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만큼 가벼웠던 너. 처음 너를 안아 올린 그날이 생각나. 너를 데려다 준 남자는 상자와 종이 한 장을 내게 건네주고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나는 두근대며 딱지처럼 접힌 상자를 열었다. 2009년 12월 19일. 세상 어딘가에서 태어난 너는 그렇게 나의 세계에 닿았다. 너를 안았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뮤지션 루시드폴이 자신의 반려견 ‘보현’과 함께 쓴 책 『너와 나』 의 한 구절을 읽어드렸습니다. 동명의 9집 정규 앨범과 함께 출간된 포토에세이 『너와 나』 에는 반려견 보현의 사진과, 목소리와, 루시드폴과 보현이 함께한 포근한 순간들이 차분하게 담겨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기’들에게 보낸다는 폴님의 애틋하고 다정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에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루시드폴님을 모셨습니다. 지금 내적 환호 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은데요. 제가 그렇습니다.(웃음) 오늘 방송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인터뷰 - 루시드폴 편>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에 출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청취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루시드폴: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 루시드폴입니다. 반갑습니다.
오은: 요즘은 영농인으로 자기 소개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 정체성이 강해지신 건가요?
루시드폴: 사실은 부끄럽지만 농업에 대해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요. 농사를 겨우 6년 정도 했으니까요. 아직은 마냥 부끄러워요. 따지면 이제 초등학교를 막 졸업할 정도잖아요.
오은: 얼마 전에 제주도에 갔다 왔는데요. 올해 귤이 풍년이라 귤을 많이 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폴님 과수원 사정은 어떠세요?
루시드폴: 2018년 겨울부터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너무 안 추워요. 2017년 겨울까지는 겨울 같았거든요. 이렇게 안 추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안 춥고, 올해 겨울도 안 추워요. 기후도 이상해지고요. 또 지난 8월부터는 비가 엄청나게 왔어요. 맑은 날이 별로 없을 정도였거든요. 그러면 귤이 맛이 없어져요. 아무래도 가격이 떨어지고요. 이런 것들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들었어요. 저희 경우는 어차피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라 괜찮아요. 귤 맛은 오히려 작년보다 좋아진 상황인데요. 다른 이유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부끄럽다고 말씀드렸던 게, 일 년에 한 번밖에 실험을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반복을 해야 알아낼 수 있는데 그러려면 시간 단위가 10년, 20년, 이렇게 훌쩍 가버릴 수밖에 없어요.
오은: 저도 오랫동안 폴님 음악을 들어왔는데요. 폴님은 늘 세련된 느낌인 동시에 가사 등을 보면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있어요. 가사를 적을 때는 수첩이나 메모장에 쓰실 것 같은데 어떤가요?
루시드폴: 이면지에 써요. 컴퓨터로 써본 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종이에 쓰는데 그러면 파지가 엄청나게 나와요. 그걸 다 모아두고요. 다음 앨범 작업을 할 때면 이전 앨범 작업 때 나온 파지들을 하나씩 들춰보는 편이에요. 종이에 쓰고, 넘기고, 수정하고, 한 번 다시 정서했다가 노래 불러보고, 또 고치고, 또 정서했다가 더 이상 고쳐지지 않을 때 날짜를 딱 쓰는 방식이에요.
오은: 보통은 곡을 먼저 쓰시고 가사를 쓰는 게 아니라 가사 먼저 쓰고 곡을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하시는 건가요?
루시드폴: 많이 듣는 질문인데요. 노래라는 게 멜로디와 가사만 있는 게 아니다보니 어떨 때는 음악적 패턴이 먼저 나올 때도 있고요. 멜로디가 먼저 나오는 경우는 하이라이트가 되는 아주 일부의 멜로디 정도죠. 전체 멜로디가 딱 나와서 거기에 가사가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반대로 가사가 다 나와서 거기 멜로디가 끼워지는 경우도 별로 없고요. 직조되듯이 진행이 되는 편이에요. 같이 서서히 형태를 만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오은: 이제 루시드폴 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뮤지션. 작가. 음악이란 감성의 연대라고 말하는 사람. 시골은 아니지만 집 앞까지 물이 들던 바닷가에서 공을 차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창시절에는 ‘예스’나 ‘핑크플로이드’, ‘뉴트롤스’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 장르를 좋아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반에 ‘들국화’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친구가 있어 그에게 카세트테이프를 빌려 들었는데, B면에 있는 <어떤...(가을)>이라는 곡이 좋아서 기타 리프 부분을 통기타로 정말 많이 연습했었다. 1993년, 대학교 1학년 루시드폴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자작곡 <거울의 노래>로 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인디밴드 ‘미선이’로 활동하다 2001년 1집 솔로 정규 앨범을 내며 본격적으로 루시드폴의 활동을 시작한다.
