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사랑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G. 마일로 만화가)
사랑이 뭔지 정말 알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정말 흔한 말들이 있잖아요. 보고 있어도 그립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같은. 솜이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정확하게 그 말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다가 놀라는 순간이 있는 거예요.
글ㆍ사진 임나리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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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이는 동물병원을 무서워한다. (중략) 진료를 마치고 집에 가면 심하게 마음이 상했는지 밥도 안 먹고 퉤퉤 뱉다가 조금 기분이 풀리고 나서야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언니도 솜이 병원에 가는 일 없었음 좋겠어’ 만약 솜이가 딱 한 가지 말을 할 수 있다면,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솜이야, 오래오래 건강해. 우리 대학도 가고, 대학원도 가자.

 

마일로 작가와 반려견 북극솜의 포토에세이 『솜이는 오늘도 귀여워』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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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마일로 만화가 편>


오늘 모신 분은 공감과 재미, 그리고 미칠 듯한 귀여움이 담긴 일상툰을 그리신 작가님입니다. 긴 말이 필요 없죠. 『여탕보고서』 , 『극한견주』 . 두 단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일로 작가님입니다.

 

김하나 : 오늘 모신 책은 신간 『솜이는 오늘도 귀여워』 인데, 북극솜과 마일로가 함께 지었다고 되어 있어요. 솜이도 저자로 등록돼 있는 거죠?


마일로 : 네. 


김하나 : 그래서 솜이 저자님도 오신다는 소식에 저희가 아주 술렁였습니다. 사실 저희 스태프들이 『극한견주』  이모티콘을 내내 주고받는 사이거든요. 그래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가, 솜이 작가님이 오시기에는 힘들겠다고 생각돼서... 저희가 솜이를 인터뷰할 질문도 다 마련했었지만...(웃음)


마일로 : 아, 그랬군요(웃음).


김하나 : 저는 솜이를 한 번 안고 사진을 찍어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희가 방송 전에 실험해봤잖아요. 『솜이는 오늘도 귀여워』  표지를 안고 사진을 찍으시면 됩니다. 솜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어요?


마일로 : 제가요.


김하나 : 솜이가 오게 된 과정을 처음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중형견이라고는 하지만 굉장한 덩어리감이 있는 생명체이지 않습니까. 일단은 집에 들이기로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사모예드라는 견종과 같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쯤부터 했었어요?


마일로 : 강화도로 이사해서 들어가면서부터였죠.


김하나 : 원래는 부산에 살고 계시던 가족이, 갑자기 어머니가 ‘나는 강화도로 가야겠다, 전원생활을 해보고 싶어’라고 하셨고... 그랬더니 두 딸도 ‘그럼, 나도’ 해서 같이 가게 된 거예요?


마일로 : 오히려 반대이기는 해요. 저는 무조건 대학을 졸업하면 상경을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래서 졸업하면서 ‘나는 이제 독립해서 혼자 서울에서 살게’ 했더니 엄마가 혼자 부산에 계시기는 조금 그렇고...


김하나 : 언니는 서울에 계셨고요?


마일로 : 언니도 부산에 있었죠. 언니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웃음). 나는 그냥 동생 또는 엄마를 따라간다, 사실 아무 말도 없었어요.


김하나 : 작가님은 부산에서 대학을 나오고 난 뒤에 서울에서 뭘 하면서 살겠다는 계획이 잡혀 있었어요?


마일로 : 그때는 『여탕보고서』  계약한 직후이기는 했거든요.


김하나 : 아, 그랬군요. 그러면 『여탕보고서』 가 나올 때는 부산에 계실 때였고요.


마일로 : 네.


김하나 : 그렇죠. 왜냐하면 『여탕보고서』 는 어떻게 보면 ‘부산 향토 보고서’ 같기도 한 지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웃음). 부산 동래 온천장, 온천과 목욕으로 유명한 곳에서 그때까지 사셨던 거잖아요. 여탕에 있었던 수많은 것들, 축적되어 온 에피소드를 모아서 냈던 작품이 『여탕보고서』 였고요. 그래서 ‘나는 이제 웹툰 작가가 돼야겠어’라고 생각하셨던 거군요. 서울에 가서 웹툰을 계속 그리면서 살아갈 테야.


