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재미있는 말이 등장했다. 이른 바 ‘시발비용’. 이는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말한다. 학생들의 경우 시험 끝난 후 교보문고 문구코너나 아트박스에서 사는 필기구류, 직장인의 경우 야식으로 시키는 치킨이나 피자 등의 요금이 그렇다. 성인 여성들의 경우 시발비용은 화장품 매장에서 기분전환을 위해 쓰는 소소한 지출을 꼽을 수 있겠다.
아리따움이나. 올리브영 같은 화장품 매장을 둘러보다 네일 제품이나 립스틱, 1+1 등의 마스크시트팩 등 몇 가지를 사야 마음이 뿌듯하다는 말에 공감하는 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심리를 겨냥하듯, 화장품을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써볼 수 있는 개성 있는 뷰티 놀이터들이 요즘 화제다. 다양한 제품을 구비한 것은 물론, 마음이 헛헛하지 않게 여러 가지 재미와 힐링의 찬스도 선사하는 하나같이 멋진 장소들이다.
빌라쥬 11팩토리
일단, 4차원세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가로수길에 자리잡은 ‘빌라쥬 11팩토리’를 방문해보자. ‘화장품에 미친 연구원의 이상한 실험실’ 이라는 엉뚱한 컨셉의 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헉!’ 하고 당황할지도 모른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핑크색 공장 컨테이너에서는 빌라쥬 바디오일 등 박사가 애정 하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알록달록한 색상의 비이커와 시험관이 그득한 박사의 실험실이 당신을 반겨줄 테니. 어디선가 머리가 헝클어진 박사가 튀어나올 것 같은, 엉뚱한 분위기에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다.
2층으로 이동하면 클래식한 분위기의 바버샵(이발소), 화장품으로 멋지게 차린 디너테이블, 방해 받지 않고 혼자서 음악을 들으며 족욕을 즐길 수 있는 풋스파 등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2층은 사진 찍기 좋은 테마존으로 구성되어 여기저기서 찰칵 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 물론 별도의 매장에서 제품을 테스트하거나 직접 구입할 수 있다. 1층의 외부 공간에는 성수동에서 줄서서 먹는다는 베이커리 ‘밀도’의 2호점이 자리잡고 있는데, 빵을 좋아하는 괴짜의 엉뚱한 면을 반영했다고 한다. 아가타, 미즈온, 빌라쥬 제품 등의 K-뷰티 제품들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으며 구매도 할 수 있다. K뷰티의 명성에 어긋나지 않게 가성비 제품이 많으며 구매금액에 따라 풋스파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고.
온뜨레
유기농 화장품 마니아라면, 압구정로데오거리의 ‘온뜨레’ 플래그십스토어를 방문해보자. 온뜨레(ONTR?E)는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의 유명 오가닉 인증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페이셜 스킨 케어 제품뿐만 아니라, 바디, 헤어 제품 등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유기농 화장품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숍매니저와 수다를 떠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갸마르드의 샴푸, 에키아의 아이컨투어크림, 소비오의 토너와 비비크림 등 인기아이템을 사용해보며 유기농화장품에 입문하는 것도 신선한 재미로 꼽히기 때문이다. 온뜨레의 모든 제품들은 유기농 작물 재배에서부터 제품 출고까지 엄격한 절차와 규정을 따라야만 받을 수 있는 공인 기관의 인증 받은 제품들이라고 한다 회원가입을 하면 샘플세트를 듬뿍 제공하는 것도 온뜨레의 매력.
크리마레
신논현역에 자리잡은 뷰티편집매장 ‘크리마레’는 creative 와 market의 합성어로 뷰티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지향하는 곳이다. 크리마레가 입소문이 난 이유는 엄청나게 폭넓은 브랜드군 때문이다. 메디힐, 키스미 등 매스 브랜드부터 더툴랩, 조성아22 등의 아이디어 넘치는 국내 브랜드, 존마스터오가닉과 같은 백화점입점브랜드, 피터토마스로스처럼 호텔어메니티로 유명했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디퓨저와 욕실용품으로 인기있는 바코, 라이브러리 오브 플라워 등의 브랜드나 포르투갈 비누 브랜드 클라우스 포르토 등 비싸고 희소성 있는 제품들을 마음껏 사용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브랜드별로 널찍한 테스트바, 휴식공간, 세면대가 있어 작정하고 모든 제품을 일일이 바르다보면 피부와 마음이 모두 힐링되는 기분. 3월을 기점으로 매장이 개편되면서 5,60개의 브랜드가 더 입점할 계획이라고 한다.
닥터자르트 ‘필터스페이스’
다양한 브랜드의 편집매장은 아니지만,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로서 최근 화제가 된 곳은 닥터자르트의 ‘필터스페이스’다. 화장품과 뷰티를 이성적인 닥터의 눈으로 짚어내어 ‘건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는 취지의 공간이다. 물을 테마로 하는 쇼룸 1층에 들어서면서 에어샤워를 한 뒤, 정제수를 마실 수 있는 워터바를 만날 수 있다. 컴퓨터를 통해 나의 컨디션과 피부상태를 진단해주는 ‘라이프 레시피’를 받는 것도 큰 재미. 레시피를 들고 처방전코너에 가면 사탕과 젤리 등을 증정한다. 공기를 테마로 하는 2층은 정화된 공기를 공급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닥터자르트 제품을 마음껏 사용해볼 수 있다. 행운의 번호 찾기 게임을 통해서 점수에 따라 문구류, 향초, 제품샘플 등 다양한 상품을 증정한다. 빛을 테마로 하는 3층은 프라이빗한 세면대에 앉아 간이 트리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닥터자르트에서 개발한 다양한 팩들이 전시된 부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해인 시인은 일찍이 자신의 수필집에서 최고의 기분전환장소로 서점과 문구점을 꼽았다. 수녀복장을 하고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무리한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성들에게 이런 역할을 하는 또 하나의 힐링 장소를 꼽으라면, 뷰티 편집매장이 되지 않을까? 새로운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을 채워주며,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아름다움에 대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진정한 파라다이스니 말이다.
지금까지 ‘퐈정리의 트렌드 프로파일’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화정(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퐈정리 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하며 패션지 with, 마이웨딩과 조선일보 화요섹션에서 스타일 전문 기자로 일했다. 뷰티, 패션, 레저, 미식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라이프스타일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