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밖에 몰랐던 비운의 천재 -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그는 그림 안에 인물이나 사물, 풍경을 보았을 때 그가 받은 감정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글ㆍ사진 임수빈
201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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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무엇이 떠오르는가? 자화상, 해바라기, 귀를 자른 미치광이, 별이 빛나는 밤에, 색채의 마술사 등등. 아마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생각날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단어, 하나의 테마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고흐는 특별하고 유별난 삶을 살았다. 그의 삶은 늘 비극과 불운으로 가득했다. 살아있을 때 그는 그림을 단 한 점조차 팔지 못할 정도로 인정받지 못했고 지독하게 가난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후 3000여점의 작품이 전 세계적인 인정과 사랑을 받으면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우울과 고독으로 채워진 이 천재화가의 삶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극적이고 흥미롭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특히 고흐와 고흐의 동생 테오가 주고 받은 700여통의 편지를 주 소재로 하여 이를 바탕으로 고흐의 삶을 시기별로 구분 지어 보여준다. 현실에서 테오는 고흐의 유작전을 준비하며 관객들에게 형에 대해 말해주는 내레이터로 등장한다. 현실에서의 그가 고흐에 대해 얘기하거나, 고흐와 주고 받은 편지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과거로의 장면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빈센트 반 고흐>는 시간의 흐름대로 고흐의 일생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고흐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성직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엄격하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자란 고흐는 늘 아버지와 갈등을 겪었다.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그와,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근엄한 성직자 아버지의 충돌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고흐는 좀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얻지 못하고 방황했고, 성인이 된 뒤에도 경제적으로 가족들에게 의존했다. 그런 반복 속에서 그 역시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며 괴로워했다. 창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그는 조금씩 정신 분열적인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처럼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초반부에서는 가족들과의 관계, 사랑하는 여인과의 만남과 이별, 등에서 그가 겪은 고통과 슬픔을 자세히 그려낸다. 그의 성격과 화가가 된 배경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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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려야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직후의 고흐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정열적이었다. 테오의 제안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곧 그 일이 자신의 천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전에는 볼 수 없던 놀라운 집중력과 열정 발휘하여 모든 에너지를 오롯이 그림에 쏟아 붓는다. 그는 그림 안에 인물이나 사물, 풍경을 보았을 때 그가 받은 감정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사실적이고 자세히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자신의 느낌과 감성을 그림 안에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빛과 색채에 대한 관심 또한 많아서, 다채로운 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캔버스 위에 그려냈다.

 

고흐가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부분에서 본격적으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만의 독특한 연출이 빛을 발한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3D 맵핑 기술을 통해 무대 위에 고흐의 그림을 재현한다. 넒은 무대 위로 재현된 고흐의 그림들은 생동감이 넘친다. 그림 속 인물들이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하고, 밀들은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까만 밤 하늘에 떠 있는 별은 반짝거리며 눈부시게 빛난다. 그의 주옥 같은 작품들이 이처럼 독특한 효과를 통해 무대 벽면에 나타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고흐가 그림을 그리면서, 그 풍경과 사람들을 보면서 가졌던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마치 그림 안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관객들의 몰입을 극대화 시킨다.

 

후반부는 화가가 되었지만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늘 가난에 시달리면 괴로워하던 고흐의 삶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왜 그가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르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왜 끝내 자살을 선택했는지, 그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개 시킨다. 또한 그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끝내 그림을 놓지 않고, 그림 밖에 몰랐던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특정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흐의 일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때문에 극이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어 전개가 빠르고 조금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고, 전반적인 스토리도 탄탄하다. 반 고흐를 맡은 김경수는 진짜 고흐 그 자체가 된 듯 물오른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우울감이 극도에 달해 있는 예민한 고흐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테오 역의 서승원은 중 저음의 보이스로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뽐내며 극의 작품성을 더한다. 둘도 없는 우애를 가진 고흐 형제처럼, 두 사람의 호흡도 흠잡을 데 없다. “고통은 영원하다”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화가 고흐의 이야기는 30일까지 아르코 예술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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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