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금융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늘부터 제대로, 금융공부』 , 며느리라는 직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며느리 사표』 , 대책 없이 무모한 코끼리가 등장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 소설’ 『코끼리의 마음』을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오늘부터 제대로, 금융공부』
권오상 저 | 창비
창비 청소년문고 시리즈 중의 하나로 나온 책이에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금융공부를 하는 내용을 담았고요. ‘돈은 누가 만드나요?’, ‘돈은 많을수록 좋은 건가요?’, ‘빚을 지면 나쁜 건가요?’ 등 35개 질문들을 가지고 쉽게 풀어 쓴 금융 책이에요. 권오상 작가님은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장을 지내신 분이고요. 굉장히 이력이 화려하세요. 도이체방크 홍콩지점, 서울지점 상무, 영국 바클레이스캐피털 런던지점과 싱가포르지점의 비정형옵션 트레이더를 역임하셨습니다.
경제경영서가 많이 나오고, 예스24에서도 다른 인터넷 서점에 비해서 경제경영서가 상당히 많이 팔리는 편이에요. 대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는데요. 도대체 금융이 무엇이며,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금융이 왜 중요한가라는 책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요. 『오늘부터 제대로, 금융공부』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금융에 대해 알고 싶은 어른들도 충분히 읽을 만한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문고라고 하면 지식을 편하고 쉽게 전달한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책에는 저자의 인식이나 판단도 들어가 있어요. 저자의 의견을 말하는 부분도 많거든요. 예를 들면,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항목 중에 부동산이 빠져있다고 해요. 그래서 실질적인 물가를 계산하려면 부동산 같은 항목을 넣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하시는데요.
보통 청소년 문고라고 하면 객관적으로 전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저는 오히려 저자가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게 청소년들의 판단을 더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때를 생각해 보면, 어른들이 읽는 책을 다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잖아요. 이 책은 쉬운 말투로 쓰여 있지만 어른의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라서 좋았습니다.
톨콩의 선택 - 『며느리 사표』
영주 저 | 사이행성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 당장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쓰여 있거든요.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도 사표를 낼 수 있는데, 왜 며느리 역할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을까?” 그래서 이 작가님은 시댁에 가셔서 ‘며느리 사표’라고 적혀있는 봉투를 제출하셨대요. 그리고 23년간 같이 살았던 남편에게 ‘우리 여기까지인 것 같아’ 하고 통보를 날리신 거예요. 자식들에게는 ‘보증금과 6개월의 월세를 지원해줄 테니 독립해라’ 하고 다 내보내고요.
작가님은 23년간 나는 없이 바쁘게 살았는데요. 남편은 일하느라 바쁘고 조기축구 하느라 나가고 자기 시간을 계속 갖는데, 작가님은 맏며느리로서 자식들도 돌봐야 하고 시부모님도 챙겨야 하고 남편 뒷바라지도 해야 했던 거예요. 그러다가 스스로가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남편과 자식에게 이야기하고 나서 ‘1인분의 삶’을 살기 시작한 거예요. 이 방송이 설이 지난 후에 나가게 되는데요. 이 책을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을 보시면 며느리라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묘한 직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며느리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페미니즘 열풍과도 관련이 있지만, 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맞벌이를 많이 하잖아요. 여성이 경제권을 갖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기존에 해오던 성 역할도 계속 하기를 바라니까 ‘나도 똑같이 돈 버는데 왜 이 일까지 해야 돼?’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며느리 사표’라는 이 개념 자체가 너무 좋아요. 아직 책을 읽지는 않았는데요. 소개글을 보니까 남편 분이 이혼 통보를 듣고 너무 깜짝 놀라셨대요. ‘지금까지 내가 노력을 안 했구나’라고 생각하셔서 자신이 노력을 하겠다고 말씀을 하셨고, 그래서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고 하는데요. 이혼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존중하는 삶을 사시려고 노력하고 계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냥의 선택 - 『코끼리의 마음』
톤 텔레헨 저/김호라 그림/정유정 역 | arte(아르테)
이 책에 나오는 코끼리는 매일 나무에 올라갑니다. 꼭대기에서 ‘와, 먼 곳이 보인다’ 하고 발견하고, 기뻐서 춤을 추다가 떨어져요. 그런데 그 일을 매일 반복합니다. 그렇다 보니까 숲 속 친구들이 다 걱정해요. 코끼리가 매일 다치고 멍들고 혹이 나니까요. 그래서 코끼리가 숲 속 친구들에게 ‘네가 나라면 이 일을 계속 하겠니?’ 하고 물어보는데요. 다람쥐, 부엉이, 고래, 지렁이, 귀뚜라미 등 모든 동물들이 나와서 ‘내가 코끼리라면...’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코끼리라면 저 행위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말하기도 하고요. 자신이 코끼리를 동경한다는 이야기, 또는 코끼리보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더 좋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가 다른 이의 도전을 볼 때, 그것이 언뜻 보기에 무모해 보이는 도전일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아마도 독자들은 코끼리에게 ‘왜 그 일을 반복하니?’라고 묻고 싶을 것 같아요. 대답은 책의 뒤쪽에 나오는데요. 그래서 책을 읽으시는 동안 답답하실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하시면 어떨까 싶어요. ‘머리로 안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당신도 나도 그렇지 않나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책 뒷면에서 이 문장을 읽고, 이 책은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나는 깨닫고 싶지 않고, 맞서고 싶지 않고, 계산하고 싶지도 않아. 나는 그냥 코끼리이고, 그냥 나무에 오른다”라고 쓰여 있거든요. 뭔가 이 코끼리가 저랑 통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항상 한 치의 빈틈도 없는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걸 남에게 설명해서 납득 받아야 하는 건가?’,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면 안 되는 건가?’ 싶은 거죠.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