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성공 기준? 주인이 많이 생기는 것!
신성식 아이쿱생협 생산법인 경영대표와 차형석 시사인 기자가 협동조합에 대한 다양한 의제를 놓고 대담을 나눴다. 그렇게 펴낸 책이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사람을 살리는 협동조합기업의 힘’이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은 17만 명의 조합원을 지닌 아이쿱(iCOOP)생협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조합원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201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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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이 붐이자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발효된 협동조합기본법의 영향 덕분이다. 3월 말까지 전국 협동조합 신청 건수는 850건으로 695건이 인가를 받았다. 곳곳에서 협동조합 교육과 세미나ㆍ강연 등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향후 10년간 협동조합을 8천개까지 확대하고 그 규모를 지역 내 총생산의 5% 규모인 14조원대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히는 등 ‘협동조합 도시’를 선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가치는 주체성에 있다. 돈(지분)에 의해 가치가 매겨지는 세태를 변화시키는 촉진제가 협동조합이다. 특히 뜻 맞는 5명 이상만 모이면 가능하다는 장점이 협동조합의 설립을 부추기고 있다.
그렇다면 협동조합, 무조건 하면 잘 될까? 협동조합 앞날엔 장밋빛 미래만 펼쳐질까? 신성식 아이쿱생협 생산법인 경영대표와 차형석 시사인 기자가 협동조합에 대한 다양한 의제를 놓고 대담을 나눴다. 그렇게 펴낸 책이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사람을 살리는 협동조합기업의 힘’이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은 17만 명의 조합원을 지닌 아이쿱(iCOOP)생협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조합원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협동조합에 관심 많은 독자들, 지난 4월 17일 서울 동숭동의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저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쇼핑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 것일까.
협동조합을 할 때 생각해야 할 것들
신성식 대표, 햇수로 23년 생협에 청춘을 바쳤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세 단어로 표현했다. 행운아, 전략가, 비주류아웃사이더. 스물여섯에 생협을 시작해서 초창기 꿈꿨던 것을 지금 거의 다 이뤘다. 큰 실패 없이 도움을 많이 받아서 이룬 행운이었다고 한다. 아이쿱 구조는 유럽이나 일본의 협동조합과 다른데, 이는 현장에서 오랫동안 전략적으로 고민한 결과다. 일을 하다 보니 아웃사이더의 감성이 강해졌다. 생협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길게 봐서 5년이다. 돈 버는 것, 싸우는 것도 귀찮고 마음껏 살았으면 싶은 사람, 신성식 대표다.
아이쿱은 협동조합을 독특하게 해석한 경우다. 그는 협동조합을 결사체기업으로 본다. 기업에 방점을 두는 편이다. 일본은 ‘생협’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일본 생협 전체를 보면 조합원이 2천만 명이 넘는다. 가구당 가입이 기준, 2천만 가구라고 볼 수 있다. 일본 1억 2천만 인구, 1가구당 3명으로 보면 6천만 명, 인구의 반. 그러나 입국 심사에서도 생협을 모른다. 생협을 농협이나 슈퍼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는 것이 신 대표의 시각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생협은 남다르다. 기대도 많고 해석도 다양하다. 그건 아직 정리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차형석 기자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농협은 진정한 의미의 협동조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역에서도 농업협동조합 기능을 수행하는 것 같진 않다는 것. 신협도 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자율성이 많이 떨어졌다. 그가 보기에 조합원들의 자율성이 보장된 자생적인 협동조합으로 여길만한 것은 생협과 의료생협 정도다.
신 대표, 말을 잇는다. “협동조합 개념 정리를 분명히 해야겠다는 것이 첫째 포인트다. 한국에서 협동조합은 의미가 각별한데, 공동체주의가 가장 강하다. 농협, 신협은 형식적으로만 협동조합이다. 한살림은 생명운동, 두레생협은 지역생명운동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민우회생협은 여성운동 일환으로 출발했고. 아이쿱은 출발을 달리했다. 결사사업체, 즉 사업체에 초점을 둔 유일한 경우였다. 둘째 생협은 생산자 중심주의가 강했다. 그러나 아이쿱은 사업체 성격에 방점을 뒀고, 소비자중심주의에 뒀다. 이게 차이점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우리나라 생협 중 우리만 유일하게 가입돼 있다. 그런 인식의 차이가 지금도 있다.”
