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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기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다만 이 길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던 시절도 있었고, 이 길이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아는 척해야 할 때가 있고 그곳이 어딘지 안다고 스스로를 속일 날도 올 것이다. 처음 god를 들었을 때 나는 길을 모르는 게 자연스러울 나이였다. 아마 god 본인들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는 어머니의 사연을 늘어놓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두 살 아이를 키우며 정을 쏟는 동안에 그들은 그들의 길을 몰랐을 것이다.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은 과거의 나를 지켜보는 미래의 나뿐이다.
god는 그들이 걸어온 길을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god의 전성기를 모두 회고하기에는 지면이 턱없이 부족하다 god는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중에게 친숙한 아이돌이었고 내는 앨범마다 최소 두 곡 이상은 히트곡으로 남겼다. 그러나 그 시절 아이돌이 그렇듯 석연치 않게 해체했고 꽤 긴 시간이 흘렀고 많은 일이 있었다.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가정을 가졌겠지만 또 누군가는 대학에 가지 않고 취직을 어려워하고 결혼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알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두 갈래 세 갈래 길이 아닌 무한대로 열린 길이기 때문이고, god는 그를 증명하듯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여기까지 온 듯하다. 솔로 가수로, 기획사 사장으로, 영화나 뮤지컬 배우 각자의 길을 가다 사건사고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고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제 갈 길이 바쁜 사람들은 잠깐 돌아봐 수군거리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다섯 명이 다시 한 무대에 올라설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 시절의 추억은 추억일 뿐이라 여기면서.
90년대~2000년대 초반 이른바 가요계의 황금기를 청소년 시기로 보낸 세대가 지금은 사회 곳곳에 일꾼으로 자리 잡았다. 근래 예능은 이들을 위한 노동요를 제공하려는 듯 그 시절 아이콘을 대중 앞에 소환하고 있다. H.O.T와 젝스키스는 <무한도전>의 끝물에 탑승해 드라마틱한 (부분적) 복귀를 이루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인상 깊은 곡은 역시 <길>이다. 놀랍게도 그들은 오늘의 목소리에게 어제의 노래를 부를 권리를 양도한다. 아이유, 헨리, 조현아, 양다일의 목소리가 노래의 인수자들이다. 노래의 첫 소절, 아이유가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귀가 다시 열린다. 추억을 소환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지금의 감각으로 돌아오게 된다. 학생이던 시절, 군인이던 시절, 사회초년생이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동시에 그 길에서 이만큼 멀어진 나를 확인하게 된다. 노래를 통한 순례길이다. 내 귀에서부터 산티아고가 시작되는 것이다. god의 목소리든 아니든 상관없는 순간에 이미 도달한 것이다. 노래를 통해, <길>을 걸어서. god의 앨범 활동은 콘서트가 다였다. 윤계상은 새 영화 홍보활동에 매진했고 박준형은 여러 예능에서 미친 활약 중이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스케줄을 소화하며 지금의 길을 걸어 내일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 길의 동반자는 god 멤버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시간처럼 우리도 20년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을 것이다. 걷다가 지칠 때, 오랜 세월 함께한 가수의 노래가 곁에 있다면 그것으로 삶은 잠시 행복할 것이다. 그 잠시는 어쩌면 영원보다 더 긴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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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지오디) - 스페셜 앨범 : THEN & NOWgod (지오디) 노래 | (주) 카카오 M
god가 걸어온 지난 20년의 여정을 돌아보는 지금, 더욱 더 성숙해진 음악과 함께 앞으로 god가 걸어나갈 새로운 길을 기대해 본다.
서효인(시인, 문학편집자)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 198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매일같이 여러 책을 만나고 붙들고 꿰어서 내보내는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