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진 “아니오, 나는 외향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대체로 섬세하고, 관찰력도 좋고 배려심도 깊은 사람들이에요. 그만큼 장점이 많습니다. 억지로 자기 자신을 바꾸려고 고민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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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시공간을 함께하는 동료나 연인, 더 나아가 부모와 남편, 아이에 대해서도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지?’ 하며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 의문은 자칫 힐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모든 오해와 실수는 애초에 ‘외향성’과 ‘내향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다. 『월요일이 무섭지 않은 내향인의 기술』은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1안현진 저자는 지난 시간 동안 스스로의 내향성에 대해 오래도록 방황하며 어떻게 하면 자신의 내향성을 받아들이고 강점으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왔고, 그 결과 외향성의 압력에 굴하지 않을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의 핵심은 간단하다. 당신이 내향적이라고 해서 어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당신의 내향성을 받아들이고 단단한 마음을 갖는 것이 당신을 보다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 안현진 저자에게 내향인으로 잘 살 수 있는 법을 물어보았다. 



이번에 첫 책을 내시게 되었는데, 어떤 계기로 책을 쓰시게 되었나요?

제가 책을 쓰기로 한 계기는 그냥 다른 분들하고 비슷할 것 같아요. 저는 2019년 초에 퇴사를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하다가.. 다른 분들하고 비슷하게 내가 정말 잘 하는 것 그리고 내가 정말 즐기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어릴 때부터 글을 쓰고 텍스트를 만드는 일이 좋았어요. 특별히 글을 쓰는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그나마 잘 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일종의 비교우위처럼요. 물론, 막연하게 책을 한번 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보통 책을 처음 쓰는 사람들은 주제를 자기 안에서 찾게 될 거라 생각해요. 저도 그랬고요. 저라는 사람 안에 있는 수많은 특징 아닌 특징 중 하나가 내향성이었기에 그걸 주제로 쓰자고 생각했고, 쓰면서 저 스스로도 많이 배우고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외향적일 것 같은데, 실은 내향적이시라고요?

네, 사실 저는 외향적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어요. 그런데 매번 제가 대답하는 내용은 똑같아요. 저 사실 되게 내향적이라고, 외향적으로 보이는 건 다 오해라고요. 제 생각에 이런 오해의 주된 원인은 우리 사회가 ‘내향성’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향성은 말 그대로 정신적인 에너지가 한 사람의 내면으로 흐르는 선천적인 성향일 뿐이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내향성’을 태도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경우가 있어요. 다시 말해, 내향적이면 인간관계에서 수줍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고, 발표를 한다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할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거죠. 그렇지만 외향적인 사람들 중에서도 대인 관계를 어려워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외향성, 내향성은 타고난 성향일 뿐이에요. 활발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내향적인 사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죠. 아마 많은 내향적인 분들이 공감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제목이 독특한 것 같아요. ‘월요일’이 무섭지 않다. 어떤 의미인가요?

월요일이 무서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예요. 회사 업무가 너무 많아서, 상사가 너무 무서워서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월요일은 우리 모두가 각자 마음대로 삶의 모습을 선택할 수 있는 주말이 끝나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걸 뜻하잖아요.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해야 하는 사회생활에서 성공하려면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어요. 

저는 이걸 ‘외향성의 압력’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소위 말하는 ‘인싸’라는 키워드도 이런 ‘외향성의 압력’이 반영되어 있다고 봐요. 이렇게 성공하려면, 행복하려면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은 내향인에게 있어 굉장히 무서운 거거든요. 타고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행동하라는 압력이니까요. 저는 제 책을 통해서 내향인들이 자기 자신의 내향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내향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외향성의 압력이 가득 한 월요일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는 시작이거든요.

내향인으로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게 대단하거나 어려운 과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떤 상황에서 에너지가 쉽게 소모되는지 등을 잘 알아야 해요.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에너지 충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신적 에너지가 선천적으로 내면으로 흐른다는 것은 내향인이 에너지를 내부에서 얻는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내향인은 시끌벅적한 파티나 모임에서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남들이 보기엔 지루해 보일지 몰라도 혼자서 조용히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거든요.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외향인들과 다르게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죠. 

어떻게 에너지를 충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해요. 요가와 러닝을 주로 하는데, 요가와 러닝은 다른 사람의 리듬보다는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하거든요. 저만의 박자대로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많이 느껴서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소모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친구들과의 약속을 일주일에 1번으로 제한하려고 해요. 특히 토요일이나 일요일 둘 중 하나는 절대 아무런 스케쥴도 잡지 않고 오롯이 혼자서 지내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내성적이라는 말도 많이 쓰잖아요. 내성적, 내향적 차이가 있는 단어인가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이 연구해 봤는데 사실 두 단어는 별 차이가 없어요. 언어적인 개념에서사전적인 의미를 따져봐도 차이가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그렇게 답변을 했었고, 심리학적 개념으로도 별 차이는 없거든요. 다만 내성적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보편적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고, 내향적이라는 단어는 보다 학문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영어에서도 내향적, 내성적을 별도로 구분 짓는 단어는 없고요.

다른 내향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내향성’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으셔도 된단 말씀 드리고 싶어요. 다들 경험적으로 알고 계실 것 같은데, 내향적인 사람은 대체로 섬세하고, 관찰력도 좋고 배려심도 깊은 사람들이에요. 그만큼 장점이 많습니다. 억지로 자기 자신을 바꾸려고 고민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 안현진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에서 Labor and Employment Relations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건설사와 컨설팅 펌을 비롯한 다양한 회사에서 조직 경험을 쌓았다. 보다 깊은 사유와 감정 그리고 질문으로 이끄는 텍스트를 생산하고자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요가와 명상을 즐기며,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텍스트를 나누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과거 TEDx 강연회 기획, 대나무 칫솔 개발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으며, 현재 커리어 컨설팅을 하며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글쓰기’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월요일이 무섭지 않은 내향인의 기술
월요일이 무섭지 않은 내향인의 기술
안현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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