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타블로, 김C와의 라디오 작업은 어땠을까?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은 <이소라의 음악도시>로 라디오에 발을 들였고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김C의 뮤직쇼> 등을 거쳐 현재 <이현우의 음악앨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연이 라디오를 하면서 쓴 글을 골라 엮었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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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노동절이었다. 눈부시도록 환한 날, 서울 홍대 부근의 한 카페에서 한 집필노동자와 카페노동자가 독자들을 만났다. 손글씨 쓰는 라디오 작가 김재연이 글을 쓰고 ‘밤삼킨별’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김효정이 사진을 찍은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출간을 기념해 북토크가 열린 것. 이 책은 <이소라의 음악도시>로 라디오에 발을 들였고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김C의 뮤직쇼> 등을 거쳐 현재 <이현우의 음악앨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연이 라디오를 하면서 쓴 글을 골라 엮었다.

 

라디오에서만 만났던 청취자들을 눈앞에서 만난 것이 쑥스럽다며 김재연은 라디오 작가가 된 것과 이번 책을 낸 것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를 좋아했고 작가가 되고 싶었다. 문창과를 나왔는데, 소설가보다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었다. 아는 선배를 통해 이병률 시인과 연락이 닿았고, 당시 이병률 선배는 <이소라의 음악도시> 라디오 작가를 하고 있었다. 여러 수련 과정을 거쳐 라디오에 발을 디뎠고 결정적으로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를 하면서였다. 언젠가 책을 내겠다고 생각했지만 라디오 작가들 책이 요즘 많이 나와서 똑같은 책을 내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시간을 두고 내고 싶었다. 그런데 김효정 선배가 자기가 사진을 찍을 테니 책을 내보자고 해서 혼자보다 함께 하면 성의 있는 책이 나올 것 같아서 책을 냈다.”

 

이어 낭독의 시간. <김C의 뮤직 쇼>의 ‘생각 없는 생각’ 코너에 쓰였던 글을 다듬은 <당신은 그런 사람>(62쪽)을 골랐다. 김재연 자신은 낭독하기가 부끄럽다며, 녹음해 온 김C의 음성으로 낭독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김효정이 등장했다. 김효정은 김재연의 대학 선배다. 두 사람은 어떤 추억을 갖고 있을까. 

 

김재연 : 롤링 페이퍼를 하면 김효정 언니는 지금과 같은 글씨로 한 마디씩 적어줬다. 그렇게 손글씨를 쓰고 로모카메라로 여러 사람을 느낌 있게 예쁘게 찍어서 그것을 줬다. 언니처럼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함께 책을 내줘서 고맙다.

 

김효정 : 스무 살 때 만난 동생이었는데, 20여년 인연을 이어가고 이다. 우리 모두 문창과를 나왔지만 아웃사이더였다. 글을 좋아하지만 열심히 쓰지 않았던(웃음). 하지만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좋아하는 것이 있어서 열심히 쓰지 않지 않았던 걸까. 그게 닮아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과 영향을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좋다. 그때 김재연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연애도 열심히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십여 년을 알고 지냈지만 각자 사회생활을 했기에 차나 술 한 잔 마신 적도 없다. 그래도 1년에 2~3번을 만나도 정말 보고 싶고,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 김재연이다. 이렇게 글을 열심히 쓰고 좋아하기에 김재연의 글이 사람들에게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목소리로 듣기로만 아까우니 활자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출판사와 연결해줬다. 조건이 있었다. 사진을 내가 맡겠다고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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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독자들이 사전에 김재연에게 궁금한 내용을 적은 메모를 중심으로 북토크가 진행됐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교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SNS보다 직접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소통과 디지털 소통에 대해서 두 사람이 가진 생각을 듣고 싶다. 

