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음반도 여지없이 귀를 파고든다. 높은 흡입력을 동반하는 간편한 코드 진행과 러닝 타임 위에서 유려하게 흐르는 멜로디 라인, 고저를 부드럽게 오가는 미카의 목소리가 아티스트의 트레이드마크로서 작품을 꾸민다. 여기에 내면에서 출발하는 자기 고백과 프레디 머큐리 등 자신의 영웅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물들인 서정적인 텍스트, 풍성한 사운드 구성, 앨범 전반에 흐르는 긍정적인 분위기도 마찬가지로 익숙한 성질로서 본연의 소구력에 세기를 더한다. 여전히 감각은 상당한 수준에 자리하고 있으며 결과물들 또한 괜찮은 정도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린다. 특유의 팔세토로 후렴구를 가득 채운 「All she wants」와 「Good wife」, 여러 목소리가 등장하는 코러스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Talk about you」, 스트링으로 후반부를 멋지게 장식한 「Last party」 등이 근사하게 치고 나와 어필한다.
아티스트의 전형이 음반과 수록곡 도처에서 모습을 드러내나 완성된 작품은 결코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발랄한 댄스 팝 스타일을 내걸었던 < Life In Cartoon Motion >, < The Boy Who Knew Too Much > 시절과 일렉트로니카로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였던 < The Origin Of Love > 시절에서의 트렌디한 사운드를 대폭 제거한 대신, 예스럽기도 한 차분한 사운드와 여러 곳에 여유를 둔 연출을 전면에 선보이며 태세를 전환했다. 미카는 재능과 영리함 모두를 갖췄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변화를 진행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인 감미로운 멜로디가 빛을 발하게 했다. 구태여 지지기반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영역을 잘 구축해낸 셈이다. 어쿠스틱한 「Good guys」, 「No place in heaven」은 물론, 음반에서 가장 흥겹다고 할 「Oh girl you're the devil」, 「Rio」에 이르러서까지도 미카는 그간과는 다소 다른, 조금은 수수한 옷을 입고 노래를 내뱉는다.
작법이 어느 정도 고정적인데다 이로 인해 스타일의 변화 고저 차이도 크게 다가오는 편도 아닌지라 신선하게 다가오는 측면이 적다 싶겠다만, 찬찬히 살펴보면 새로운 요소들이 작품 곳곳에 포진돼있다. 더욱 주목을 기해야할 부분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아티스트가 계속해서 사람들의 흥미를 잡아놓는다는 데에 있다. 「All she wants」, 「Talk about you」, 「Oh, girl, you're the devil」과 같이 대중과의 조응성을 높게 구성하고 있는 곡들을 쉽게 지나치기란 어렵다. 송라이팅에서의 재기가 특히나 반짝거리는 부분이다. 작품 안팎으로 미카는 좋은 성과를 냈다. 기대치에 상응하는 음반을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디스코그래피 흐름상에도 산뜻한 공기를 불어넣었다.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팝 앨범이자 아티스트의 또 다른 면모를 가리키는 지표이기에 < No Place In Heaven >에는 상당한 값어치가 따른다. 역량 있는 뮤지션의 슬기로운 행보가 보인다.
2015/07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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