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nald Mackechnie
가레스 데이비스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플루티스트입니다. 한국에도 소개된 그의 책 『길 위의 오케스트라』(원제 The Show Must Go On, 아트북스 출간)는 2007년부터 그가 LSO 블로그에 올린 오케스트라 연주 여행에 대한 글들을 바탕으로 1912년 LSO의 역사적인 첫 미국 순회공연 이야기를 더한 책입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삶을 생동감 있고 유쾌하게 소개하면서 개성 강한 여러 지휘자들의 뒷이야기 또는 연주자들의 일상들이 100년의 타임머신을 왕복하며 펼쳐집니다. 2017년 LSO 내한공연을 앞두고 가레스 데이비스와 그의 책을 번역한 장호연이 이 메일로 주고받은 대화를 정리해 싣습니다.
열 살 때 플루트 연주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당신 책에도 썼듯이 플루트는 여자들이나 연주하는 악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좋게 봐줘도 사내아이들이 선망하는 악기와는 거리가 먼데요. 플루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선택에 영향을 준 특별한 사람이라도 있었습니까?
사실 내가 정말로 연주하고 싶었던 악기는 트럼펫인데 어머니가 반대하셨어요. 너무 시끄럽다고요! 언젠가 청소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제임스 골웨이가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플루트는 연주하기 쉽다더군요. 그래서 저것으로 하자 생각했죠! 몇 년 전에 골웨이 씨를 만나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하, 하지만 나는 연주를 잘하기가 쉽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제 아들이 결국에는 저의 야망을 실현했습니다. 트럼펫을 연주하지요. 확실한 것은 어머니 말씀이 옳았다는 겁니다. 정말 정말 시끄러워요!
플루트는 오케스트라에서 독특한 음색으로 귀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악기죠. 그래서 오히려 작곡하기도 연주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관현악 작곡가들 중에서 플루트 파트가 매력적인 작곡가로 누구를 좋아하는지 듣고 싶네요.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말러의 10번 교향곡 말고 플루트 연주자로서 추천할 만한 관현악곡은 무엇이 있을까요?
나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것을 사랑합니다. 함께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죠. 솔로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워요. 프랑스 작곡가들이 아름다운 플루트 곡을 쓰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드뷔시입니다.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참으로 아름답죠.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도 좋아하고요. 두 곡 모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LSO 라이브로 녹음했는데요.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당신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애정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케스트라의 과거와 현재의 연주 여행을 다룬 책도 썼겠지만요. 지난 한 세기 동안 런던 심포니를 거쳐 간 거장들이 많습니다. 만약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떤 지휘자와 가장 연주하고 싶으세요? 앙드레 프레빈, 클라우디오 아바도, 아니면 에드워드 엘가?
어려운 질문이군요! 운 좋게도 프레빈과는 여러 차례 연주한 적이 있습니다. 내 어린 시절 영웅이어서 특별한 경험이었죠. 레너드 번스타인도 같이 해보고 싶은 지휘자인데요. 그와 함께 음악을 만들면 참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명을 고르자면 내가 책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된 아르투르 니키슈를 들고 싶군요. 니키슈는 런던 심포니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베를린 필하모닉을 동시에 이끈 지휘자였으니까요!
상_1912년 캔자스 주 위치타에서 LSO 단원들 (출처 :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홈페이지 갤러리) /
히_상주 홀인 바비컨에서 LSO 단원들 (ⓒ Alberto Venzago)
책을 번역하면서 감사의 말에서 뜻밖의 이름을 보고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노먼 레브레히트와 톰 서비스인데요. 제가 그들의 책도 번역했었거든요. 연주자로서 평론가들의 글을 자주 읽는 편인가요? 그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최근에 재미있게 읽었던 음악 책을 추천해주신다면요?
노먼과 톰, 두 사람 모두 내 블로그를 열심히 읽고 더 많이 쓰도록 격려해줬어요. 나는 항상 스스로를 연주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쓰기는 내게 발견의 모험입니다. 나는 내가 참여하는 음악회 리뷰는 읽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하지만 물론 읽어요! 알렉스 로스와 그의 책들을 좋아합니다. 『나머지는 소음이다』는 기가 막힌 책이죠. 그리고 이와는 전혀 다르지만 존 엘리엇 가디너가 쓴 바흐의 책도 대단합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함께 일하는 사이인데, 그는 글을 쓰면서 마주치는 음악에 대단한 열의를 보입니다.
당신의 트위터에 한강이 쓴 『채식주의자』 책 표지가 올라온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작년에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아서 한국에서도 큰 화제였지요. 다방면의 책들을 많이 읽는 것 같아요. 하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책에 언급되는 것을 보고 진작 알았지요. 책을 읽은 소감이 어땠나요?
나는 여행을 많이 다니므로 책을 많이 읽는답니다! 한강의 책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나라의 저자가 쓴 책을 읽으면 그 공간의 핵심이 그려져요. 영국에 사는 사람이 쓰는 글과는 확연히 다르죠. 분위기가 떠오른다고나 할까. 그래서 한국에 가면 정말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지금은 캐나다 작가 마들렌 티엔(Madeleine Tien)이 쓴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지 마(Do Not Say We Have Nothing)』를 읽는 중이에요.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두 가족 이야기인데 다음 주 중국에서 연주할 예정이거든요. 문학과 음악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한두 마디나 몇 개의 음들로 장소의 분위기를 불러내는 힘이 있어요. 말러의 음악을 들으면 오스트리아의 공기가 느껴지잖아요.
얼마 전에 런던 심포니는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녹음했죠. 그는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해서 한국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그와 녹음했던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조성진은 놀라운 연주자였습니다! 게다가 배려심도 좋아서 함께 작업하기 좋은 친구였죠. 쇼팽 협주곡은 좋은 피아니스트들이 계속해서 녹음하고 있지만, 앞으로 오래도록 우리 모두는 그의 연주를 들을 겁니다.
9월에 사이먼 래틀이 런던 심포니에 음악감독으로 옵니다. 많은 클래식 팬들의 기대가 큰데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로서 래틀의 시대는 게르기예프의 시대와 어떻게 다를 것 같습니까?
사이먼이 온다는 소식에 우리 모두 흥분하고 있습니다. 발레리는 상임지휘자였지만 사이먼은 음악감독으로 옵니다. 그래서 런던 심포니의 스케줄 전체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겁니다. 레퍼토리도 확연히 달라질 테고, 우리는 근사한 계획들을 여러 가지 시도할 겁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영국 지휘자가 영국 오케스트라를 이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죠. 사이먼도 다행이다 싶을 겁니다. 여기서는 그의 유머감각이 통하니까요. 클래식 음악 팬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우리도 알지만, 런던 심포니의 연주자들만큼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언젠가 사이먼과 함께 멋진 레퍼토리로 한국을 다시 찾을 날을 저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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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오케스트라가레스 데이비스 저/장호연 역 | 아트북스
이 책에서 우리는 공항과 역을 들락거리고, 화산과 파업으로 발이 묶이고, 낯선 도시의 거리를 돌아다니고, 병을 앓고 생사의 갈림길에 처하는 음악가들의 사연을 만난다.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전문 음악가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음악계 현장의 생생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