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히 흐리고 심히 거친 사운드. 작품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들이다. 정제 과정을 무시하다 못 해 차라리 그 반대편으로 뛰어 나가버린 듯한 로 파이의 질감과 이를 작품 전반으로 부옇게 퍼뜨리는 리버브 톤이 앨범 전체에 서려있다. 안개가 지독하게 낀 듯한 형상이다. 이에 대해선 양가적인 입장을 취해볼 수 있겠다. 엘비스 디프레스들리가 늘 로 파이의 사운드를 끌어안고 사는 밴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반길 수 있는 요소에 해당하나, 2012년의
그러나 엘비스 디프레스들리의 음악이 가진 강점은 언제나 까끌까끌한 사운드 마감과 특유의 선율이 교차할 때 빛을 발해왔다. 그렇기에
불친절하게 소리를 전하는 사운드의 효용에 대해 제대로 논할 차례가 왔다. 흐릿하고 뿌연 음향은 엘비스 프레스들리의 기타 록과 포크 록, 사이키델릭 팝에 담긴 우울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데 일조한다. 들리는 모든 걸 헝클어뜨리고 왜곡하는 필터 덕분에 밴드의 노래에 내재된 여러 냉소와 조소, 비난과 비관은 그 감정의 세기를 더욱 강하게 나타낼 수 있게 됐다. 힘 없이 읊조리는 매튜 리의 보컬뿐 아니라 몽환감을 일으키는 「Weird honey」의 기타 선율, 아득함을 더하는 「Thinning out」의 스트링과 「Angel cum clean」의 키보드, 부피감 큰 「Teeth」의 신디사이저와 같은 요소들이 로 파이의 텍스처를 끌어 안고 작품의 이미지를 잘 그려낸다. 앨범의 진가는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트랙 리스트를 관통하는 내내 괜찮은 곡과 불편한 장치가 만나 서로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멋진 결과물들이 가득한 작품이다.
물론 앨범은 한 해 전의 수작
2016/06 이수호 (howard19@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