그도 사실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될 거라고 전혀 기대 못했다. 그랬던 법이 발효됐고, 협동조합에 대한 오해가 상당정도 불식되는 흐름도 형성됐다. 신 대표가 보기에 다양한 차원에서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가장 강력한 흐름은 주식회사를 하거나 하려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게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는 것.
이에 사례를 들었다.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청소용역회사. 최근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사장이 회사 운영을 그만하겠다고 선언했고, 직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는 잘 될 것으로 봤다. 자본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그런 식의 흐름을 통해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것,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버스나 택시도 그런 경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능한 한 이런 흐름을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두 번째 흐름에 대해 말을 이었다.
“광주 한 모임에 갔는데, 한 대학교수가 협동조합기본법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얘기하는 것이 공동구매였다. 프랜차이즈 하던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자재를 싸게 사고. 협동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나, 이게 실은 골치 아프다. 공동구매는 분명 힘이 되나, 자본이 규모의 경제 만드는 것은 훨씬 더 잘한다. 원리적으로는 가능하나, 쉽지 않다. 초창기 우리나라 소비자조합(소협), 일본이 거기에 가까운데, 우리나라에선 80년대 중반 다 망했다. 단순한 공동구매가 힘이 안 된다. 자본이 만들어내는 상품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까. 요즘 소셜커머스, 협동조합 아니라도 공동구매를 한다. 일본 생협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생협시스템을 고스란히 따라한 기업들이다. 협동조합의 힘을 공동구매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가 세 번째로 강조한 것은, 협동조합의 가능성이다. 생존율, 협동조합이 높은 건 분명하나, 단순하게 그리 말하긴 어렵다는 것. 지금 조건에선 협동조합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사회의 제도나 흐름, 문화 등을 망라했을 때, 한국의 현재 기업환경에선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제도나 문화 등이 모든 것이 열악해 망할 가능성이 아직은 높다는 것.
“유럽의 협동조합 역사는 150년, 우리나라는 30년으로 보는데, 성공사례가 별로 없다. 많은 생협이 조합원을 속이고 있다. 협동조합 원칙 중 조합원 공개, 정직 등이 있는데, 공개도 많이 않고 정직하지도 않다. 아이쿱이 자연드림을 분리한 건 그런 현실 때문이다. 유사생협의 문제도 있고, 의료생협 대부분도 사무장 병원이다. 내가 알기에 진정한 의료생협은 현재 15개 정도 밖에 안 된다. 소비자생협도 그런 식의 포장이 나오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뭔가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당분간은 협동조합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제도가 너무 미흡하고, 문화가 안 돼 있다.”
협동조합, 아직 갈 길이 멀다!
차 기자, 취재차 볼로냐 지역을 갔던 적이 있었다. 지방 정부에서 유치원을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것을 보았다. 건설협동조합은 유치원 건물을 짓고, 일하는 사람이나 교사는 노동자협동조합이 컨소시엄에 붙었고, 밥은 급식협동조합이 참여한 형태였다. 세 협종조합이 들어가 유치원 프로젝트로 9~10개를 만든 것을 취재했다. 협동조합 간의 상호협동이었다.
“한국은 아직 그런 제도나 생태계 구성이 안 돼 있다. 또 퀘벡은 협동조합 금융기관이 있고, 이런 곳에서 기금을 출자해 협동조합에 자금을 빌려주더라. 그런 조건이 돼 있으면 새로운 협동조합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생존율도 주식회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아직 그런 경우가 없다고 봐야지.”
신 대표가 보기에도, 전 세계적인 공통 과제인데, 협동조합이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협동조합 간 협동도 공동구매의 힘이긴 하나, 그는 본질적으로 상품과 경영자(리더), (이용자 수준을 뛰어넘는 주인으로서의) 조합원 세 축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식적으로 뜻이 맞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치자. 나의 표현으로는 사회적 동업이다. 동업은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동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치가 동업을 위해 지불해야 할 것보다 높아야 한다. 높으면 참여한다. 문제는 이 기대치가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투자해야 할 것을 적게 내는 방향으로 초기 작동한다. 증명 되는 순간에는 막 넣는다. 다단계가 이 원리를 쓴다. 아이쿱도 초기 다단계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웃음).”