마일로 : 그렇죠. 이제 직업은 생겼으니까 서울에 가서 살아야지(웃음).

 

김하: 어머니가 강화도로 가신다고 했고, 가셔서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시기로 하셨죠.


마일로 : 네, 마당이 엄청 큰 집을 혼자 고르셨어요. 이제 이 집에서 살 거라고 이야기를 하시고. 처음에는 엄마가 강화도로 다 같이 이사를 가서 너희 자취집을 알아보자고 이야기를 하셨었죠. 일단은 셋 다 강화도로 이사를 갔는데 그 후에는 흐지부지 독립을 안 하게 됐죠. 그냥 강화도에 눌러앉아서 ‘여기에서 강아지 키우고 살면서 행복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솜이를 데리고 오게 됐죠.


김하나 : 그 전에 집에 햄스터 여러 마리가 있었고, 햄스터 말고는 강아지를 키우거나 다른 동물과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마일로 : 거의 없다고 봐야 되죠. 강아지를 잠시 맡아준 적은 있었어요. 한두 달 정도, 그 정도의 경험밖에 없기는 하죠.


김하나 : 그러면 여쭤보고 싶습니다. 만약에 한 번도 강아지와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 ‘저 사모예드 키우고 싶어요, 사모예드를 입양할까 봐요’라고 할 때, 지금의 마일로 작가님은 뭐라고 말씀하실 것 같으세요?


마일로 : 그게 사람 환경마다 다 달라서 키워라 마라 말하기는 조금 애매한 것 같아요.


김하나 : 하지만 『극한견주』  책을 건네시지 않을까요. 이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웃음).


마일로 : 하긴 그렇죠. 아마 이렇게 살 것이다.


김하나 : 그 순간 너의 운명은 이렇게 결정되는 것이다.

 

김하나 : 제가 『솜이는 오늘도 귀여워』 를 배송 받았을 때 봉투가 중간 부분부터 뜯어졌어요. 그래서 봉투를 뜯는 순간 솜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 귀여워!!!!’ 이런 반응이 된 거죠(웃음). 책이 너무 너무 귀엽습니다. 표지에도 솜이 얼굴이 있고, 열어볼 때마다 너무 귀여워요. 정말 ‘솜이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책이에요. 아기 때 처음 집에 와서 도롱도롱 자는 모습부터, 『극한견주』 에 나왔던 논두렁에 구르고 난 뒤의 모습이라든가, 온갖 사진들이 있는데요. 정말 팬들한테 이것보다 더 강력한 굿즈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한테도 그렇지 않나요?


마일로 : 그렇죠. 사람들이 아기나 동물, 커플의 포토북을 스스로 만들고는 하잖아요. 그런데 아예 이렇게 출판이 돼서 포토북이 나오니까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죠(웃음).


김하나 : 그렇죠. 게다가 요즘은 디지털 매체에 사진이 저장돼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애써서 찾아보지 않으면 예전 사진은 그냥 넘어가 버리게 되는데, 이렇게 한 권으로 집대성이 되어 있고 그때의 에피소드도 들어 있으니까 작가님한테도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마일로 : 그렇죠.


김하나 :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솜이의 사진을 돌아보시면서 어떠셨어요? 기억도 다시 끄집어내서 글을 쓰셨어야 했을 텐데, 어떠셨어요?


마일로 : 음... 솜이가 굉장히 잘 컸구나(웃음).


김하나 : 예전에 그런 말씀도 하셨잖아요. ‘이제는 ‘극한’까지가 아니다. 그래서 『극한견주』 라는 만화의 소재가 많이 떨어져 간다.’ 그러면 돌이켜 보면서 잊고 있던 고생의 기억 같은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그랬나요?


마일로 : 그렇죠. 지금이랑 그때의 솜이가 약간 다른 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바뀌었거든요.


김하나 : 아, 그래요. 솜이가 지금 몇 살이죠?

 

마일로 : 다섯 살이에요.


김하나 : 그때에 비하면 한없이 점잖아졌군요.


마일로 : 네, 맞아요.


김하나 : 저는 『극한견주』 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산책할 때 마일로 작가님이 사선으로 붕 날아가는 모습 있잖아요. 솜이는 질주하고 마일로 작가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목줄을 잡고 날아가는. 그 장면이 저는 항상 너무 좋은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나 봐요?


