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저에게 이루지 못할 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동거인들의 반대라는 이유가 있지만, 아마 그게 아니더라도 저는 여러 가지 고양이를 들이지 못할 이유를 대며 결국에는 그들과의 동거생활을 누리지 못할 텐데요. 왜냐하면 헤어지는 것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헤어지는 게 무서워 연애를 하지 못하는 타입이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동물과 생활을 공유하다가 어느 쪽의 수명이 다해 이별하는 건 사람 사이의 헤어짐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들과 함께한 세월 동안 얻는 충만함, 기쁨이 아무리 크다 해도 마지막을 생각하면 결국에 저는 영영 해내지 못할 일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떤 통계에서는 반려견을 죽을 때까지 키우는 비율이 전체의 12%밖에 안된다고도 하네요. 끝까지 함께하는 것, 마음만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마음이 없으면 더 힘든, 그런 일이겠지요.
그래서 『우리집 묘르신』 의 SOON 작가와 앵두, 미유와의 반려 생활이 더, 더, 더 부러웠습니다. 수없이 반복한 궁디팡팡, 할짝거리며 물을 마시는 소리도 익숙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무릎에 올라왔던 나날들 사이에 늘어가는 흰 털, 챙겨야 하는 약들, 작아진 맛동산.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것들을 변하게 한 15년이라는 시간은 그들을 서로에게 길들게 했습니다. 눈을 감고도 꼬리만 만지면 앵두라는 걸, 팔에 턱을 괸 게 미유라는 걸 알 수 있고, 궁디팡팡 1급, 헤어볼 치우기 고급, 캔 감별사 1급, 자격증만 있다면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을 유능한 집사가 된 SOON 작가는, 이제 이 두 묘르신을 ‘대학에 보내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고양이가 20살이 되는 걸 ‘대학 보낸다’고 한다네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건 물론 개인의 선택으로 시작한 삶이겠지만, 요즘만큼 애완동물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시대에는 단순히 자신과 반려동물과의 관계로만 끝나는 것이 아닐 텐데요. 모든 집사들의 반려 생활이 좀 더 윤택해지고, 그래서 처음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SOON 작가님과 두 묘르신의 이야기가 힘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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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묘르신SOON 글그림 | 미우(대원)
일상에 배어 있는 포개진 시간들을 발견하는 세심하고 포근한 시선. 이 작품을 통해 어쩌면 여러분도 일상에 새겨진 반려동물과의 나날들이 새삼 눈에 뜨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숙경 (도서MD)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