그래서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사람들 심리는 다단계 참여자의 심리와 다르지 않다고 신 대표는 본다. 무언가를 넣는다고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조금씩 돈을 넣을 뿐이다.
“농협 평균 출자금은 100만 원 안 된다. 한 70만 원 정도? 소비자생협의 출자금은 3만 원 밖에 안 된다. 노동자협동조합 출자금도 몇 백만 원밖에 안 된다. 농업협동조합을 만드는데, 100만원 투자하고 농업의 문제를 푼다? 100만원 넣고 잘 되길 바라? 절대 안 된다. 농협이 잘 됐다면 사람들이 몇 천만 원씩 넣었을 거다. 한국의 협동조합이 잘 안 되는 핵심 중 하나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안 나오는 거다. 소비자생협도 출자금을 과감히 늘려야한다. 물류, 유통, 관리 등 돈이 많이 들어간다. 소비자생협은 1인당 60만 원 이상 출자해야 무차입경영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지금은 3만 원 내고서 한다. 그러니 57만원이 차입비용인 거지. 결과물이 안 나오니 악순환의 고리인 셈이고.”
그런 관점에서 그는 아이쿱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경우다. 최근 가입 출자금을 5만원으로 올렸지만, 그가 바라보는 성공의 지표는 1인당 출자금이 최소 30만 원 돼야 한다. 그 정도 금액에서도 기꺼이 내고 가입하면 성공이라고 보는 것이다. 3만 원, 5만 원을 내고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은 턱도 없다. 노동자협동조합도 기본 출자금이 3천만 원은 돼야 자기 것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동조합이 성공했다고 보는 핵심은 인풋 대비 아웃풋의 결과물이 증명되는 것이다. 주인이 많이 생기는 것이 기준점이 돼야 한다. 이것이 유럽과 일본 협동조합 사례에서 배워야 하는 핵심이다. 우리는 몬드라곤의 2% 규모도 안 된다. 생협을 다 합쳐봤자, 몬드라곤의 3% 정도다. 유럽이나 일본, 한국의 협동조합 모두 풀어야 할 문제가 같다. 유럽은 대학생 정도, 한국은 초등학생 정도이며 이제 출범한 곳은 미취학 아동이지. 그런데 대학생이든 초등학생이든 같은 시험지를 받아 현실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똑같다. 초등학생이 대학생 문제를 풀어야 한다. 딜레마이며, 어렵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고 오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시작점에서 실패할 확률도 유럽이나 일본 사례보다 높다. 제도도 엉망이며, 문화나 생태계도 제대로 조성이 안 돼 있다. 한국은 그만큼 더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함을 거듭 언급한다.
“암울하지만, 나는 비관론자이긴 한데, 초등학생이 대학생 문제를 풀어야 하는 현실이다. 선배가 없다는 것은 역사와 전통이 없다는 것이며, 단점이지만, 기존 체제를 벗어나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 혁신의 출발은 ‘다르게 보기’다. 우리는 그게 비교적 가능했고, 지금 새로 시작하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풀어냈을 때, 협동조합 150년 역사에서 헤매고 있는 것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아이쿱은 향후 5~10년이면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20~30년 후면 해법이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지금 포석을 두고 있다.”
생협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또 투명성과 민주적 운영 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의사결정의 어려움은 많이 존재한다. 협동조합이 혁신적인 뭔가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도 협동조합은 구조 자체에 장점이 있고 그것으로 버티는 것은 좋다. 혁신의 내부동력이 약하니, 의사결정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우리는 직원들 임금과 채용, 투자 등은 경영자에게 위임돼 있다. ‘아이쿱은 독재’라는 얘기도 돌긴 한다. (웃음) 독재로 보일 정도로 경영권자의 의사결정이 빠르다. 대부분은 혁신의 필요성이 없으니, 느린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 우리라고 민주적이지 않은 건 아니다. 협동조합이 됐다고 민주적이냐. 그렇지 않다. 경찰관 10명이 도둑 1명 못 잡는다는 말도 있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구조적 설명이 많은데, 그건 단면이고, 역학관계나 동태적인 측면도 봐야 한다. 협동조합의 구조적 장점은 ‘1인1표’ 외에는 별다른 것은 없다.
