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저/박세연 역 | 어크로스
트럼프 당선 직후,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주의조차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달은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 둘은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뉴욕 타임스>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는 칼럼을 썼다. 그 글은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출판사의 요청을 받아 책으로 거듭났다.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들이 어떤 조건에서 선출되는지, 선출된 독재자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후보를 가려내는 역할을 내던진 정당'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인' '언론을 공격하는 선출된 지도자' 등 민주주의 붕괴 조짐을 알리는 신호를 찾아내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지키는 건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관용이나 제도적 자제와 같은 '규범'임을 이야기한다.
i에게
김소연 저 | 아침달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여서 생활의 경영은 다음 생으로 미뤄놓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김소연의 시가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시집도 요란하거나 성급하지 않다. 조약돌 앞에서 "돌이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처럼 마음의 깊은 곳이 말할 때까지 기다린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시집은 "우리를 우리라고 불렀던/마지막 시간이" 끝나는 곳으로 흘러간다. 시집이 펼쳐지는 순간 우리는 "처음 만났던 날이 처음 만났던 날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시간을 경험한다. 우리는 처음 만났던 날 그곳에서 "손을 꼭 잡은 채로 영원히 삭아"가는 모습이 된다.
대한민국 독서사
천정환, 정종현 저 | 서해문집
지난 70년간 한국 방방곡곡의 학교와 도서관과 서점, 교회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렸던 독서회의 풍경을 들어가 그동안 우리가 사랑한 책들에서 역사를 들여다본다. 『청춘극장』(김내성, 1954)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1978)을 거쳐 『칼의 노래』 (김훈, 2001)에 이르렀던 한국문학, 『조선역사』(김성칠, 1946)에서 출발하여 함석헌,리영희,강만길,김현,김윤식,백낙청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른 인문/사회과학 서적, 그리고 『자본론』 『코스모스』 ,『데미안』, 『어린 왕자』처럼 외국에서 들여온 책의 역사를 따라 독서사뿐 아니라 지성사, 대중문화사, 냉전문화, 젠더사, 문화제도사까지 아우른다.
저도 장사가 어려운데요
배민아카데미, 김일도, 백윤희, 신다향, 정민환 저 외 1명 | 북스톤
배달의민족에서 운영하는 장사수업을 책으로 묶었다. 음식점 사장님들에게 경영지식과 현장경험, 메뉴판 구성과 법률상식에 이르기까지 장사의 A부터 Z까지 알려주고 교육으로 장사에 성공한 사장은 또다시 장사수업의 강사가 된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음식점업 폐업률은 평균 90%일 만큼 자영업자의 피눈물 나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왕 시작한 장사, 앞으로 시작할 장사라면 사장이 공부하고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오해의 동물원
루시 쿡 저/조은영 역 | 곰출판
직접 하마의 땀을 피부에 바르고 개구리 정력제를 마시고 독수리와 함께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술에 취한 말코손바닥사슴의 뒤를 좇으며 온갖 모험을 펼쳤다. 그 엽기적인 요절복통 이야기를 펼쳐놓은 책. 마사이마라에서 하이에나의 지능 지수를 측정하는 연구자를, 중국에서 판다 포르노 밀매자를, 그리고 나무늘보의 엉덩이 속도계를 만들어낸 영국인 발명가와 세계 최초로 침팬지 언어 사전을 편집한 스코틀랜드 작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프로이트의 첫 연구 논문이 뱀장어 생식기관에 대한 것이었으며, 인간의 수명을 140세로 연장하기 위해 '원숭이 분비샘'을 사람의 고환에 직접 꿰매는 회춘 요법 시술에 프로이트가 신청한 일, 콜롬비아의 한 오지가 하마들의 천국으로 변하게 된 이유,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와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관계 등 유명인들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골든아워
이국종 저 | 흐름출판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 교수가 쓴 삶과 죽음의 기록. 17년간 외상외과 의사로서 맞닥뜨린 현실, 고뇌,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기록했다.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생명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 분투를 날 것 그대로 남아냈다. 큰 기대를 가지고 일에 뛰어드는 외과 의사들 중에서는 뜻밖으로 중도 탈락자가 많았다. 한 번의 수술로 기적같이 환자를 살려내고 보호자들의 찬사를 받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답답하고 지루한 긴 호흡으로 환자를 살피고, 더없이 비루한 현실을 감내하는 외상외과의 모습에서 각자가 선 자리를 어떻게든 개선해보려 발버둥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의 흔적이 보인다.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
원유 저 | 21세기북스
마흔 넘어 아이돌에 빠진 워킹맘이 있다. 일하랴 애 키우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강다니엘'을 검색한다. 워너원, 그중에서도 센터 강다니엘은 30~40대 막강한 팬덤을 기반으로,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되었다. 점 조직의 '늦덕' 부대가 그를 최고 스타로 키워낸 것. 내 새끼 키우듯 애정을 쏟아 붓고, 그 이상의 위로를 받는다는 늦덕들의 짠내 나는 팬심 속에는 페이소스 가득한 인생 내공이 묻어난다. 가족들에게, 회사 동료들에게 웬 주책이냐는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 와중에 행복한 덕질 이야기가 담긴 책. 사는 낙이 생겼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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