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동물을 사랑한다면, 이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조금씩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생명을 배려하는 일, 여기에서부터 우리가 마주한 갈등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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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을 넘어섰다. 동물과 관련된 인식들이 바뀌었고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개들이 출산 기계로 전락해 고통받고 있고 길고양이를 둘러싼 생각들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갈등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는 이소영 저자가 동물보호 업무를 하면서 ‘왜 아직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으로는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그 마음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동물에 관련된 에세이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 책은 조금 다른 결을 가진 것 같아요. 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와 배경이 궁금합니다.

책을 관통하는 생각은 제가 한 마리의 ‘개’와 가족이 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동물을 집에 데리고 왔는데, 개와 함께 살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불편한 일들이 많았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승차 거부를 당한다거나, 목줄을 하지 않은 다른 개의 보호자와 다툼이 생기거나, 동물병원 진료비가 너무 비싸서 곤란한 적도 있었고요. 지극히 개인적으로 우리 개와 잘 살고 싶어서 시작한 고민이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나 반려동물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또 이러한 관심이 다른 동물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했듯이 관심의 영역을 한 뼘씩 확장하게 된 거죠. 

관심의 영역이 확장되다 보니 제가 속한 조직의 성격도 조금씩 달라졌어요. 책상 앞에 앉아 학술적인 연구를 하던 대학원에서 조금 더 생동감 있는 동물보호 시민단체로, 또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국회나 지방자치단체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다양하게 확장해 나가고 있던 차에 이렇게 각기 다른 일터에서 마주했던 고민과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라는 제목이 인상 깊어요. 제목에 담긴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저는 비인간 동물(non-human animal)에 대한 예의만큼이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나갈 때 동물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라는 제목은 비단, 인간으로서 우리가 ‘비인간 동물들’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있음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넓게는 이 지구라는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 서로가 지켜야 할 ‘예의’가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 보호 업무를 오래 해오셨는데, 현장에서 맞닥뜨린 동물을 둘러싼 현실은 어떠한지 궁금하고 특별히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동물권, 동물복지’라는 개념 또한 낯설지 않은 요즘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동물을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나, 보호자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소유물’로 여겨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 날씨가 매우 습하고 더웠던 날이었어요. 퇴근길에 20~30여 마리의 개를 물건처럼 켜켜이 쌓아놓은 트럭을 발견했습니다. 좁은 케이지 하나에 중대형견 세 마리 정도가 들어가 있으니 몸은 구겨질 수밖에 없었고, 더위에 모두 숨을 헐떡이고 있었어요. 케이지 안에 있는 개가 옆에 있는 개의 목덜미를 계속 물어 댈 만큼 동물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매우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경찰의 도움을 받아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동물 학대’로 검찰에 고발을 했습니다. 얼마 뒤, 경찰서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남짓의 시간 동안 제가 목격한 일이 왜 ‘동물 학대’인지에 대해 같은 말을 수십 번 반복한 기억이 납니다. 그 짧은 시간에 하루에 쓸 기운이 다 빠질 정도였어요. 조사를 담당하시는 분께서 저에게 ‘동물 학대’가 뭔지는 아느냐고 되묻기도 하시더라고요.

결국, 그날의 상황은 법에서 정한 ‘동물 학대’의 객관적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고, 무혐의(증거불충분)로 종결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물보호 업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동물 학대’를 목격해도 행위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시는 부분이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 ‘옳은 생각과 작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더라고요.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고 정의하기에는 어렵지만, 적어도 ‘같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도 언급했지만, ‘모두가 잠든 시간에는 청소기를 돌리지 않는 것, 새치기하지 않는 것, 내가 가진 문제만 급하다고 소리치지 않는 것, 다른 사람들도 사용할 물건이나 장소를 소중히 다루는 것’과 같은 작고 사소한 규칙들 말이죠. 

동물을 대하는 마음에도 이런 기본적인 규칙들이 필요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동물이 누군가에게는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요. 또, 나에게는 위협적인 동물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고,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렇게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일’들을 소중히 해나가려는 마음이 필요해요. ‘작은 행동’이라는 건 이러한 마음을 바탕으로 ‘내가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일’이 되겠죠.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보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어떤 갈등들이 있는지, 그런 갈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은 제가 업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인데요. 올겨울 시청에서 38개의 ‘길고양이 겨울집’을 설치했습니다. ‘길고양이 겨울집’은, 12월에서 다음 해 2월까지 운영되는데, 혹한기 길고양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해 차량 엔진 등에 들어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제작했어요.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이나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 정도만 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겨울집’은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시청 역시 ‘길고양이 겨울집’을 위한 예산이 없어서 다른 예산에서 조금씩 남는 돈을 모아 130만 원 정도를 들여 제작하게 되었어요. 

업무량이 많다 보니 예산이 정해져 있는 공식 사업을 착실히 수행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예산이 없는 사업을 오직 ‘담당자의 의지’만으로 계획하는 것은 사실 부담되는 일이었어요. 괜히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벌였다고 눈총을 받기 쉬우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제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혹한기를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관심을 기울여야만 길고양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조금씩 개선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 시민의 세금으로 ‘쓸데없는 일’을 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추위에 떠는 생명에게 따뜻한 자리를 허락하는 것, 배를 곯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 다치고 아픈 생명을 돌보는 것은 ‘옳고 그름의 논리’를 떠나 ‘인간성’과 관련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제 행동에 대한 책임이죠. 길고양이를 위해 겨울집을 설치해서 잘 사용한 뒤, 따뜻한 봄이 오면 깨끗하게 수거하고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다시 말해, 서로 조금씩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생명을 배려하는 일, 여기에서부터 우리가 마주한 갈등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포로리와 보노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계신데, 작가님께 이 친구들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포로리와 보노는 언제나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동물들도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가는 횟수가 많아지고, 먹는 것도 까다로워지는데 15살의 포로리에게 밥을 먹일 때마다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보노는 건강하고 튼튼하게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인데 이제 보노도 곧 할배가 되겠죠.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작가님이 이 책을 통해 하시고 싶은 이야기를 한 줄 문장으로 요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일들. 



*이소영

15살 포로리, 6살 보노의 보호자. 동물보호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실에서 동물정책 업무를 담당했고, 사회학 석사 논문으로 ‘한국의 동물보호운동’에 대해 썼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물보호 업무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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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
이소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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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