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두 권은 글자가 없는 그림책들이 출간됩니다. 글은 없지만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탄탄하게 풀어내는 책들이 꽤 많지요. 이 책도 바로 그런 이유로 출간 당시 미국에서 2016 미국 도서관 협회 주목할 도서, 뉴욕 타임스 올해의 베스트 그림책 등 각종 단체에서 상을 받고 주요 도서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글자는 없지만 대신 신비스럽고 섬세한 그림이 상상력을 배가시켜 꼭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혼자가 아닌 날』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 흔히 만날 수 있는 아이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엄마 아빠는 직장에 가고 아이는 혼자 TV를 보고 장난감도 가지고 놉니다. 많이 적응이 되었다고 해도 부모님이 안 계신 집은 여전히 외롭고 심심하지요. 그래서 겁없이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아이는 기나긴 환상적인 여행을 떠나게 되지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그랬듯이 신비한 동물 친구들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구름 위를 뛰어 놀며 즐겁게 놀기도 하지만,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지요. 과연 아이는 이 모험을 끝나고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 안을 엄마 아빠가 있는 가정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요?
어른도 아이도 혼자 견뎌야 하는 외로운 시간들이 있습니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기다리는 내내 불안하기도 하고 그리움에 시무룩해하기도 하지요. 사실 어디 아이만 그럴까요? 아이를 두고 온 엄마 아빠의 마음 역시 편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아이에게 외로움의 감정, 그리고 혼자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려 줍니다. 그리고 책을 읽어주는 어른들에게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감정인 외로움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지요.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와 꿈을 꾸는 듯한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짜임새 있게 교차하여 보여줍니다. 『혼자가 아닌 날』은 아이들에게는 글이 없어도 더 큰 이야기를 마음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12장에 담긴 그림은 아이가 느끼는 기쁨, 슬픔, 안도감 등 다양한 감정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아빠 엄마와 떨어져 있어도 안심하고 나만의 상상력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 주지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퇴근한 부모님은 항상 나를 누구보다 기다리고 사랑한다는 진실과 마주할 수 있게 해 주고요.
외롭고 삶에 지쳤을 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그림책이라는 의미에서 꼭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혼자 남겨진 듯한 순간이 있고, 그 순간 따뜻하게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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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날 구오징 그림 | 미디어창비
이 서정적인 그림책은 미국에서 출간 즉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뉴욕 타임스 등 각종 단체에서 여러 상을 받고 주요 도서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와 일러스트, 한국 독자들만을 위해 작가가 써 보낸 메시지와 성명을 삽입, 더욱 특별한 책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김규영(유아/청소년/잡지 MD)
마음은 유아, 몸은 중년.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민재씨
201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