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한길만 가기엔 쉽지 않은 세상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약 70%가 다른 회사로의 이직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마크로밀엠브레인, 전국 직장인 500명 대상). 다른 직장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회사 분위기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연봉이 상승되고 새로운 환경에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직장을 옮기는 것이다. 이처럼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이직처럼 수많은 변화에 맞닥뜨리게 된다.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변화에 기로에 서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담긴 두 편의 웹툰을 소개한다.
- 작가 : 노란구미(정구미)
- 내용 : 주인공(심은주)은 회사를 그만둔 백수 겸 프리랜서이다. 재취업을 생각하긴 하지만 선뜻 실천에 옮기진 못한다. 그러던 중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민석이는 은주의 방에 전등을 갈아주고, 이를 시작으로 은주는 자신의 방에 셀프인테리어를 하기 시작한다.
- 감상 TIP : 곰팡이 제거에서부터 발판을 이용한 선반제작까지. 작가가 직접 셀프인테리어를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웹툰으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점이 실용적이다.
- 작가 : 들개이빨
- 내용 : 주인공(유양)은 직장 상사와 마찰로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지만 쿨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곧 새로 구한 직장에서조차 적응하지 못하고 진짜 백수가 된다. 식탐 많은 유양에게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음식과 연결하여 담아냈다.
- 감상 TIP : 음식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 그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독창성’과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통찰력’이 오묘하게 어울린다. 다소 거칠지만, 그만큼 진솔한 점이 이 웹툰만의 매력포인트.
이 한 접시가 요즘 나의 삶이라면, 고구마는? 포근하고 사랑스런 울 가족들♡ 브로콜리는?회사일. 먹기 싫지만 몸에 좋다니까 꾹 참고 먹는 점이 닮았어. 당근은? 음, 회사 동료? 주니까 입에 대기는 하는데 굳이 안먹어도 뭐. 실제로 회사밖에서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동료는 아무도 없거든. 마늘은 뭐야? 월급이지! 생각만으로도 힘이 불끈! 그럼... 스테이크는? 그야 당연히 옵♡♥빠♥♥♡지♥♡♥♡
-『먹는 존재』 15화 스테이크
난, 방을 예쁘게 해주는 것으로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 왜 다들 누구 뜻대로 살고 있잖아. 자식은 부모 뜻대로 부모는 회사 뜻대로. 학교가면 공부해야 되고 회사가면 성과내야 되고. 이러다가 내가 사라지지. 그래서 모든 사람한테 숨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고 싶어.
-『은주의 방』38화
웹툰에서처럼 현재의 나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해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크고 작은 사건들과 주변의 사람들이 씨줄날줄처럼 엮인 한 개인의 삶을 간결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의 기대, 주어진 책임, 내 의지가 뒤섞여버려 복잡한 심정일 것이다.
“원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 요즘 사람들은 솔직히 주변사람들 눈치 보고 살잖아요. 원래 내 모습을 닫고 억지로 맞추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공부는 이 정도 해야 한다. 유행은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돈은 이 나이면 이 정도는 벌어야 한다. 저도 최신제품 좋아해요. 있어 보이고 신나잖아요. 그런데 그게 진짜로 제가 좋아하는 건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어요.
-『은주의 방』 14화
늦게도 깨달았지. 겁에 질려 도망치는 방식으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공포를 무서워하지 말라. 한순간의 저주도... 당신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
-『먹는 존재』 4화 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조차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매슬로의 인간욕구단계설’에서처럼 생존욕구 등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자아실현의 욕구 등 상위의 욕구를 발견해서 일수도 있다. 혹은 내 감정을 말하기보다는 타인을 의식하면서 사는 방식에 익숙해져서 내마음속의 소리를 못 듣는지도 모른다. 순수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은주의 방』36화
제가 셀프인테리어를 하면서 느낀 건데요. 변화는 자신에게 부담되는 걸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복잡한 상황, 불확실한 본인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언가를 끝내고 또 다시 시작하는 변화를 피할 수 없다. 변화에 대한 부담감에 젖어버린다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발걸음조차 떼기 어려워진다. 그럴 때는 작은 행동하나를 변화의 첫걸음으로 삼아보자. 웹툰 속 주인공이 전등 하나를 교체함으로써 집안 분위기는 물론이고 자기의 마음까지 바꾸었듯이 말이다.
톨스토이는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 끊임없는 변화에 맞닥뜨린다. 자의에 의한 변화라면, 막연한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고 그저 바로 앞의 한걸음에만 집중해보자. 한참을 가서 뒤돌아보면, 그 작은 걸음들이 모여서 저만큼 나가있을 것이다. 또 타의에 의한 변화라면, 내가 예상치 못했던 혹은 원하지 않던 것이라 하더라도, 그 상황을 받아들여보자. 그 변화를 통해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새로운 조각을 추가해본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변화, 변화의 결과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그 변화의 시작에 발을 들여놓은 당신을 응원한다.
[관련 기사]
- 열대야에 지친 당신에게 ‘좀비 웹툰’을
- 짝사랑, 혼자 사랑에 아파 본 적 있나요?
- 당신의 학창시절은 어떤 모습인가요?
- <연애 말고 결혼>, 연애의 시작은 이별
-어른, 아이의 경계선에 서 있다면
고려진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마음속에는 소녀감성이 있고, 익숙해진 삶의 패턴 속 에서도 여전히 서툴고 실수투성인... 어쩌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는 평범한 ‘그녀’입니다. 저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의미 있게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조금씩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해신
2014.08.31
시작과 끝에 서 있는 이에게 추천하시는 책이라, 꼭 읽어보고 싶네요.
여의주
2014.08.30
두 권 모두 읽어보고 싶네요.
뚱이
2014.07.2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