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어가 필수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니까요.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어가 만든 세계입니다. 근대를 연 건 유럽 문명이고, 그중에서도 영국과 미국이 세계 문명을 주도해서 만들어 나갔습니다. 한 철학자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하였죠. 현대인은 영어가 만든 집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영어의 역사를, 영어 어원에 얽힌 에피소드를 알면 우리 자신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에 소개 드릴 책은 영어에 관한, 영어가 만들어온 세상에 관한 책입니다. 토익 점수 올리기 위한 지루하고 딱딱한 공부가 아니니, 영어에 자신 없는 독자라도 관심 깊게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 ‘이 시대 독보적인 이야기꾼’ 빌 브라이슨의 영어 이야기.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영어 수다』의 개정판입니다. 잠시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었던 만큼 빌 브라이슨의 독자에게는 반가운 복간 소식입니다. 역사와 철학, 언어학 이론 등을 종횡무진으로 넘나들며 영어의 역사와 어원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영어 문법은 워낙 복잡하고 혼란스러운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규칙과 용어가 영어와는 공통적인 부분이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는 라틴어를 모범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라틴어에서는 부정사를 분리할 수 없다. 따라서 초창기의 권위자들은 영어에서도 부정사의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결정해버렸다. 하지만 절대로 안 된다는 타당한 이유는 없으며, 이것은 마치 로마인들이 인스턴트커피와 항공기를 이용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우리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영어 문법을 라틴어의 규칙에 순응시키려는 것은 사람들에게 야구 경기를 풋볼의 규칙에 따라 해보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35쪽)
패트릭 푸트 저 | 크레타
이 책의 저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올드’질랜드에서 캠핑하면서, ‘뉴질랜드’의 어원에 관해 궁금해하게 됩니다. 그 뒤로 단어의 기원과 의미 찾는 데 몰두했고 이 책을 썼습니다. 러시아와 일본과 같은 나라, 런던과 시드니 같은 지명, 햄버거와 마요네즈 같은 음식, 레고와 도미노 같은 장난감 등등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단어에 관한 어원을 공개합니다.
'dream'은 고대 노르드어 드라움르(draumr), 덴마크어 드룀(drøm), 스웨덴어 드렘과 같이 북유럽 단어에 기원하며 심지어 네덜란드어 드롬(droom)도 있다. 이런 단어는 "소음과 시끌벅적함"을 의미하는 고대 색슨어 드롬(drom) 또는 "기만, 환상, 환영"을 의미하는 게르만 조어 드라우그마스(draugmas)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252쪽)
마크 포사이스 저 | 윌북(willbook)
유전학, 천문학, 독성학, 정신분석학, 전쟁사, 문학, 종교까지 어원에 관한 112가지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저자인 마크 포사이스는 저자, 교정인으로 활약하며 다방면의 어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재밌게 풀어냈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을 향한 독설과 풍자도 이 책에서 읽어낼 수 있는 한 가지 매력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즉 모기지(mortgage)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봤다면 mortgage가 문자 그대로 ‘죽음의 서약’이라는 말에 그리 놀라지 않을 겁니다. 혹시 mortuary(영안실)를 담보로 잡았다면 그 말이 더 생생하게 와닿긴 하겠지만요. mort란 죽음이니, 인간은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mortal한 존재이고, 이 세상에서 확실한 건 죽음과 모기지 대출밖에 없습니다. (357쪽)
멜빈 브래그 저 | 사이
게르만어의 한 방언에 불과했던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기까지 5세기부터 21세기 현재까지의영어 역사를 추적한 책입니다. 영어를 생명체처럼 묘사하여 ‘모험과 성장 스토리’ 구조로 묘사하여 딱딱하지 않고 재밌게 영어의 역사를 살필 수 있습니다.
영어가 유럽의 다른 언어들, 특히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보다 더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쟁기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스페인은 미국에 군대와 선교사들을 보내 황금을 차지했다. 프랑스는 미국에 모피 사냥꾼을 보내 무역을 원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농사를 지으며 정착해 살기 위해 미국에 왔다. 스페인과 프랑스가 교역과 약탈을 위해 미국에 왔다면 영국은 그곳에 살기 위해 왔다.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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