다단계와 협동조합, 둘 사이 다른 점에 대해 좀 더 듣고 싶다.
정치적ㆍ사회적으로 설명하면 농민들이 1년 동안 파업하면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시킬 수 있다. 노동자들도 그렇게 말하는데, 안 되잖나. 노동조합 가입률이 점점 떨어진다. 노동자끼리 협력하면 사용자에게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데 말이다. 사실 인풋이 크지도 않다. 조합비만 내면 된다. 아웃풋은 증명이 됐는데도 노조 가입을 안 한다. 그런 시대다. 협동조합은 노동조합보다 더 어렵다. 노조가 잘 안 되는 사회에서 협동조합이 잘 되길 바라기 힘들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다단계로 설명했었는데, 신뢰가 쌓이기 힘든, 우리끼리 힘을 합치면 잘 될 수 있는데도, 사회적으로 실패한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역사 300년 중에 협동조합은 1844년부터 시작했으니 150년 정도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협동조합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150년 역사를 봤을 때, 웬만한 나라에서 다 성공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도 30년 역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가졌다. 눈에 안 들어온 거지. 관심이 많아진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부터다. 협동조합이 잘 해서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엉망이 되면서 법도 만들어지고 관심이 커졌다. 150년 역사, 어마어마한 실패 사례가 있다. 몬드라곤? 바스크 지방만 잘 됐다. 스페인? 개판이다. 스페인이 몬드라곤처럼 돼 있으면 개판이 안 됐지. 프랑스도 협동조합을 많이 시도했는데 실패도 많이 했다. 이탈리아도 나라는 개판이고, 성공사례도 몇 개 없다. 주식회사보다 나은 것도 150년 역사에서 몇 개 없다. 냉정히 얘기해야 한다. 협동조합에 장밋빛 미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단기간 승부가 아니다. 협동조합은 마라톤 같은 것이다. 아이쿱은 유럽이나 일본이 못한 것에 대해 새로운 해법을 준비하고 한 땀 한 땀 만들어가고 있다. 나도 협동조합을 하고 있는데 왜 비관주의이겠나,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협동조합, 무조건 하면 잘 될까? 협동조합 앞날엔 장밋빛 미래만 펼쳐질까? 신성식 아이쿱생협 생산법인 경영대표와 차형석 시사인 기자가 협동조합에 대한 다양한 의제를 놓고 대담을 나눴다. 그렇게 펴낸 책이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사람을 살리는 협동조합기업의 힘’이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은 17만 명의 조합원을 지닌 아이쿱(iCOOP)생협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조합원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협동조합에 관심 많은 독자들, 지난 4월 17일 서울 동숭동의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저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쇼핑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 것일까.
협동조합을 할 때 생각해야 할 것들
아이쿱은 협동조합을 독특하게 해석한 경우다. 그는 협동조합을 결사체기업으로 본다. 기업에 방점을 두는 편이다. 일본은 ‘생협’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일본 생협 전체를 보면 조합원이 2천만 명이 넘는다. 가구당 가입이 기준, 2천만 가구라고 볼 수 있다. 일본 1억 2천만 인구, 1가구당 3명으로 보면 6천만 명, 인구의 반. 그러나 입국 심사에서도 생협을 모른다. 생협을 농협이나 슈퍼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는 것이 신 대표의 시각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생협은 남다르다. 기대도 많고 해석도 다양하다. 그건 아직 정리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차형석 기자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농협은 진정한 의미의 협동조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역에서도 농업협동조합 기능을 수행하는 것 같진 않다는 것. 신협도 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자율성이 많이 떨어졌다. 그가 보기에 조합원들의 자율성이 보장된 자생적인 협동조합으로 여길만한 것은 생협과 의료생협 정도다.