럭비공 같은 성격이고, 예상치 못한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한다. 새벽 2시의 홈쇼핑에 ‘귤이 빛나는 밤에’라는 코너 이름을 짓고 출연해 ‘무농약으로 키웠는데 유기농 인증을 못 받아 유기농이 아닌’ 귤과 앨범 1000세트를 팔기도 했다. 9분 만에 완판 되었고, 귤 따기에서 수확과 배송까지 ‘안테나’에서 직접 했다. 쉽고 좋은 가사를 쓰고 싶다. 그때마다 꺼내보는 것은 마종기 시인의 시. 가수 김동률은 루시드폴 가사를 보며 가사를 그만 써야 하나 고민했다, 고 말한 적이 있다.
술자리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자리를 지키는 타입이다. 몹쓸개그, a.k.a 스위스개그로 유명하다. 참기름보다 순하고, 들기름보다 우아한 동백기름을 좋아한다. 뾰족 공포증이 있고, 해가 뜨는 시간과 지는 시간에 굉장히 예민하다. 농사를 지으면서 들었던 ‘꽃이 온다’는 표현을 정말 좋아한다. 농부란 무엇도 거스르지 않고, 돌보고, 결실을 되돌리는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모로 누운 보현이 노래를 듣다 잠에 빠지면 분명 이건 좋은 노래일 거야, 믿게 된다. 힘 닿는 데까지 너와 살고 싶다. 너로 살고 싶다.”
루시드폴: 검찰이신가요?(웃음) 넋이 빠지는 기분이네요.
오은: 저희가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라는 책을 ‘어떤,책임’ 코너에 소개한 적이 있어요. 루시드폴 님은 번역 작업도 활발히 하시는데요. 물론 음악 만들고, 과수원 일을 하시느라 바쁘시겠지만 책을 또 번역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으세요?
루시드폴: 실은 갈수록 농사에서 배워야 할 것도 많아지고요. 음악 쪽으로 해야 할 일도 많아져요. 앨범이 거듭될 때마다 숙제랄까 과제 같은 게 점점 더 많아져서요. 좋게 보면 제 인생은 점점 더 심플하게 갈 것 같고요. 나쁘게 보면 몇 가지 일만 하는 거겠죠. 저는 취미도 별로 없거든요. 그럴 만한 깜냥도 안 되지만 번역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없고요. 특별히 옮기고 싶다는 마음도 지금은 감히 안 들어요.
오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반려견의 이름이 ‘보현’이잖아요. 이 이름은 어떻게 지으셨어요?
루시드폴: 불교의 보살 이름인데요. 실천과 행원을 상징한다고 해요. 부처님 양가에 ‘협시보살’이라고 하는 두 보살이 있거든요. ‘문수’ 보살과 ‘보현’ 보살이에요. 문수 보살이 지혜를 상징한다면 보현 보살은 그 지혜를 실천하는 행원을 상징하는 거죠. 제가 처음에 입양했던 강아지 이름이 문수였고요. 그 다음 보현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이유는 아주 이기적이었어요. 이름을 자꾸 부르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웃음) 보통 불가에서 보살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공덕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공덕을 받고 싶어서(웃음) 그렇게 짓고 말았네요.
오은: 농사 지으며 들었던 ‘꽃이 온다’라는 표현을 좋아하신다고요? 이건 어떤 표현인가요?
루시드폴: 감귤 꽃이 5월 즈음 펴요. 혹시 향을 맡아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꽃이 많이 필 때는 정말 향기에 취해요. 이건 믿거나 말거나인데요. 동네 삼춘들 말로는 꽃 향기에 취해서 진짜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키위도 마찬가지고요. 저희가 스승님처럼 모시는 분이 계셔요. 몇 십 년 동안 미생물 농사를 하시는 분인데요.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전화를 드리거든요. 한 번은 “응, 그래서, 꽃은 왔어?”라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 말이 마음에 탁 왔다고 해야 할까요. 너무 멋있는 거죠. 그런 표현이 또 있어요. 해녀 분들은 바다에 들어갈 때와 안 들어갈 때가 있는데요.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 때를 ‘바다가 열린다’고 표현하세요. 그런 말이 참 좋다고 생각했었죠.