 

김재연 :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나는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가장 따뜻하게 교류하는 매체가 라디오라고 생각한다. 라디오를 통해 위안도 얻고 울기도 하는 등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을 느낀다. SNS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SNS가 라디오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책을 검색해보기도 하는데, SNS에서 내 책이 위안이 됐다며 사진을 찍어서 올린 것을 보면 뿌듯하고 따뜻해진다. SNS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김효정 :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미니홈피를 했을 텐데 비공개로 쓰거나 다른 사람의 글을 비공개로 스크랩해 봤을 것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글이나 사진 등을 담아오고 읽기도 했다. 어젯밤에 “SNS와 삶의 공통점은 삶의 일부만 보여준다는 것”이라는 글을 썼다. 카톡에 100명, 연락처에 200명이 있다손 외로움을 이런 숫자로 위안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이 있다한들 그에게 내 모든 것을 보여줄 수도 없다. 아날로그는 디지털을 필요로 하고,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필요로 한다. 외로움은 어디서든 발생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뭔가를 갖고 있어도 그게 전부는 아니다. 외로워서 안녕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외로워도 안녕할 수 있다.

 

김재연 작가는 스스로 재밌어하는 것을 충분히 즐기며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재연 : 책이 나온 뒤 친구들이 읽고 나서 후기를 보내줬는데, 너나 안녕하라고 말하더라(웃음). 라디오에 나왔던 글이다 보니 책에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말이 많은데, 사실 그것들은 나에게 끊임없이 해주고 싶은 말이다. 내가 그렇지 못해서 내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재밌어 하는 것들 중에 많은 것을 못하고 살지만 다행히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연애를 봐도 그렇다. 연애가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려운 순간들이 많잖나. 시간이 흐르다보면 이게 사랑인가 싶을 때도 있고, 잘 지내다가도 이 사람과 헤어지게 되겠구나 하는 예감이 올 때도 있다. 그런 것 때문에 연애가 어려운 것 같다.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차곡차곡 쌓이고 차면 헤어지는 순간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 순간순간 위안을 받을 때가 있다. 책을 좋아해주는 분들, 내가 쓴 글에 마음으로 대답을 해줄 때 위안을 받는다.

 

안녕하지 못할 때 무엇을 하면서 해소하나?

 

김재연 : 그럴 때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해결하려고 한다기보다 그 감정에 빠져 있거나 다른 일을 못하고 혼자 있기도 한다. 그래도 살아야하니까 일을 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해소가 되기도 하더라.  

 

김효정 : 슬픔은 슬픔대로, 고통은 고통대로, 괴로움은 괴로움대로, 그것을 감추려고 하지 않으면 좋겠다. 자기 마음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안녕한 것이 아닐까.

 

돈 때문에 회사를 다니는 건 아닌 것 같아서 회사를 그만뒀다. 막상 그만뒀지만 무슨 일을 해야 할 지는 아직 모르겠다. 김재연 작가는 힘들 때 어떻게 보냈나?

 

김재연  : 라디오는 선물이 많다. 라디오에선 이런 사연이 오면 선물을 주는데(웃음). SNS를 거의 하지 않는데, 언젠가 누군가 라디오 작가를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고 쓴 적이 있었다. 라디오 작가가 겉으로는 근사해보일 수 있으나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라디오 작가 대부분은 프리랜서이고 타의에 의해 그만둬야 할 경우가 많다. 나도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런데도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만 둘)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두면 누가 날 찾아주고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관뒀을 때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이런 생각에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이 일을 한 것 같다. 독자분은 되레 나보다 더 대단한 것 같다.

 

음악을 전공했고 하는 일이지만 계속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김재연 작가는 라디오 작가 이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김재연 : 글쎄.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지만, 이 이후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막상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라디오를 놓지 못한 것은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도 이후를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효정 : 나는 정말 좋아하는 과에 들어갔었다. 책을 읽고 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러나 신춘문예나 등단을 강조하고 스터디를 시키려하는 분위기가 맞질 않았다. 교수에게는 매일매일 깨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좋아하는 다음의 것을 찾기로 했다. 대학 3학년 때부터 인턴으로 들어가 회사생활을 했다. 네띠앙에 들어가 전략마케팅을 배웠고, 12년 정도 홍보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일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더 힘들더라. 현실을 지킬 수 있도록 일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그 와중에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힘이 됐다. 회사에서는 매일 깨지더라도 글 쓰는 것, 음악 듣는 것,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는 것 등 자신이 좋아하는 소소한 것을 잃지 않으면, 취미를 가지면 삶에 도움이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하게 좋아하기 위해 노력은 중요하다. 좋아하는 건 편애하듯이 예뻐해 줘야 한다.