신 대표, 말을 잇는다. “협동조합 개념 정리를 분명히 해야겠다는 것이 첫째 포인트다. 한국에서 협동조합은 의미가 각별한데, 공동체주의가 가장 강하다. 농협, 신협은 형식적으로만 협동조합이다. 한살림은 생명운동, 두레생협은 지역생명운동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민우회생협은 여성운동 일환으로 출발했고. 아이쿱은 출발을 달리했다. 결사사업체, 즉 사업체에 초점을 둔 유일한 경우였다. 둘째 생협은 생산자 중심주의가 강했다. 그러나 아이쿱은 사업체 성격에 방점을 뒀고, 소비자중심주의에 뒀다. 이게 차이점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우리나라 생협 중 우리만 유일하게 가입돼 있다. 그런 인식의 차이가 지금도 있다.”
“협동조합을 결사체 중심으로 이해하고 ‘결사=운동’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사가 다른 게 아니고 조합원의 공동요구란 말이죠. 그 공동요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업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몬드라곤의 결사는 ‘일자리’입니다. 몬드라곤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처음 사업체로 만든 것이 ‘난로공장’이었어요. 경제가 성장하던 당시에 일자리는 소소한 문제였을 겁니다. 생명, 민주주의, 생태, 환경, 지역, 농업 등 큰 사회 담론만을 결사로 이해했어요. 그러다 보니 안전한 먹을거리, 육아, 낮은 가격, 나은 서비스, 공동구매, 품질관리 등 생활 속의 소소한 결사를 무시하거나 낮추어보는 경향이 발생한 거죠.”(p.51) | ||
이에 사례를 들었다.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청소용역회사. 최근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사장이 회사 운영을 그만하겠다고 선언했고, 직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는 잘 될 것으로 봤다. 자본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그런 식의 흐름을 통해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것,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버스나 택시도 그런 경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능한 한 이런 흐름을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두 번째 흐름에 대해 말을 이었다.
“광주 한 모임에 갔는데, 한 대학교수가 협동조합기본법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얘기하는 것이 공동구매였다. 프랜차이즈 하던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자재를 싸게 사고. 협동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나, 이게 실은 골치 아프다. 공동구매는 분명 힘이 되나, 자본이 규모의 경제 만드는 것은 훨씬 더 잘한다. 원리적으로는 가능하나, 쉽지 않다. 초창기 우리나라 소비자조합(소협), 일본이 거기에 가까운데, 우리나라에선 80년대 중반 다 망했다. 단순한 공동구매가 힘이 안 된다. 자본이 만들어내는 상품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까. 요즘 소셜커머스, 협동조합 아니라도 공동구매를 한다. 일본 생협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생협시스템을 고스란히 따라한 기업들이다. 협동조합의 힘을 공동구매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가 세 번째로 강조한 것은, 협동조합의 가능성이다. 생존율, 협동조합이 높은 건 분명하나, 단순하게 그리 말하긴 어렵다는 것. 지금 조건에선 협동조합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사회의 제도나 흐름, 문화 등을 망라했을 때, 한국의 현재 기업환경에선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제도나 문화 등이 모든 것이 열악해 망할 가능성이 아직은 높다는 것.
“유럽의 협동조합 역사는 150년, 우리나라는 30년으로 보는데, 성공사례가 별로 없다. 많은 생협이 조합원을 속이고 있다. 협동조합 원칙 중 조합원 공개, 정직 등이 있는데, 공개도 많이 않고 정직하지도 않다. 아이쿱이 자연드림을 분리한 건 그런 현실 때문이다. 유사생협의 문제도 있고, 의료생협 대부분도 사무장 병원이다. 내가 알기에 진정한 의료생협은 현재 15개 정도 밖에 안 된다. 소비자생협도 그런 식의 포장이 나오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뭔가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당분간은 협동조합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제도가 너무 미흡하고, 문화가 안 돼 있다.”
협동조합, 아직 갈 길이 멀다!
차 기자, 취재차 볼로냐 지역을 갔던 적이 있었다. 지방 정부에서 유치원을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것을 보았다. 건설협동조합은 유치원 건물을 짓고, 일하는 사람이나 교사는 노동자협동조합이 컨소시엄에 붙었고, 밥은 급식협동조합이 참여한 형태였다. 세 협종조합이 들어가 유치원 프로젝트로 9~10개를 만든 것을 취재했다. 협동조합 간의 상호협동이었다.