오은: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볼게요. 직접 『너와 나』 를 소개해주신다면 어떻게 하실 수 있을까요?
루시드폴: 10년 정도 같이 사는 ‘보현’이라는 강아지와 저의 이야기예요. 보현과 저의 기록이죠. 사진이 담겨 있고요. 길지 않지만 글도 조금 담겨 있어요. 노래도 담겨 있죠. 처음에는 보현의 사진을 모은 사진집을 내보자는 제안을 받았는데요. 같이 살기 때문에 틈틈이 찍은 사진을 다른 분들이 보는 게 어떤 의미일지 자신 없고 그랬어요. 그러다 마침 앨범 작업을 해야 할 때였고, 여러 가지 이유로 갈팡질팡하고 있다가 보현의 소리도 같이 기록하는 일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눈으로 보는 사진의 기록, 귀로 듣는 음악의 기록을 생각했는데요. 소리를 그대로 담는 건 재미가 없으니까 보현의 소리를 음악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고요. 보현과 제가 살고 있는 주변의 소리를 채집해서 같이 음악에 넣었어요. 이번 앨범이 무엇인지 누군가 묻는다면 보현과 저의 기록입니다, 라고 말씀드릴 것 같아요.
오은: 책 뒤에 실린 크레딧을 보면 <산책 갈까?>라는 곡의 피아노와 신스, 필드 레코딩을 ‘루드빅 심브렐리우스(Ludvig Cimbrelius)’라는 분이 하신 것으로 나와 있어요. 이분의 음을 받아서 입힌 작업이 들어갔던 건가요?
루시드폴: 네, 스웨덴에서 앰비언트 위주로 음악 작업을 하시는 분인데요. 1년 반 전쯤에 굉장히 많이 들었고, 영향을 많이 받은 뮤지션 중 한 명이에요. 이번 앨범 설명을 하면서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해주셨어요. 처음에 제 데모를 보내드렸고, 이분이 본인이 해석한 방식의 피아노, 신스 트랙을 제게 보내주셨어요. 그걸 제 음원과 합친 후에 따로 말씀을 드린 게 스웨덴의 소리를 담아주셨으면 좋겠다, 였어요. 마치 제주에서 시작된 산책이 스웨덴 어느 작은 바닷가 마을로까지 가게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랬더니 그곳의 바다 소리, 가족들이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 호숫물을 첨벙첨벙 걷는 소리 등이 왔더라고요. 보내준 소리를 다 썼어요. 제주 오름에서 시작된 소리가 스웨덴 바닷가에서 끝나는 구성으로 된 곡이에요.
너는 하루에 두 번 밥과 산책을 기다린다. 도시락을 싸서 저녁 산책을 갈 때면, 너는 입꼬리를 올리고 또랑또랑한 눈으로 앞장을 선다.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너는 오줌을 누지도 냄새를 맡지도 않고 종종걸음으로 걷는다. 평소라면 안아달라 보챌 계단도 단숨에 올라간다. 성큼성큼 걷다 한번씩 뒤돌아보는 너는 왜 이리 늦냐는 듯 나를 채근한다. 뉘엿뉘엿 지는 귤빛 햇살 아래 너의 환한 얼굴. 마음이 아린다. 아름다워서.(99쪽)
원래는 이 곡에 메리 올리버의 목소리를 넣고 싶었어요. 이 책에 처음 영감을 준 작가였거든요. 저도 그랬지만 책의 편집자 분이 메리 올리버의 시집 『Dog Songs』 라는 책을 보고 이 책의 큰 꼴을 디자인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침 저도 그 책을 아주 좋아했어요. 원서도 가지고 있었죠. 우연히 시애틀에 갔다가 딱 한 권 사온 책이었는데요. 책 내용을 떠나서 이상하게 이 책이 앞으로 뭔가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페이퍼백과 양장이 있었는데 양장을 사 들고 왔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니까 『Dog Songs』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죠. 그렇게 시작된 작품집이라, 원래 데모에는 메리 올리버가 낭독하는 목소리가 들어 있었어요. ‘hello, people’로 시작해 ‘thank you’로 끝나는 낭독인데 정확히 8마디에 딱 들어갔어요. 그렇지만 여러 문제로 넣지는 못했고요. 만약 언제라도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면 상업 목적이 아니라 해도 그렇게 만들어서 공개를 하고 싶어요.