 

라디오를 할 때 졸리진 않는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궁금하다.

 

김재연 : 밤10시부터 하는 라디오 일을 7년 정도 했었고, 지금 <이현우의 음악앨범>은 아침 9시부터 하고 있다. 라디오를 하는 2시간은 완전 집중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없다. 그 외적인 일에선 스트레스를 받지만(웃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극복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어디 극복이 쉽나. 그래서 극복을 한다기보다 다른 즐거움을 찾는다. 라디오 없는 날에는 하루 종일 잔인한 미국드라마를 본다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게 내 방식이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청취자의 사연이 있다면?

 

김재연 : <이소라의 음악도시>에서 막내 작가를 할 때였다. 한 여성 청취자가 남자친구의 생일을 축하해달라는 사연이 왔다. 사연은 이제부터인데, 그 여성이 암에 걸린 상태여서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면서 남자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모두 놀란 한편으로 방송에는 소위 ‘꾼’이라는 것이 있다. 선물을 받기 위해 사연을 꾸며서 보내는 사람이 있다. 혹시 이게 만들어진 글이 아닌가 확인하고자 전화통화를 했었다. 그런 마음이 미안할 만큼 진짜 사연이었다. 모두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3~4개월이 지났는데, 한 남자에게서 사연이 왔다. 그 여성의 남자친구였었다. 여자친구가 하늘나라에 갔다는 사연이었다. 그날 더 많이 울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사연이 잊히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췄었는데,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DJ는 누구였나?

 

김재연 : 타블로였다.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를 초창기에 함께 했는데 나이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했다. 타블로는 만났던 여러 DJ 중에서도 가장 먼저 친구가 됐다. 내가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도 쉽게 말을 놓지 못하는 성격인데, 타블로와는 처음 만날 때부터 말을 놓았다. 내가 쓴 글을 자기 생각처럼 읽어주고 가장 정성껏 읽어준 것은 김C였다. 가수 이소라는 아름다운 균열이 가 있는 유리 같은 사람이다. 어떤 단어 하나도 쉽게 쓴 단어가 있으면 알아챌 정도로 섬세했다. 원고를 쓰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DJ는 이소라였고, 완성도 있게 내 글이 발전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 이소라였다.

 

지금까지 읽은 ‘비문학’의 책 가운데 기억나는 책이 있다면?

 

김재연 : 책을 읽을 때는 그림이나 사진이 있는 책을 많이 본다. 팝업북도 보고. 지금 가장 기억나는 책이라면 『가끔 쓸쓸한 아버지께』라는 제목의 책이다. 일본의 한 마을에서 짧은 글짓기 대회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아버지’라고 했을 때 생각나는 글을 받아서 모아놓은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라디오에서 소개도 많이 했었다.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이라고 권하고 싶은 네가 있나? 또 메모를 많이 할 것 같은데, 소소한 것에서 길어올려 바로 기록을 하는지, 앞선 기억을 떠올리며 쓰는 편인지 궁금하다.

 

김재연 : 추천사를 가수 이소라에게 받고 싶었는데, 평소 연락이 잘 안 된다. 몇 달 동안 전화기를 꺼놓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결국 추천사를 받지 못했다. 이소라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안녕하기를 바라는 지금 떠오르는 사람이 이소라다. 그리고 매일 글을 써야하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늘 똑같은 이야기를 쓸 순 없잖나. 직업병처럼 라디오에 써야 하겠다, 라디오에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런 기회를 만나면 캡처를 하거나 기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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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김재연 저/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저자는 사람들의 매일의 일상을 가장 가까운 곳에 만나는 라디오 작가다. 그녀의 글 속에는 오랫동안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온 섬세한 감성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이 책에는 청취자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DJ의 목소리로 흩어졌던 글들 중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고르고 다듬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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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라디오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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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자르는아이

2015.05.08

그립네 소라리네 음도 재연작가, 가람작가, 병률작가. 그 시절 감성을 책임졌던 음도. 길에서 만나다를 가장 좋아했었는데...이렇게 보니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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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