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 작가와 함께하는 예스24 오프라인 독서모임 ‘북클러버’ 2기가 두 번째 모임을 가졌다. 지난 9월에 이루어진 첫 만남에서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을 읽은 데 이어, 이번에는 10월의 마지막 날에 모여 소설집 『혁명하는 여자들』 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다.
예스24의 독서 모임 서비스 ‘북클러버’는 멤버들이 같은 책을 읽은 후 매달 진행되는 오프라인 정기 모임에서 만나 책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눈다. 1기 모임을 이끌었던 김겨울 작가가 또 한 번 ‘북클러버’와 만났고, 정여울 작가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김겨울 작가는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를 주제로, 정여울 작가는 ‘상처를 치유하는 인문학의 힘’을 주제로 모임을 진행한다.
『혁명하는 여자들』 은 SF와 페미니즘의 연관관계를 보여 주는 대담한 단편들이 수록된 선집으로 어슐러 K. 르 귄의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 반다나 싱의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캐서린 M. 밸런트의 「시공간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히로미 고토의 「가슴 이야기」 등 열다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김겨울 작가는 이들 작품을 통해 ‘SF와 페미니즘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 『혁명하는 여자들』 은 ‘페미니즘 SF’를 표방하고 있어요. 그러면 독자로서 우리도 ‘페미니즘과 SF가 어떤 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나는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SF와 페미니즘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혁명하는 여자들』 이라는 제목은 이 책의 원래 편집자들이 여러 소설을 모으면서 붙였던 거예요. 영미권의 SF 같은 경우에는 SF 잡지로부터 출발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그만큼 SF 잡지가 독자들과의 소통에서 맡은 역할이 굉장히 컸고요. 그래서 편집자가 그런(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소설들을 모았다고 하는 건 그 나름의 시대적 의미가 있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북클러버’ 2기와의 첫 번째 모임에서 ‘SF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던 김겨울 작가는, 이번 시간에도 SF 소설의 성격과 특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딘가, 언젠가’의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힘 같은 것이 SF에 있는 것 같아요. 일종의 탈출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 여기’의 세계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어떤 부분을 극대화시키거나 아니면 완전히 전복시키는 식으로 ‘어딘가, 언젠가’의 세계에서 실현시키는 것이 SF의 기본이에요. 여기에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거예요. 그렇게 다른 세계를 상상해 본다는 점에서 보면,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지금 이 세계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성격을 일정 부분 띨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겨울 작가는 “SF의 매우 중요한 도구 중에 하나”를 소개했다. 현재의 추세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인 ‘외삽법(extrapolations)’이다. 작가는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까 현재의 추세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삽법’은 SF의 필연적인 글쓰기 방법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삽법의 기본적인 기능은 ‘지금의 기술이 극단적으로 발달했을 때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를 가정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페미니즘이나 부조리에 대해 다루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겨울 작가는 『혁명하는 여자들』 과 같이 읽으면 좋을 소설들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소설집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에 실린 김보영 작가의 단편 「얼마나 닮았는가」, 『지상의 여자들』 , 『이갈리아의 딸들』 ,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SF 소설 『완전사회』 를 추천했다.
『혁명하는 여자들』 에 대한 ‘북클러버’의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김겨울 작가는 책에 실린 열다섯 작품의 줄거리와 정보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북클러버’ 2기의 모든 멤버는 각자 토론하고 싶은 주제를 종이 위에 적고, 투표를 통해 최종 토론 주제를 확정했다. 다양한 주제만큼이나 풍성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작품 속에서 발견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하면, 그 위에 현실을 투영해 보기도 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또 다른 ‘어딘가, 언젠가’의 세계를 그려보기도 했다. 김겨울 작가는 토론 중인 멤버들 곁에서 함께 의견을 나눴다.
어느덧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김겨울 작가는 “오늘은 상당히 성토대회 같은 분위기였다(웃음). 이렇게 책을 통해서 다양한 주제로 가슴 속에 있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인 것 같다”는 말로 두 번째 모임을 마무리했다.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다시 이루어질 이들의 만남은 어슐러 K. 르귄의 『어둠의 왼손』 과 함께한다.
-
혁명하는 여자들어슐러 K. 르 귄 저/신해경 역 | 아작(디자인콤마)
환상적인 작품에서 미래지향적 작품으로, 신비로운 작품에서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옮겨가는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어떤 책과도 다른 페미니즘을 향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