“한국은 아직 그런 제도나 생태계 구성이 안 돼 있다. 또 퀘벡은 협동조합 금융기관이 있고, 이런 곳에서 기금을 출자해 협동조합에 자금을 빌려주더라. 그런 조건이 돼 있으면 새로운 협동조합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생존율도 주식회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아직 그런 경우가 없다고 봐야지.”
신 대표가 보기에도, 전 세계적인 공통 과제인데, 협동조합이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협동조합 간 협동도 공동구매의 힘이긴 하나, 그는 본질적으로 상품과 경영자(리더), (이용자 수준을 뛰어넘는 주인으로서의) 조합원 세 축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식적으로 뜻이 맞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치자. 나의 표현으로는 사회적 동업이다. 동업은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동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치가 동업을 위해 지불해야 할 것보다 높아야 한다. 높으면 참여한다. 문제는 이 기대치가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투자해야 할 것을 적게 내는 방향으로 초기 작동한다. 증명 되는 순간에는 막 넣는다. 다단계가 이 원리를 쓴다. 아이쿱도 초기 다단계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웃음).”
그래서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사람들 심리는 다단계 참여자의 심리와 다르지 않다고 신 대표는 본다. 무언가를 넣는다고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조금씩 돈을 넣을 뿐이다.
“농협 평균 출자금은 100만 원 안 된다. 한 70만 원 정도? 소비자생협의 출자금은 3만 원 밖에 안 된다. 노동자협동조합 출자금도 몇 백만 원밖에 안 된다. 농업협동조합을 만드는데, 100만원 투자하고 농업의 문제를 푼다? 100만원 넣고 잘 되길 바라? 절대 안 된다. 농협이 잘 됐다면 사람들이 몇 천만 원씩 넣었을 거다. 한국의 협동조합이 잘 안 되는 핵심 중 하나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안 나오는 거다. 소비자생협도 출자금을 과감히 늘려야한다. 물류, 유통, 관리 등 돈이 많이 들어간다. 소비자생협은 1인당 60만 원 이상 출자해야 무차입경영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지금은 3만 원 내고서 한다. 그러니 57만원이 차입비용인 거지. 결과물이 안 나오니 악순환의 고리인 셈이고.”
그런 관점에서 그는 아이쿱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경우다. 최근 가입 출자금을 5만원으로 올렸지만, 그가 바라보는 성공의 지표는 1인당 출자금이 최소 30만 원 돼야 한다. 그 정도 금액에서도 기꺼이 내고 가입하면 성공이라고 보는 것이다. 3만 원, 5만 원을 내고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은 턱도 없다. 노동자협동조합도 기본 출자금이 3천만 원은 돼야 자기 것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동조합이 성공했다고 보는 핵심은 인풋 대비 아웃풋의 결과물이 증명되는 것이다. 주인이 많이 생기는 것이 기준점이 돼야 한다. 이것이 유럽과 일본 협동조합 사례에서 배워야 하는 핵심이다. 우리는 몬드라곤의 2% 규모도 안 된다. 생협을 다 합쳐봤자, 몬드라곤의 3% 정도다. 유럽이나 일본, 한국의 협동조합 모두 풀어야 할 문제가 같다. 유럽은 대학생 정도, 한국은 초등학생 정도이며 이제 출범한 곳은 미취학 아동이지. 그런데 대학생이든 초등학생이든 같은 시험지를 받아 현실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똑같다. 초등학생이 대학생 문제를 풀어야 한다. 딜레마이며, 어렵다.”
“협동조합의 핵심은 조합원이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형식상 주인이 아니고 실질적 주인이 얼마나 많은가가 협동조합의 운명을 결정합니다.”(p.80) | ||
“암울하지만, 나는 비관론자이긴 한데, 초등학생이 대학생 문제를 풀어야 하는 현실이다. 선배가 없다는 것은 역사와 전통이 없다는 것이며, 단점이지만, 기존 체제를 벗어나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 혁신의 출발은 ‘다르게 보기’다. 우리는 그게 비교적 가능했고, 지금 새로 시작하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풀어냈을 때, 협동조합 150년 역사에서 헤매고 있는 것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아이쿱은 향후 5~10년이면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20~30년 후면 해법이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지금 포석을 두고 있다.”
