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행성의 궤도는 보통 타원형을 이룬다고 알고 있죠.
그런데 엄밀하게 타원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는 태양의 인력만을 생각하지만
다른 행성으로부터도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행성의 궤도가 다른 천체의 힘에 의해
정상적인 타원에서 어긋나는 걸 ‘섭동’이라고 한다죠?
인공위성의 궤도도 지구대기와의 마찰이나 지구 중력장,
또 달과 태양 등의 인력으로 섭동을 받구요.
지구의 주위를 공전하는 달도 마찬가집니다.
별과 별이 서로의 중력에 의해 항로를 바꾸는 섭동.
이 섭동이론은 새로운 별을 찾아내는 근거가 되기도 했는데요.
천왕성의 섭동을 해석함으로써
천왕성 바깥에 새로운 행성이 있다는 이론을 도출했구요.
그렇게 발견해 게 해왕성이라고 하죠.
어느 날 내 인생에 들어와서
내 삶의 항로를 변경하고, 궤도를 수정하게 만든 사랑이 있습니다.
관계를 맺고 사는 모든 인연들이
사실은 다 조금씩 서로 끌어당기면서 섭동하고 있는 셈이지요.
별과 별, 사람과 사람만 그럴까요.
오늘 우리가 읽는 책은 또 누군가에게 어떤 섭동을 일으키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2016년의 긴 터널을 지나온 <빨간책방>이 마주할 첫 고장은 『설국』입니다.
눈 위로 켜켜이 쌓인 이야기가 조각이 되어 연결되는 그곳.
그곳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2017년의 시작, 설국에서 만나겠습니다.
1) 책 소개
이렇게 저렇게 궁굴린 문체, 거진 반 페이지 가까이 되는 수식, 서술어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솜씨 덕에 이야기보다는 작가의 개성에 눈을 돌리기 십상이다. 눈 쌓인 온천 마을, 설산, 내연 모를 아름다운 여인, 게이샤 등등 주요 장면이나 인물들의 이미지도 공감각적으로 독자의 감성을 건드린다.
1968년 스웨덴 한림원은 이 작품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일본인의 마음의 정수(精髓)를 뛰어난 감수성으로 표현한 서술의 능숙함"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유흥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 많지만 그렇다고 꼭 일본적인 소설은 아니다. 눈 쌓인 온천지방을 묘사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보드라운 문체와 눈 녹듯이 사그라드는 고마코와 시마무라의 대화가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러기까지에는 무려 12년 동안이나 소설을 다듬은 가와바타의 노력이 컸다. 그는 1935년 단편 '저녁 풍경의 거울'을 시작으로 같은 소재의 단편을 여러 편 발표해왔다. 『설국』은 그간의 작품을 모아 1948년에 재출간한 것이다.
조각보처럼 갖가지 단편을 이어 붙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설국』은 눈지방의 자연 풍경과 풍습, 사람들의 모습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특히 눈 지방의 계절 변화를 묘사하는 부분은 세밀함과 서정성이 조화를 이룬 백미 중의 백미.
간간이 들려오는 시마무라의 대사 - "모두 헛수고가 아니고 무엇이랴" - 는 작가의 허무감과 순진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가와바타 야스와리는 15세에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가면서 허무의식과 고독감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그의 전 작품에는 이와 같은 허무의식이 아무렇게나 어떤 설명도 없이 드러나 있는데, 그게 또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2) 저자 :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사카 공립 중학교에 수석 입학하면서, 이때부터 『16세의 일기』를 집필하는 등 문학에 재질을 보였다. 이후 제1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20년에 동경제국대학 문학부에 입학하여 친구들과 함께 <신사조(新思潮)>의 발간을 주도했으며, 여기에 『초혼제일경』이란 작품을 발표해 당시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1924년 동경제국대학을 졸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924년 요코미쓰 리이치(橫光利一) 등과 <문예시대>를 창간하여 신감각파의 유력한 일원이 되었다. 이 유파의 문학적 경향은 대부분 다다이즘?큐비즘?표현주의 같은 제1차 세계 대전 후의 프랑스 문예 사조와 많이 닮아 있었으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학 역시 이러한 프랑스 문예 사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1926년 1월과 2월에 <문예시대>에 『이즈(伊豆)의 무희(舞姬)』를 발표하면서 작가적 지위를 확립하며 이 작품은 기교가 뛰어난 대표적인 신감각파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후 『수정 환상』, 『서정가』 등을 발표하는 한편, 인생을 비정한 눈으로 바라본 『금수』 등 문제작을 썼다. 또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설국』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센바즈루(千羽鶴)』, 『고도』 등 전후의 작품과 함께 1968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 205-206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지금 다시, 헌법』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가 헌법은 꼭 읽어야 한다. 이렇게 웅변하고 있다.”
손석희 앵커의 이 말처럼 2017년의 첫 책장에는 이 책이 담겨야 할 것입니다.
우리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깊은 곳에 서있는 헌법.
『지금 다시, 헌법』과 함께 2017년 빨간책방의 문을 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susunhoy
2017.01.14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규리 시인님의「많은 물」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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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어떤 설명도 없이 내 인생에 들어와서
눈 녹듯이 사그라드는 사랑이 있습니다
정교하게 임자를 만나셨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