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설가 공지영’
소설가 공지영. 그녀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작가, 아니 천착하는 작가다. 공 작가 소설 이면에 흐르는 일관된 기조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뜻함이다. 삶의 한 복판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서사는 실의와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준다.
글ㆍ사진 박성천(소설가)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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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성천이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를 통해 만난 문화예술인 7인에 대한 인터뷰 후기를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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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춥고 죽음은 도처에서 우리를 엄습해 오지만, 아직도 백지 앞에 앉으면 ‘대체 소설은 어떻게 쓰는 걸까?’ 막막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더 자유롭게 희망을 노래하련다. 인간은 그리 작은 존재가 아니고, 삶은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지가 있는 것이며, 사람들 사이의 연대는 소중한 것이다…… 라는 희망을.” (2011년 제 3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수상 소감 중에서)

 

“소설은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썼습니다. 처음 쓴 소설로 연세문학상을 받았고 이전에는 시로 같은 상을 받았고요. 어린 시절부터 늘 문학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 MBC가 주최한 ‘어머니’를 주제로 한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는데, 이때 글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어른이 되면 어렴풋이 작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만날 때마다 기대와 설렘, 부러움이 교차한다. 공지영 작가를 만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자의 꿈은 작가였다. 대학 재학시절 학보사 문학상도 받고 이후 신춘문예에 등단도 했지만, 그러나 단호히 문학의 길로 가지 못했다. 이유는 늘 한가지였다. 밥벌이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그동안 흠모해왔던 많은 작가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어떻게 소설을 쓰는지, 그리고 베스트셀러 비결은 무엇인지 내심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펴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까. 글이 온전히 밥이 되지 않는 시대에, 아니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잘 읽히고 문학성까지 담보하는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공 작가와 인터뷰 약속을 한 뒤 이런 의문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딱히 비결이랄까, 필살기가 될 만한 묘책은 없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합당한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이었다. 공지영 작가도 안팎으로 하늘이 무너질 만큼 가혹한 고통과 시련을 감내하며 창작의 길을 걸어왔다. 무수히 많은 불면의 밤과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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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힘은 역시 소설

 

“이 소설(『높고 푸른 사다리』, 2013)을 쓰기 전이었던 2012년은 몹시도 힘든 해였습니다. 도대체 왜 하느님께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셨는지, 수없이 반문을 하곤 했지요. 그 물음을 화두 삼아 붙잡고 내 자신과 사투를 벌이듯 싸웠습니다. 몸은 피곤했고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갔어요. 해가 바뀌어 2013년이 되었고, 더 이상 넋을 잃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소설 생각이 났습니다. 문학을 통해 삶의 고통을 나누고 싶다는, ‘아 나는 작가구나’라는 사실을 떠올렸던 거지요. 이 무정하고 광포한 세태가 나를 더 이상 황폐화시키지 못하도록 보다 근본적인 것에 대한 천착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그때마다 그녀는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그 상실의 시간을 견디며 자신만의 소설세계를 열어왔다. 세상에 거저 되는 것은 없는 모양이다. 뭔가 결심을 했다면 먼저 시련을 감내할 각오부터 다지는 게 순서가 아닐까.

 

 “오랫동안 나는 고독했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은 내게 눈물이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고통은 나를 고립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상처들과 내가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축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말’은 치유와 창조만을 위해 쓰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였다. 나는 이제 어리석은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어리석은 나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찮다, 다 괜찮다』 중에서)

 

공지영 소설가는,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에는 『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일약 스타 작가로 발돋움했다. 예리한 통찰력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치며, 불합리와 모순에 맞서는 작가로서 알려져 있으며,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뛰어난 감수성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작품들을 발표해왔다.공지영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별들의 들판』,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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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박성천 저 | 미다스북스(리틀미다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는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23명에게 책이 작가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고, 또 그로 인해 어떤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표 소설가, 시인, 지성인과 문화예술인인 공지영, 조정래, 은희경, 최재천, 김병종, 유시민 등 자신만의 색깔로 책을 짓는 작가들의 내밀한 고백을 한데 모았다. 이들은 왜 책을 쓰게 되었고, 책은 어떻게 그들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이 인터뷰집에 모두 담겨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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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소설가)

소설가이자 광주일보 기자인 저자는 다양한 영역에 걸친 글쓰기를 통해 사람과 세상, 문화에 대한 지평을 넓혀가는 인문학자다. 문학 기자와 『예향』 기자로 활동하면서 문학 관련 기사뿐 아니라 우리 시대 화제가 되는 인물 인터뷰, 다양한 문화 담론, 인문학적 주제, 학술 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