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기장처럼 적었던 문장들이 시집, 에세이, 잡지 등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출판 그 자체의 낭만, 포트폴리오 제작, 사람들과의 공유.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으로 출판의 꽃을 피운다. 영상 크리에이터가 방송 매체로 유튜브를 택했다면, 독립 출판은 주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작된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출판 과정이 궁금하다면, 지금 ‘어째서적’을 주목하자. ‘어째서적’은 사회 초년생인 대학생들이 ‘텀블벅’을 통해 시작한 독립출판사다. ‘어째서적’의 김세현, 김한나, 채다정 세 사람을 통해 독립출판 스타터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어째서적’ 독립출판사의 씨앗을 심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지 말씀해 주세요.
김세현: 어째서적은 세상에 “어째서?”라는 질문을 던지고픈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독립출판사입니다. 저는 대학 졸업을 앞둔 어째서적 대표로서 원고 수정, 지면 디자인, 서점 입고 등 모든 출판 과정의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김한나: 잡지 디자인, 엽서, 홍보 카드 뉴스 등 전반적인 디자인을 담당하는 취업 준비생입니다.
채다정: 어째서적에서 막내로 아직 대학교 재학생입니다. 에디터로서 글을 쓰고 지난 출판 때 떡메모지 굿즈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어째서적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김세현: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언론/홍보/영상학과)의 ‘언론제’라는 학술제에서 잡지를 제작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 첫 시작이었어요. 그 이후에도 출판물을 만들어 보고자 서울시 지원 사업을 신청했었습니다. 처음에 떨어져 지원을 못 받게 돼 지지부진하다가 같은 곳에서 또 다른 소규모 지원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냐는 문의가 들어왔고, 그것을 계기로 출판사가 시작되어 첫 텀블벅 펀딩을 진행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잡지 제작 경험이 있고 출판물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과 다음 출판을 계속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어떤 계기로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되셨나요?
김한나: 학교에서 제작했을 때는 ‘남에게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정해진 주제나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담을 수 있던 곳이 독립 출판물이었어요. 실제로 잡지에서 해보고 싶었던 그림도 그렸고,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유로운 출판물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채다정: 주위에서 동기들이 진로를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는 걸 보며 저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같이 제작했던 경험이 있어 사람들도 믿을 수 있고, 이전에 작업하면서 좋았던 점들이 떠올라 저도 참여하면 재밌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독립출판의 이모저모
텀블벅으로 독립출판 프로젝트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김세현: 펀딩 해주신 분들께 마지막에 포장해서 발송하는 과정이 고단해서 기억에 남아요. 첫 텀블벅과 달리 두 번째 텀블벅은 코로나로 인해 혼자 택배 포장을 진행했는데 많은 굿즈 종류를 담다 보니 복잡하여 헷갈렸어요. 허리도 아팠습니다. (웃음)
김한나: 출판 과정 속 ‘편집 캠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박 2일로 다 같이 모여 밤새도록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지면 편집을 했어요. 사람들을 만나 피드백도 나누고 다같이 피곤한 얼굴로 해 뜨는 걸 보며 첫차를 타러 갔던 모습에 옛날 대학교 MT가 떠올랐어요.
펀딩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에는 어떤 것이 있으셨나요?
김세현: 여러 사람들에게 저희 출판물을 소개하는 목표가 있는데 인스타그램과 같은 인터넷 홍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느낌을 체감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늘 지인분들께도 감사하지만 저희가 모르는 독자분들께 닿는 홍보 과정이 순탄치 않았어요. 책에는 자부심이 있지만 책을 알리는 홍보 과정은 아직 어려운 것 같습니다.
채다정: 에디터로서 마감일을 맞추는 것, 글에 대한 만족감을 토대로 수정을 거치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또 “이런 것을 굿즈로?!”하는 다양한 굿즈를 기획하고 싶기 때문에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도 주요 고민거리예요.
독립출판물의 오프라인 서점 입고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독립출판 관련 수업에서 알게 된 서점 리스트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통해 다른 작가분들의 입고 리스트를 참고하여 서점 목록을 작성해요. 서점의 정보를 취합하여 메일로 연락을 드리고, 입고 가능한 서점에 필요한 문서를 제출합니다. 직접 방문해서 책을 보내드리기도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택배로 주로 발송했습니다. 저희가 먼저 연락을 드리기도 하는데 서점에서 입고 문의가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해요.
어째서적의 책을 소개합니다
어째서적의 대표 출판물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어째 서적의 메인 출판물은 <어쩐지>라는 계간 잡지입니다. 전업이 아닌 사람들이 꾸준히 참여할 수 있으면서도 저희의 정체성을 발굴할 수 있는 해답이 ‘계간 잡지’였어요. ‘어쩐지’ 창간호는 ‘생존’이라는 주제를 ‘체험기’ 형식으로 녹여낸 출판물입니다. 계간 잡지는 매 호 다른 주제, 다른 형식으로 에디터들의 글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에디터들의 개인 에세이와 시집도 발간할 예정입니다.
어째서적은 왜 ‘삶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관을 확립하게 됐나요?
현실적으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구와 균형을 맞춰 살아가야 해요. ‘삶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은 삶의 터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소박한 다짐입니다. 가치 실현의 예로 텀블벅 배송에서 종이 완충재와 친환경 봉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준비중인 계간잡지 ‘어쩐지’ 2호는 어떤 주제로 새롭게 찾아오나요? <채널예스> 독자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쩐지> 2호는 올해 3월 초 텀블벅을 준비 중입니다. 이번 잡지는 ‘편지’ 형식 채택했는데요. 사랑과 마음의 전달 수단인 편지를 통해 ‘화’라는 주제를 표현해보면 어떨까라는 기획에서 시작됐습니다. 1호보다는 많이 두꺼워질 거 같고 어째서적의 걸작을 기대하는 잡지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화를 내는 편지가 아닌 다양한 편지 형식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출판물이 될 거 같아요. <채널예스> 독자분들도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째서적은 앞으로 ‘이런 걸 책으로 내도 되나?’ 싶은 책을 발간하는 상상을 하고, 앞으로 닿는 데까지 꾸준히 출판에 도전할 것이라고 한다. 어째서적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책을 출판하고 있다. 때로는 익숙한 이름의 출판사에서 벗어나 세상에 하나뿐인 단비 같은 독립출판물을 찾아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읽고 싶은 글은 바로 우리 자신이 쓴 책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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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예스24 서포터즈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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