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애니메이션을 본 소감
사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재미만 있으면 원작과 내용이 달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런 일이 있었을지도 몰라…… 하고 원작의 독자 여러분께서 납득하실 수 있는 내용이라면, 원작과는 다른 사건이 있어도 괜찮았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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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일본 서점대상 2위에 오른 스미노 요루의 첫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녀와 함께한 어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요루노 야스미’라는 필명으로 소설 투고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원고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 이 작품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파격적인 타이틀로 눈길을 끌었지만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임에도 불구, 섬세한 문체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 책으로 출간되었고, 작가는 어마어마한 주목을 받으며 일본 문단에 등장하게 되었다.

 

2016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로 서점 대상 2위에 올랐으며 일본의 각종 출판 집계에서 1,2위를 기록했다.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2017년 여름에 개봉했고, 한국에서도 같은 해 영화 관객들을 만났다.

 

오는 11월,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 개봉을 앞두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를 출간한 소마미디어가 스미노 요루를 만나 대화를 나놨다. 작가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 캐리커처를 보내 왔다.

 

 

원작 소설이 이 세상과 이어져 있는 것 같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가 탄생한 계기를 가르쳐주세요.

 

맨 처음에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그런 제목으로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대사에는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어떤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할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니 ‘나’와 사쿠라가 탄생했고, 그 두 사람의 이야기가 완성됐습니다.

 

극장 애니메이션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기분이 어떠셨어요?


좀 건방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라는 이 작품은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았습니다. 물론 저는 이 작품의 작자이지만, 왠지 모르게 남의 일 대하듯이 이 작품의 흥행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것이 기쁘다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어본 독자님이 계셔서 ‘재미있다, 마음에 든다’고 생각해주셨다는 것이 순수하게 기뻤던…… 것 같아요.

 

스미노 작가님은 원작자로서 애니메이션을 감수하셨는데요. 특별히 신경 쓰신 점은 무엇입니까?


저는 원작 소설이 이 세상과 이어져 있는 것 같아요. 원작에 나오는 ‘나’와 사쿠라는 이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할 겁니다. 그러니까 다른 미디어에서 표현할 때에는, 진짜 ‘나’와 사쿠라가 그것을 봤을 때 ‘으음, 좀 별로네’ ‘이건 우리들이 아닌데?’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진짜 그 두 사람에게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시지마 감독님을 비롯한 애니메이션 제작진 여러분과는 맨 처음에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고, 그 후에도 메일을 통해 논의를 거듭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쿠라와 아이들을 어른들한테서 잘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나리오 회의에 참가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해봐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참견하는 원작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했죠(웃음). 다만 이쪽에서 먼저 오리지널 요소를 제안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그쪽에서 제시해주신 아이디어를 이러저러하게 조정해주세요 하고 부탁하는 식이었습니다. 주로 대사를 고쳐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대사는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요. 전부 다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아이들이니까요. 그 아이들이 안 할 것 같은 말은 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그림 콘티도 확인하고 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상당히 깊이 관여하셨네요.


사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재미만 있으면 원작과 내용이 달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런 일이 있었을지도 몰라…… 하고 원작의 독자 여러분께서 납득하실 수 있는 내용이라면, 원작과는 다른 사건이 있어도 괜찮았어요. 완성된 극장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실제로 그런지는 독자 여러분께서 판단해주실 겁니다.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영상화하는 것보다는, 원작을 다 읽었을 때의 감각과 영화를 다 봤을 때의 감각을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원작의 ‘나’와 사쿠라의 이미지가, 극장 애니메이션의 ‘나’와 사쿠라의 이미지와 조금이라도 겹쳐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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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ru Sumino 2015 / Futabasha Publishers Ltd. Illustration loundraw

 

성우 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주인공인 ‘나’는 아직 인격이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아서 참 불안정한 인간입니다. 그 목소리의 흔들림??타인과의 거리를 능숙하게 재지 못하는 그 느낌을 다카스기 님께서 잘 표현해주셨어요. 바로 그 점에서 전문 성우가 아닌 다카스기 님이 ‘나’를 만나주신 것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Lynn 님은 사쿠라가 순진무구한 소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시청자 여러분께 전달해줄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새하얀 백지 같은 소녀가 아니라, 어쩐지 현실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라고나 할까요.

 

오프닝 테마곡, 극중 노래, 주제가를 담당하신 sumika 여러분과도 작품 제작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들었는데요.


저, 실은 노래를 만들기 전에 인사만 드렸을 뿐이에요. 구체적인 곡의 내용에 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sumika 측에서 곡을 제공해주시기로 결정된 후에 제가 편지를 써 보냈고, 그쪽에서도 답장이 와서…… 편지가 두어 번 오가긴 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sumika의 팬이었거든요. 그래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애니메이션 제작이 결정됐을 때보다    도, 그분들이 오프닝 테마곡, 극중 노래, 주제가를 만들어주신다는 것이 결정됐을 때가 더 기뻤습니다(웃음).

 

진짜로 sumika의 팬이신가 봐요.


오리지널 곡들이 정말 멋지거든요. 그래서 이분들이 곡을 만들어주신다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맨 처음에 오프닝 테마곡 ?팡파르?를 들었을 때에도 느꼈어요. 아, 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어떤 스토리인지 명확하게 보여주시는구나 하고. ‘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매우 대중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표현해주셨습니다. 원작자로서, 아니, 단순히 sumika의 팬으로서 참 좋은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sumika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약간 독설이 섞인 가사를 대중적인 멜로디에 맞춰 부른다’는 것인데요. 이 ?팡파르?에 실제로 ‘독을 삼키고’라는 가사가 나와서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글을 쓸 때의 목표도 그런 것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발랄한 스토리에다가 독을 한 방울 섞어놓은 듯한 글을 만들어내는 것. sumika 여러분은 그것을 저보다 훨씬 더 멋지게 실현시키고 계십니다. ……저, 이대로 sumika 이야기를 계속하면 앞으로 한 시간은 더 떠들 텐데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그래요? 그럼 계속할게요(웃음). sumika 여러분께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위해 만들어주신 세 곡을 통해서 그분들 특유의 멋진 요소들을 맛볼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주제가인 ?춘하추동?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바로 그런 이야기예요!”라고 소리 지를 뻔했습니다. ‘슬슬 가야지. 내 차례야’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여기서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노래의 내용은 작품 전체의 테마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그리고 이 곡은 이처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로서 유일성을 지니고 있는데, 또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이건 내 이야기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할 만한 보편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전언가’(傳言歌, sumika의 대표곡 중 하나)를 라이브 무대에서 연주할 때 ‘전하고 싶어’라는 다섯 글자에 마음을 담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 말 그대로 ‘전하고 싶어’라는 마음을 정말로 소중히 여기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대단함을 새삼스레 실감했어요.

 

끝으로 극장에 와주신 팬 여러분께 한마디 해주시길 바랍니다.


극장에 와주신 관객 여러분, 이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보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 원작을 읽지 않으셨다면 부디 이번 기회에 책을 한번 읽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나만의 ‘나’와 사쿠라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해주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어딘가 먼 곳에 있는 친구처럼 생각해주신다면 작가로서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겁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스미노 요루 저/양윤옥 역 | 소미미디어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오로지 소설의 세계에 빠져들어 교실에서 자진 고립된 채 살아가는 남학생, ‘나’는 우연히 비밀을 공유하면서 사쿠라와 잠정적인 친구 계약을 맺는다. 그러면서 점심 데이트에 1박2일 여행까지 같이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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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