마일로 : 네. 지금은 굉장히 산책도 잘 해요. 남들이 보면 ‘정말 개 의젓하다’ 할 정도로 줄도 안 끌고 사뿐사뿐 걸으면서 다니고. 낯선 데에 데리고 와도 얌전히 발 옆에 누워있어요. 엘리베이터 탔을 때도 ‘앉아’ 했을 때 솜이가 앉으면 사람들이 ‘어머, 어머, 개가 어쩜 이렇게 말을 잘 듣고 의젓해요? 훈련 시키셨나 봐요’ 하는 거예요. 오히려 평균 이상 의젓한 개가 됐다고 해야 되나, 약간 그런 느낌이 있어요.


김하나 : 사람들이 ‘사모예드는 천사견’이라고 이야기할 때 가지는 이상적인 모습이 되었군요.


마일로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김하나 : 그런데 『극한견주』 를 그리고 한창 개춘기를 지날 때는 ‘얘가 영영 이러면 어떻게 하지?’라는 암담한 마음도 드셨을 것 같아요.


마일로 : 맞아요.


김하나 : 지금은 거의 다른 개 같다고 하셨지만, 이런 날이 오리라고 확답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개체 차이가 있으니까.


마일로 : 아무래도 그렇죠.


김하나 : 이건 솜이가 안 듣는다는 전제 하에 여쭤보면, 살짝이라도 후회했다거나 하신 적은 없었나요?


마일로 : 솜이가 한 살 되기 전까지는 매일 후회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책임감이 바로 이거구나’ 하고 절절하게 깨달았던 거예요.


김하나 : 그 전에는 ‘나는 귀여움만 누리면 되고, 우리는 같이 잘 지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일상생활에서 포기하거나 양보하거나 조금 더 힘을 내서 해야 되는 게 너무 너무 많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같이 살아야 되는 거구나’라고 깨달으신 거군요.


마일로 : 네, 그것도 그렇고요. 생후 5~12개월 사이가 한창 이갈이 시기거든요. 그러니까 엄청 아프게 많이 물고, 개 입장에서는 그냥 같이 놀자고 붙잡는 건데 저는 멍이 들고, 그래서 혼을 내면 대들기만 하고... 그래서 어떻게든 내가 책임지고 이걸 고쳐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고(웃음).


김하나 : 진짜 천형처럼 느껴졌겠네요(웃음). 물리기도 하고, 털도 날리고, 집안도 파괴하고... 『극한견주』 라는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마일로 : 얘가 의젓한 개가 될 수 있을까, 라는 공포감도 있고.


김하나 : 하지만 이제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드시겠네요.


마일로 : 그렇죠. 제가 해낸 건지 원래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얌전한 건지는 모르겠는데(웃음).

 

김하나 : 이 책의 뒤쪽에 『극한견주』 외전이 실려 있는데 “나는 사랑을 몰랐었어. 솜이를 만나고 드디어 사랑이 뭔지 알게 된 거야!”라고 쓰셨어요. 솜이랑 같이 있지 않았을 때는 잘 몰랐던 부분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솜이가 있음으로 인해서 ‘내가 이런 걸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 전에는 이런 감정을 잘 몰랐었구나’ 그런 걸 느껴 가시는 것 같아요.


마일로 : 사랑이 뭔지 정말 알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감정이 뭔지 알겠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정말 흔한 모든 것들이 있잖아요. 보고 있어도 그립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같은. 솜이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정확하게 그 말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다가 헉 하고 놀라는 순간이 있는 거예요. 솜이를 보고 있는데도 마음이 벅차오르고, 솜이랑 누워 있는데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아니까 마음이 미어지는 거예요.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한데, 정말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솜이는 오늘도 귀여워북극솜, 마일로 저 | 위즈덤하우스
SNS에 공개된 솜이의 사진 외에도 작가의 개인 소장 컷이 무한 방출되었다. 시원한 판형에 큼직큼직하게 들어가 있는 360여 개의 사진들은 이 포토에세이가 여타의 포토에세이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다르다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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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마일로 만화가 #솜이는 오늘도 귀여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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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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