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열심히,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성공한다.” 꾸준히 들어왔던 말이다. 성실함과 열정을 강조하는 이 말은, 얼핏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적어도 이제 내 주변에서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어쩌다 성실과 열정, 꾸준한 노력이란 좋은 말들이 헛된 구호, 불가능, 그리고 시간 낭비의 다른 말로 전락해 버린 것일까?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투자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2009년 출간한 『아웃라이어』의 주요 내용이다. 이 책에서 그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소개했는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 법칙은 마치 성공을 위한 절대명제처럼 굳어지며 다른 책과 미디어를 통해 널리 회자되었고, 성실을 강조하는 우리 문화와 어우러져 어디에서나 통하는 마법의 주문처럼 전파되었다. 그런데 점차 마법의 주문에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도 꾸준히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수 있어’라며 의욕을 불태웠던 사람들이 오랫동안 노력해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지쳐 포기 해 버리거나, 역시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일부는 ‘1만 시간의 법칙’을 헛소리라 비난하기도 했다. 정말 우리는 그동안 헛된 희망에 빠져 불가능에 헛발질만 해댄 것일까?
‘1만 시간의 법칙’ 이론의 창시자이자 전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은 『1만 시간의 재발견』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법칙은 완전히 오해였다고 주장한다. 1만 시간 법칙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인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며, 최고가 되고자 한다면 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과 질이라고 밝힌다. 무턱대고 열심히 하는 기계적인 연습이 아니라, 신중하게 설계되고 계획적인 연습을 통한 훈련이 비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수준에 이르게 되면 발전이 멈추게 되는데, 이 때 단순 반복하는 연습만 하면 아무리 오랜 시간을 들여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단계적이면서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목표로 하는 연습에 집중하고, 피드백과 이를 통한 수정을 즉각적으로 해 나갈 때 최고의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타고난 재능이나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체계적인 훈련 등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잠재력을 개발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1만 시간의 법칙’은 마법의 주문도 특별한 숫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성실과 열정, 노력의 땀방울 역시 온전히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무조건 오래 노력하면 다 이뤄진다’ 는 말보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노력할 때 타고난 재능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희망과 격려를 주는 마법의 주문은 아닐까? 노력 뒤 절망과 포기를 경험했거나, 노력의 힘 자체를 부정하고 비난한 경험이 있다면 다시 한번 더 열정을 쏟아보길 바란다. 포기해 버리기엔 아직 우리에게 남은 시간과 기회가 너무 눈부시게 아름다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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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재발견안데르스 에릭슨,로버트 풀 공저/강혜정 역 | 비즈니스북스
『1만 시간의 재발견』은 ‘1만 시간’ 연구의 창시자인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의 국내 첫 출간작으로,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인간의 적응력과 성취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김현주(도서MD)
노골적인 눈물주의보 혹은 달달한 로맨스보다, 명료하고 속시원한 책을 좋아하는 단호박 같은 사람. 하지만 사실 <시튼의 동물 이야기>를 보며 눈물을 쏟는 폭풍 감성을 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