오은: <콜라비 콘체르토> 라는 곡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보현의 이름이 작곡에 크레딧이 올라가 있더라고요. 이 작업을 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려주실 수 있나요?
루시드폴: 오히려 곡이 만들어진 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일단 시작은 너무 단순했죠. 콜라비나 사과 같은 것을 보현이 먹으면 아삭한 소리가 청량하고 좋아서 담아본 거예요. 그럴 때 있잖아요. 복잡하게 고민하다가 아주 단순한 해답이 툭 하고 떨어질 때 말이에요. 음악이 뭔지, 노래가 뭔지 계속 고민을 하던 중에 콜라비를 씹는 보현과 콜라보를 하면서 듣기 좋은 소리가 음악이지 뭐, 라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그 소리를 녹음해서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보니 너무 재미있고 듣기 좋았어요. 그 안에서 굉장히 많은 이미지가 떠오르고요. 하지만 앨범에 들어갈 거라곤 생각도 안 했거든요. 그러다가 책 작업이 끝날 무렵 앨범을 사는 분들께만 드리는 보너스 트랙이 있으면 해서 <콜라비 콘체르토>를 생각했는데요. 어쩌다 보니 이 곡이 앨범 선공개 곡으로 결정이 됐어요. 저 혼자 만들어둔 창작물이 점점 중요해진 거죠. 뮤직비디오까지 찍었어요.
오은: 루시드폴이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어떤 소리인가요?
루시드폴: 듣기 좋은 소리는 많은데요. 거꾸로 얘기하면 듣기 싫은 소리를 빼고는 다 듣기 좋아요. 듣기 싫은 소리는 사람이 만들어낸 소리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자동차 소리, 땅 파는 소리,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 나무 베는 소리 등. 주로 충격을 가하는 소리들인데 그것들을 빼면 이상한 소리가 별로 없어요. 개 짓는 소리도 좋고, 새 소리도 좋고요. 귀를 힘들게 하는 소리가 없어요. 저희 과수원에 벌레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소리가 상상을 초월하고 크고, 심지어는 낮에도 소리가 엄청나게 큰데요. 몇 시간 들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은데 영양제를 뿌리기 위해 분무기를 돌리는 순간 나는 소리는 굉음이 되는 거죠. 제가 만드는 것도 인간이 만드는 소리잖아요. 이게 누군가에게 굉음이 되면 안 될 텐데, 하고 자주 생각해요.
오은: 음악을 들으면서 이 책을 천천히 읽을 때 가장 만족감이 높았어요. 이 책을 구입하시는 분들도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천천히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마치 그 때, 그 시간에 내가 가 있다가 빠져 나오는 느낌이 들거든요. 폴님이 이번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뭔가요?
루시드폴: <너와 나>예요. 잘 모르겠어요. 이 곡 듣고 많이 울었어요. 내가 쓰고 내가 울었어요.(웃음) 음악 하는 친구들 중에 자기 공연이 끝나고 우는 친구들 보면 제가 종종 비웃었거든요. 그런데 그럴 입장이 아니네요. 아직도 좀 이상하게 울컥하는데요.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이 곡에 가사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10여 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중간에 끼익,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제가 보현과 산책하기 가장 좋아하는 숲길의 삼나무가 바람에 몸을 움직일 때 나는 소리거든요. 그 나무가 우리 둘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만 들으면 되게 마음이 찡해요. 저만 느끼는 거겠지만 혹시 듣는 분들은 유심히 들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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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루시드 폴 저 | 미디어창비
그가 반려견 보현과 함께한 산책 같은 사진과 노래를 한데 엮은 작품집으로, 2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9집 음반과 동시에 선보인다. 이번 앨범의 CD는 책 이외의 형태로는 별도 판매하지 않으며, CD에는 음원으로 공개되지 않는 루시드폴의 음성이 담긴 특별한 낭송이 실려 있다.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