“협동조합은 나와 내 이웃이 함께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가족이 흔들리고 있는 자리에 아직 이웃이 와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협동조합의 시대가 오고 있으나 협동의 문화는 아직 멀리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역사의 진전은 시간을 필요로 하니 어쩌겠는가. 다만 묵묵히 사과나무를 심을 수밖에”(p.5) | ||
의사결정의 어려움은 많이 존재한다. 협동조합이 혁신적인 뭔가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도 협동조합은 구조 자체에 장점이 있고 그것으로 버티는 것은 좋다. 혁신의 내부동력이 약하니, 의사결정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우리는 직원들 임금과 채용, 투자 등은 경영자에게 위임돼 있다. ‘아이쿱은 독재’라는 얘기도 돌긴 한다. (웃음) 독재로 보일 정도로 경영권자의 의사결정이 빠르다. 대부분은 혁신의 필요성이 없으니, 느린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 우리라고 민주적이지 않은 건 아니다. 협동조합이 됐다고 민주적이냐. 그렇지 않다. 경찰관 10명이 도둑 1명 못 잡는다는 말도 있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구조적 설명이 많은데, 그건 단면이고, 역학관계나 동태적인 측면도 봐야 한다. 협동조합의 구조적 장점은 ‘1인1표’ 외에는 별다른 것은 없다.
“설립의 자유가 생겼다고 해서 협동조합의 시대가 완전히 열렸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워요. 협동조합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사람, 협동조합을 꿈꾸는 사람들이 준비를 많이 해야 합니다. 핵심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취급할 것인가 예요”(p.105~106) | ||
정치적ㆍ사회적으로 설명하면 농민들이 1년 동안 파업하면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시킬 수 있다. 노동자들도 그렇게 말하는데, 안 되잖나. 노동조합 가입률이 점점 떨어진다. 노동자끼리 협력하면 사용자에게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데 말이다. 사실 인풋이 크지도 않다. 조합비만 내면 된다. 아웃풋은 증명이 됐는데도 노조 가입을 안 한다. 그런 시대다. 협동조합은 노동조합보다 더 어렵다. 노조가 잘 안 되는 사회에서 협동조합이 잘 되길 바라기 힘들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다단계로 설명했었는데, 신뢰가 쌓이기 힘든, 우리끼리 힘을 합치면 잘 될 수 있는데도, 사회적으로 실패한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역사 300년 중에 협동조합은 1844년부터 시작했으니 150년 정도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협동조합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150년 역사를 봤을 때, 웬만한 나라에서 다 성공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도 30년 역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가졌다. 눈에 안 들어온 거지. 관심이 많아진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부터다. 협동조합이 잘 해서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엉망이 되면서 법도 만들어지고 관심이 커졌다. 150년 역사, 어마어마한 실패 사례가 있다. 몬드라곤? 바스크 지방만 잘 됐다. 스페인? 개판이다. 스페인이 몬드라곤처럼 돼 있으면 개판이 안 됐지. 프랑스도 협동조합을 많이 시도했는데 실패도 많이 했다. 이탈리아도 나라는 개판이고, 성공사례도 몇 개 없다. 주식회사보다 나은 것도 150년 역사에서 몇 개 없다. 냉정히 얘기해야 한다. 협동조합에 장밋빛 미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단기간 승부가 아니다. 협동조합은 마라톤 같은 것이다. 아이쿱은 유럽이나 일본이 못한 것에 대해 새로운 해법을 준비하고 한 땀 한 땀 만들어가고 있다. 나도 협동조합을 하고 있는데 왜 비관주의이겠나,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꿈은 머리를 뜨겁게 한다. 사랑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느낌이 없다. 그것은 협동조합이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p.4) | ||
-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신성식,차형석 공저 | 알마
이 책은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쿱 생활협동조합을 다룬다. 이미 《협동조합, 참 좋다》로 이 주제를 밀도 있게 취재한 적 있는 〈시사IN〉의 차형석 기자가 국내 최대 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의 신성식 경영대표를 인터뷰했다. 이 책에서는 협동조합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한국 협동조합의 역사와 가치까지 소략하지만 두루 다뤘다. 협동조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색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한국의 현실에서 협동조합 형태로 기업을 안착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풍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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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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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뭐꼬
201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