 마흔이 넘어 책을 내고 싶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으시죠. 최종적인 목표는 소설을 쓰시는 건가요?

네, 아마도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아주 재미있게, 누구나 혹할 만한 거짓말로 이야기를 지으려면 분명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 재능은 없는 것 같아요. 그것이 과연 개발을 하면 나오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데, 절대 그건 아닐 테고요. 지금은 제가 갖고 있는 얘기들을 풀어놓는 것이 맞는 것 같고, 앞으로는 실험을 해봐야겠죠. 제가 지어낸 이야기를 꺼내놨을 때 독자들이 얼마나 반응을 하는지요. 『이지연과 이지연』 같은 경우는 첫 소설이니까 저한테는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귀한 아이지만 떳떳한 아이는 아니에요.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무엇을 하겠다’ 보다 ‘어떻게 살겠다’를 고민하는 삶을 살겠다고 하셨는데요. 정답을 찾으셨나요?

지금까지 18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잖아요. 연봉 올라가는 거 신경 쓰고 수당 떨어지는 거에 열 받아 하고, 그게 직장 생활이죠. 이제는 다달이 월급 버는 것을 포기하고 물욕을 조금 버리고 살고 싶어요. 최근에는 가지고 있던 책과 CD도 팔았어요. 그러니까 되게 선명해지더라고요. 팔 책과 남겨둘 책을 고르면서 저의 취향과 독서 습관도 선명해지고, 홀가분해 지더라고요. 물리적으로는 그렇게 쌓여있는 것들을 덜어내는 작업을 하려고 해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 잡히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나도 긴 시간 대화하게 되니까 훨씬 밀도 있고 내밀한 얘기들을 하게 되는 것 같고요. 좋아요, 느리고 게으르게 사니까.

『여자 인생 충전기』를 읽은 독자들이 어떤 자극을 받고 어떻게 반응하기를 바라시나요?

『여자 인생 충전기』에 나와 있는 어떤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고 ‘당신 글을 읽고 그 책 하나 샀다’고 말해준다면 정말 좋겠죠. 그리고 ‘당신이 왜 그렇게 무릎이 꺾일 때마다 그 책을 찾았는지 알 것 같더라’ 또는 ‘당신은 그 구절이 좋았다고 하는데 난 이 구절이 훨씬 더 가슴을 울렸다’ 하고 감상을 나눌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할 것 같아요. 나중에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인데요, 서른다섯 명의 독자들에게 책에 나온 서른다섯 권의 책들을 한 권씩 사주는 거예요. 그리고 모여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얘기를 나누는 거죠. 그게 저한테는 가장 즐거운 리뷰일 것 같아요. 당신의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이 읽고 싶어 졌다는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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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인생 충전기 안은영 저 | 해냄
베스트셀러 『여자생활백서』를 통해 40만 독자들에게 일과 사랑에 관한 멘토로 활동해온 안은영 작가가 신작 『여자 인생 충전기』를 내놓는다. 18년이라는 오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작가 스스로도 충전의 시간을 보내며 써내려간 이 책 속에는 "뭘 하기보다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성장과 치유의 시간을 통해 '나 자신 찾기'를 해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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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영 #여자 인생 충전기 #여자 생활 백서 #여자공감 #이지연과 이지연
1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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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4.07.12

서른다섯 명의 독자들에게 책에 나온 서른다섯 권의 책들을 한 권씩 사주는 거예요. 그리고 모여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얘기를 나누게 된다면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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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sslqkqn

2013.07.09

삼십대가 확실히 인생의 전환기이긴 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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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꼬

2013.06.30

책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는 말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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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