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은 연결되어 있다. 바이러스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코로나19 사태를 겪고야 우리는 알았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한 이해조차 인간중심적이었다. 인간의 몸들만 연결된 줄 알았다. 동물에게 가서 안착한 바이러스가 벌인 사태에 대해 우리는 모른 척했거나 애써 무시했다.
밍크의 몸이 인간의 몸과 얽히게 된 것은 예고된 사태이기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중국 우한시가 봉쇄된 직후, 과학자들은 하얼빈수의학연구소에서 몇몇 동물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개, 닭, 오리, 돼지는 감염되지 않았다. 고양이는 감염됐는데,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족제빗과 동물인 ‘페럿’은 인간처럼 심한 병치레를 했다. 과학자들은 생각에 잠겼다. 그럼, 페럿과 비슷한 동물이라면 바이러스에 반응을 보일 텐데? 인간과 밀접 접촉하고 있는 다른 족제빗과 동물이 있지 않을까? 바로 밍크였다. 밍크는 어두운 공장에서 대규모로 사육되고 있었다.
몇 달 안 되어 네덜란드에서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밍크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밍크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소식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을 타고 밍크 농장이라는 거대한 숙주들의 바다를 만난 것이다.
사람이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택할 수 있었지만,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의 개체를 키워야 수지타산이 맞는 공장식 축산 농장의 동물은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다. 밍크는 살처분됐다.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덴마크, 스웨덴 밍크 농장에 공포가 번졌고, 바이러스는 공포의 꼬리를 물고 상륙했다. 물 만난 듯 바이러스는 세를 불렸다. 진화했다. 덴마크 정부는 밍크 농장에서 유래한 ‘클러스터5’라는 변이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사람 310명과 밍크 39마리에서 이 변이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는 사실을 덧붙이면서.
동물의 권리란 동물이 고통받지 않고 본능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20세기 중반 들어 확산한 공장식 축산 체제는 가축의 전통적인 삶을 왜곡했다. 당신이 사람들로 꽉 찬 엘리베이터에서 평생 산다고 생각해보라. 빨리 죽여달라고 외칠 것이다. 돼지와 닭이 그런 곳에서 산다. 또한 이번에 확인했듯이 바이러스가 하나 떨어지면, 공장식 축산 농장은 변이 바이러스가 진화하는 새로운 우주가 된다. 만약 밍크가 아니라 돼지, 닭처럼 인간 삶에 밀접한 동물을 숙주로 이번 바이러스가 확산했다면? 슈퍼 바이러스로 진화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팬데믹 이후 동물의 권리는 어떤 변화를 겪을까?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나는 그동안 먼지에 쌓인 채 방치됐던 어떤 직관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건강과 동물의 권리,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희미한 깨달음이다. 물론 전체적인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앞으로 고기 소비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의 1인당 고기 소비량은 최근 30년 동안 5배 급증했다. 인도, 베트남, 브라질 등의 소득 수준도 개선되면서, 육류 중심의 가공식품과 서구식 식단은 확산할 것이다. 고기를 싼값에 만들어내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약한 자에 대한 동정과 기도는 문화를 이루고, 문화는 기술 혁신을 촉진한다. 최근 가축 세포를 실험실에서 길러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 스타트업에 투자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스타트업의 개척자들은 동물의 권리를 돕기 위해 뛰어든 사람이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햄버거 패티 하나에 30만 달러가 들었지만, 최근에는 미트볼 하나 값을 1200달러까지 낮추면서 ‘고통 없는 고기’가 망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배양육의 상업화가 몇 년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 노예제도가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가 분개하듯이, 몇 세기 뒤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약물을 주입해 성장시켰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부끄러워할지 모른다. 인간의 몸과 동물의 몸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때는 평범한 상식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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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환경논픽션 작가,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