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향은 어디에서 오는가
팟타이. ‘볶다’라는 뜻의 ‘팟’, ‘태국’이라는 뜻의 ‘타이’의 결합어인 이 음식은 ‘태국의 볶음’이라는 의미답게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달달하고 간이 잘 베여있는 쌀국수 볶음이다. 10년 전 먹었던 팟타이는 여름이면 생각나는 음식이었다. 고로 ‘팟타이’ 배우기는 내 소원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등록한 요리학교에서 볶음 이상의 음식들을 깊게 체험했으니.. 열네 번째 상은 태국 치앙마이 요리학교 체험기.
글ㆍ사진 윤곱
201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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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식재료와 향신료의 나라, 태국

 

이번 태국 요리학교의 목적은 아주 간단했다. 팟타이와 솜땀 만들기를 배우는 거였다. 물론 둘 다 내가 좋아하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만들어 먹고 싶은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 명이서 함께 하는 요리학교에서 실습할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한정되어 있었다. 솜땀은 아쉽게도 다음 기회에. 대신 커리와 똠얌꿍(매콤시큼한 국으로 태국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을 실습할 수 있었다. 실습에 들어가기 앞서 요리학교 근처의 작은 시장에서 갖은 식재료 설명을 들었다. 쌀, 채소, 과일, 생선, 고기 등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식재료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실습장 뒤편에 있는 텃밭으로 가서 음식에 들어갈 향신료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졌다. 생강, 쪽파 등등 한식에 자주 쓰이는 채소들도 있었지만 바질, 고수, 박하, 민트, 레몬그라스, 라임과 그 잎사귀, 강황, 가랑갈(생강의 사촌격) 등등 생소한 채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각각 향이 너무 강하고 화장품 향이 나는 것도 있었다. 음식에 들어가면 어찌 될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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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향신료들과 그 향신료들이 나는 텃밭

 

 

태국의 향은 어디에서 오는가 

 

실습의 첫 번째, 팟타이 만들기는 생각보다 쉬웠다. 특히 단맛을 조절하니 내 입맛에 딱 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커리 만들기, 나는 홀로 ‘그린 커리’를 골랐다. 그 초록색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기 때문인데 싱겁게도 풋고추에서 오는 거란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절구에 풋고추, 양파, 마늘, 생강, 강황, 가랑갈, 고수 씨앗을 넣고 빻기 시작했다. 칼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곧 레몬그라스와 라임 껍질을 넣는 순간 시트러스 향기가 진동을 한다. ‘내가 이걸 먹을 수 있을까’하는 정도의 냄새. 커리 페이스트는 완성! 그리고 웍에 코코넛 밀크를 두 국자 넣고 팔팔 끓인다. 커리 페이스트를 넣고 향이 날 때까지 끓이다가 닭고기, 가지, 바질, 라임 잎, 팜슈가, 피시소스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완성. 각각의 향만으로도 강한데 그 모든 향신료를 갈아 넣은 커리라.. 우선 그릇에 담아놓았다. 세 번째 똠양꿍은 토마토, 버섯, 새우와 각종 향신료들이 들어간 칼칼한 국인데 라임즙을 짜넣어서 시큼한 맛이 특징이다.

 

다 만든 두 그릇을 앞에 두고 한 수저씩 입에 넣었다. 우선 그린 커리부터 한 입. 각자 개성만점 향신료들이 하나가 되니 향이 극대화되어 입안 가득 퍼진다. 의외의 맛이다. 똠양꿍도 한 입. 칼칼함과 시큼함에 갖가지 향신료들이 산발적 폭죽을 터트린다. 주택가, 시장, 길거리에서 맡았던 시큼하고 쿰쿰한 향기. ‘대체 이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 거지?’라고 궁금했던 태국의 향기는 향신료에서 그리고 피시소스와 밥에서 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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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었던 팟타이, 커리 페이스트, 그린 커리, 똠얌꿍

 

 

맛은 향, 곧 냄새

 

그렇다. 맛은 향, 곧 냄새다. 코를 막고 무언가를 먹어보면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매일 밤 한편씩 보고 있는 <코스모스>에 따르면, 뇌에서 냄새를 해석하는 후각신경은 감정 경험에 필수적인 편도체, 기억 형성에 기여하는 해마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인간은 특정 냄새가 나면 추억에 잠기게 된다고 한다. 고로 인간은 향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신료를 찾아 먼 바다를 항해하여 식민지를 만들어 버리고 향수를 만들기 위해 수만 송이의 꽃을 따서 정제하는 고됨을 견디는 것도 향기의 매혹성 때문 아닐까. 인간은 향=맛의 노예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곳, 치앙마이는 꽃의 도시다. 가는 곳마다 꽃이 피어있다. 재스민, 프란지파니, 부겐빌리아.. 산꼭대기에 위치한 왕실 별장 ‘부빙 팰리스’ (Bhubing Palace)에도 곳곳에 꽃이 가득했다. 놀이공원 장미 축제 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장미들이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탐스러움에 이끌려 향기를 맡아봤다. 여느 고급 장미 향수보다 싱그럽고 매혹적이었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장미처럼 자연스럽고 매혹적인 맛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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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빙 팰리스의 탐스럽던 장미 한 송이. 치앙마이는 ‘북방의 장미’라고 불리기도 한다.

 

 

(부록) 남편의 상: 우리 동네 단골식당

 

안녕하세요. 남편입니다. 어느덧 치앙마이에서의 일상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부엌도 없는 이곳에서 저희의 끼니를 가장 많이 책임지고 있는 곳은 집 근처 식당입니다. 한 달 전 이사를 마치고 허기짐에 무작정 동네를 둘러보다 발견한 곳입니다. 아주머니가 요리하시고 아저씨가 밥 퍼주시는 골목길의 평범한 식당이지만 벽에는 친숙한 특급 호텔 이름이 걸려있습니다. 아주머니가 한국 호텔에서 주최한 태국 음식 축제에 참석하고 받아오신 기념 폐라고 합니다. 덕분에 하루가 멀다 하고 호텔급 팟타이를 음미하고 있습니다. 또 볶음밥이나 덮밥을 주문하면 돼지뼈무국이 함께 나오고, 고추가 듬뿍 들어간 액젓을 밥에 얹어 먹으면 집밥이 그리울 새가 없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루트아시아』  라는 잡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아시아적 관점’이라는 개념인데요. 이곳 골목 식당들에서 밥과 국, 그리고 국숫집의 젓가락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편안함이 바로 아시아라는 같은 땅덩어리가 주는 동질감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검색창에서 ‘태국 맛 집’을 쳐도 한국말로 수십 곳이 나오지만 집 앞 골목길에 있는 우리 만의 단골 식당을 찾아가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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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조합, 오늘 점심도 계란 볶음밥과 팟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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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제작사 : 20th Century Fox
시공간을 초월한 빅 히스토리. 전설적인 칼 세이건의 다큐멘터리. 우주, 인류, 외계인, 자연 등등 현재의 과학이 다루는 전 분야를 다루고 있으며, 단순한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왜 자연보호가 중요한지, 왜 핵무기는 없어져야 하는지 왜, 외계 탐사가 계속되어야 하는지 등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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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상 #태국 #치앙마이 #요리학교 #코스모스 #루트아시아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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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u

2016.03.11

그린 커리 색깔이 풋고추에서 나온 줄 처음 알았어요. 태국 음식 좋아하는데, 부럽네요ㅠㅠ 직접 만드셨다니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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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6.03.10

크...맛있겠네요. 그나저나 팟 타이가 그런 뜻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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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곱

무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