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회사 안에 있어
CIA의 사소하지만 치밀한 방해 전략 『회사를 망하게 하는 법』, 자연재해가 어떻게 사회 문제가 되는지 밝힌 『재난 불평등』, 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세상과 나 사이』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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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망하게 하는 법
로버트 M. 갈포드,밥 프리쉬,캐리 그린 공저/이지민 역 | 리얼부커스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무렵 오늘날 CIA의 전신인 전략정보국(OSS)에서는 방해공작 매뉴얼을 비밀리에 발행한다. 연료 탱크에 모래 붓기, 톱 구부려 놓기 등 물리적인 방해공작도 있었지만 적의 의사결정 과정을 방해하는 전략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가능한 한 자주, 길게 말하기, 관련 없는 사항 언급하기, 지난번에 한 결정을 다시 검토하기, 실패하거나 잘못된 가능성을 제기하며 불안감 조성하기 등이었다. 주변에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조심하라. CIA 요원이 회사를 망치려고 잠입했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방해 공작을 뿌리 뽑기 위한 단계를 제시하고, 전체 업무를 방해하는 직원들의 심리를 파헤친다.

 

 

재난 불평등
존 C. 머터 저/장상미 역 | 동녘

자연 현상을 연구하던 지진학자가 동일한 규모의 재난도 피해는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비교 관찰해 쓴 책이다. 아이티 지진, 미얀마 사이클론 등 실제로 일어나고 잘 알려진 재난을 자연과학의 관점과 사회과학의 관점으로 분석했다. 소외 계층과 비(非) 수도권 지역에서의 재난 대응은 인도적 지원보다 통제와 봉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으며, 복구 작업은 기존의 피해를 복구하기 보다 부유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자연재해와 그 이후 사회 현상을 함께 다룬 면에서 독보적인 책.

 

 

세상과 나 사이
타네하시 코츠 저/오숙은 역 | 열린책들

미국 사회에 인종 문제를 향한 도발적인 주장을 던지며 커다란 논쟁을 불러온 2015~2016년 미국 출판계 최고의 화제작이다. 흑인이 대통령이 된 시대에도 여전히 흑인은 보이지 않는 차별에 억압받고 공권력에 의해 살해당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저자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흑인 살해의 원인을 몇 인종주의자의 돌발 행동에서가 아니라 노예제를 통해 부를 일군 미국의 역사에서 찾는다. 역사와 르포르타주, 회고록 등 다양한 방식으로 흑인의 삶을 조명한다. '이것이 너의 나라다. 이것이 네가 사는 세상이다. 이것이 너의 몸이다. 너는 이 모든 것 안에서 살아 나갈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23쪽)

 

 

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저 | 예담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아가미』, 『파과』 등에 이르기까지 도발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을 발군의 문장과 치유의 서사로 풀어 내 많은 사랑을 받는 구병모 작가의 신작. 가난한 동네에서 혼자 세탁소를 꾸리는 노인과 소년 로봇이 만나는 이야기이다. 로봇 '은결'은 수많은 정보 처리를 통해 감정과 공감, 의지를 조금씩 배워나간다. 주변 인물들도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에 이르면 제거도 수정도 불가능한 한 점의 얼룩을 살아내야만 한다"는 것을, "부주의하게 놓아둔 바람에 팽창과 수축을 거쳐 변형된 가죽처럼, 복원 불가능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어느 순간 받아들이고 "삶을 응시하는 기본적인 태도와 자존심과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단순하게, 산다
샤를 바그네르 저/강주헌 역

제목만 보면 일본에서 한창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가정 실용서적 같지만 놀랍게도 1852년 태어난 저자가 약 100여 년 전 발표한 책이다. 쓸데없는 것들에 나를 빼앗기지 않고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에 집중해가는 과정을 통해, 이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자유롭고 나다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무엇보다 단순한 삶의 방식을 통해 행복한 인생의 길잡이를 제시한다. 세월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고 빛을 발하는 밀리언셀러의 힘을 보여준다.

 

 


손선영 저 | 트로이목마 마티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공동으로 작업한 이력을 비롯해 50여 편의 추리물을 발표하면서 추리 작품 마니아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저자의 신작 소설. 2016년 11월, 일본 침몰로 소설은 시작한다. 다소 자극적인 소재지만 시작부터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현재부터 1923년 관동대지진에 이르기까지 넓은 시간적 배경을 토대로 퍼즐이 맞춰지는 재미와 상상하기 힘든 반전을 보여준다. 일본과 유럽의 추리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장르문학 시장에서 오랜만에 한국작가가 쓴 걸출한 추리, 스릴러물을 기대해본다.

 

 

35억 년 전 세상 그대로
문경수 저 | 마음산책

과학탐험가인 저자가 국내 최초로 NASA 우주생물학자들과 함께 서호주를 탐사한 이야기이자 탐험 입문서다. 늑대개가 우는 벌판에서 한뎃잠을 자는 것은 기본이고 차는 자꾸 모래구덩이에 빠지는 곳에서 조난당해 별을 보며 방향을 가늠하고, 호주 원주민의 도움으로 간신히 사막을 빠져나오면서도 결국 초기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해변을 걸었던 기록, 생명에 대한 과학적 고찰에서 '살아 있는 가장 오래된 돌'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가슴 뛰는 순간까지 인간과 최초 생명체의 흥미진진한 만남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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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망하게 하는 법 #9월 3주 #재난 불평등 #이주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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