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폭발력을 낼 수 있음에도 선정성 논란 때문인지, 악녀 컨셉과 면사포 등 다른 방향으로 주의를 환기시켰다는 것이 이들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발랄함과 아름다움이 가득했던 「Loving U」, 「Touch my body」와 비교했을 때 「Shake it」이라는 슬로건이 약해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씨스타의 썸머송은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다. 일렉트로닉 댄스로 더위와 정면승부 하는 F(x)식 이열치열과 달리, 이들의 곡은 청량하다. 전체적으로 노래가 깨끗하고 밝아, 지저분한 느낌과 멀다는 것도 시원함에 일조한다. 「Shake it」은 이런 성공 공식 아래, 히트곡을 쏟아낸 후 많은 층을 품기 위해 여유롭게 꺼내든 곡이다. 이단옆차기는 좋은 멜로디를 만들어주었고, 씨스타는 역시나 잘 불러줬다.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여기고, 성실히 가꾸는 것도 이들을 특별하게 만든다. 리얼리티 속에서 멤버들은 가수로서나 여성으로서나, 모두 성공적인 위치에 올라와있었고 그걸 자유롭게 즐긴다. 건강한 바디가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이로부터 나오는 자신감이 씨스타를 능동적으로 만든다. 네 명이 꾸리는 무대에서는 매년 여름 이 기세를 빼앗아올 수 있다는 에너지도 느껴진다.
효린과 소유는 댄스곡에 어울리는 보컬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이돌 범주를 넘어선 곡도 잘 부른다. 적극적으로 래퍼와 알앤비 가수들과 호흡을 맞춰온 덕에 「애처럼 굴지마」나 「나쁜놈」에서는 매혹적인 뮤즈가 된다. 이처럼 씨스타는 한 면에서는 쿨링 앨범을 담는 동시에 어른들의 아이돌 팝을 노래한다.
이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왔다면 자작곡을 내세우거나 좋은 앨범에 대한 욕심이 날법한데, 이들의 음반은 대부분 평범한 미니앨범 정도에 그친다. 이전에 실렸던 「Ok go」가 「Go up」으로 이어지는 등 가사와 수록곡의 스펙트럼도 그다지 넓지 않다. 제작상의 미흡함도 있겠지만, 이런 문제가 오랫동안 계속 되어왔음을 생각하면 의도적으로 간략한 구성을 택한 것이다. 걸그룹 활동은 한 곡으로 기억된다는 점, 차트 1위를 지켜야 한다는 씨스타의 목표를 상기해볼 때 이들은 발전보다 지금의 자리에 머물기를 지향한다.
씨스타가 뿜어내는 젊음과 효린과 소유의 보컬도 아이돌의 영역에 있을 때 더욱 매력적인 힘을 낸다. 전성기의 걸그룹이 필요 이상으로 어두워지거나 보이시해지며 힘을 잃어갔던 것과 달리, 씨스타는 잘 하는 부분을 집중한다. 여름대전의 트로피를 거머쥐는 것이 목표라면, 이들은 가장 가볍고 효과적으로 대중이 원하는 바를 행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사랑받는 팀의 앨범 구성이 정체되어 있다는 점이 조금 아이러니지만.
2015/07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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