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읽어본 독자라면, 하루키를 만나 무엇을 물을 수 있을까? 작품만큼이나 미스터리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총 4차례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하루키를 무장해제시킨 인터뷰어는 바로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 그는 학교 내 왕따 문제를 다룬 첫 장편 소설 『헤븐』 로 당대 최고의 여성작가에게 수여하는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가와카미 미에코는 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에 앞서 ‘수많은 독자를 대변한다’는 책임감을 가졌지만, 어느 순간 ‘묻고 싶은 걸 묵고 싶은 대로 물으면 된다’로 태도를 바꿨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우물을 위에서 엿보며 이리저리 상상하는 대신 직접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8쪽)을 택한 것.
노벨문학상 시즌마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첫 장부터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의 비결은? 『기사단장 죽이기』 를 비롯한 장편소설 구상 과정의 에피소드, 페미니즘적 비판에 대한 생각 등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만한 이야기들이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에 담겼다.
한국판 출간을 기념해 가와카미 미에코와 이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운동선수처럼 근면하게 소설을 쓰는 작가’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늘 그렇듯이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연말까지는 끝날 것 같아요.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의 한국 출간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 씨뿐 아니라 가와카미 미에코라는 이름도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소설가로서 다른 소설가를 인터뷰한 책이 화제에 오르는 느낌은 어떤가요? 일본 출간 당시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우선 저한테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무척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다른 소설가와 공동작업을 잘 안 하시는 분이라, 그런 의미에서도 화제가 됐어요. 인터뷰어로서 내용에 자신이 있었으니 독자들이 어서 읽어줬으면 하고 좀 초조해할 정도였죠. 출간됐을 때는 기뻤습니다.
프롤로그부터 인터뷰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납니다. 평소 애독하던 작가여서 더욱 ‘긴장했다’고 하셨지만 책에서는 그런 긴장을 전혀 느낄 수 없더군요. 비결이 혹시 있는지요?
아마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일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기에, 비결이라 할 만한 건 없습니다. 대신 진심으로 묻고 싶은 것만 묻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적당히 균형을 맞추려 들거나, ‘그래도 이 질문은 안 할 수 없잖아’ 하는 식으로 미리 각본을 짜두지 않는 쪽이 편합니다. 충분히 준비했다면 남은 건 자신을 믿고, 자잘한 건 잊어버리고 임하는 거죠. 그러면 정말 중요한 것이 절로 흘러나오고, 대화에 신뢰관계가 생겨나는 느낌입니다.
‘네 번에 걸친 인터뷰 중, 지루한 질문이 하나도 없었다’는 무라카미 씨의 소회가 인터뷰어로서 몹시 기쁘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질문 요령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예의를 지키되 입장은 잊어버린다는 게 아닐까요. 기반은 역시 애정, 경의일 테고요. 경의를 품고, 저 사람에 대해, 저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싶다는 열띤 마음을 따라간다면, 단 하나의 질문에서도 좋은 대화, 좋은 인터뷰가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반면 인터뷰어 입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 스스로도 놀라운 발견을 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글쎄요…… 원고를 고쳐 쓰는 회수, 작업 진행상황의 관리, 소설을 쓰기 위한 체력 쌓기, 그런 구체적인 부분들 하나하나에 새삼 놀랐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집필할 때 논리적인 잣대로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 속에 직접 들어간다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이런 자세는 일개 독자로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느낌이이었요.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감격했다고 할까요.
두 사람이 나이와 경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내내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 전후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해 인상이 바뀌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특별히 인상이 바뀐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운동선수처럼 근면하게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더더욱 강해졌습니다. 그 자세야말로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부분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문단에서의 위치를 설명하며 “다가갈 필요도 없지만 뻗댈 필요도 없다”고 하셨는데요, 한 사람의 작가로서 가와카미 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문단에서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요?
이제는 문단이라는 개념도 모호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에서도 언급했는데, 시대가 변했다고 할지, 저도 이 일을 시작한 이래 특별히 문단의 존재를 느낀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쨌거나 소설 쓰기에 집중하면 다른 잡념은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여하간 자기 일에 집중할 것. 그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겠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생각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가 오히려 가와카미 씨에게 관심과 호감이 생겼다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무라카미 씨는 스스로 원하는 독자 반응을 ‘실제 굴튀김만큼이나 입맛을 돋우는 것’이라고 설명하셨는데, 가와카미 씨가 원하는 독자 반응은 어떤 것인가요?
소설은 말로 쓰는 것이지만, 저는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읽는 사람이 우와, 이게 뭐지, 하고, 불안이나 황홀감이나 그리움이 가슴에 가득차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기분이 되어준다면 작가로서 정말 기쁠 겁니다.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정지용국제문학포럼’에 참여하셨는데요. 당시의 소감과, 지금까지 접해보신 한국 작가의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뵈었던 분들은 다들 좋은 분이셨습니다. 김연수 씨와는 대담도 했는데, 너무 짧은 시간이라 다음엔 더 대화해보고 싶어요. 최근 일본에서 한국문학이 활발히 번역되고 있어서 박민규 씨, 황정은 씨의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힘 있고, 습도가 느껴지고,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시아 작가의 교류가 점점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이번 책을 계기로 가와카미 씨의 더 많은 작품이 한국에서 소개되고, 새로운 독자들이 생기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계획하시는 활동이 있다면 미리 알려주세요.
지금은 꽤 긴 소설을 쓰는 중인데, 내년 이후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현대를 사는 여성과 생식 윤리를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된다면 기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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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무라카미 하루키, 가와카미 미에코 저/홍은주 역 | 문학동네
십대 시절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즐겨 읽으며 독자로서, 작가로서 큰 영향을 받아왔다는 가와카미 미에코는 때로는 동경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이 담긴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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