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은 ‘과도함’의 질병이다. 일을 너무 사랑해서 자기 자신은 뒷전인 사람들, 성취에 매몰되어 자신이 곧 일이 되어 버린 사람들, 살아남고자 완벽주의를 선택한 사람들, 타고난 예민함과 민감성을 억누르며 삶을 버텨내는 사람들, 조직과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 인간성이 고갈된 조직에 순응하는 사람들. 그 과도함이 지나쳤을 때 무기력, 번아웃, 우울증이 오고 급기야 삶을 멈춰 서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녀 역시 그랬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학력을 얻고, 번듯한 직장을 얻어 성실히 자신의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몸은 계속 위기 신호를 보냈고, 그 신호를 무시한 그녀에게 번아웃이 찾아왔다. 그리고 방치된 번아웃은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이어져 마침내 그녀의 모든 것을 멈춰 세웠다.
이 책은 번아웃을 겪은 환자, 내담자, 직장인으로서의 평범함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평범함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상실해 버린 한 사람이 ‘자기다움’을 회복해 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 번아웃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전문의와 상담사에게서 얻은 전문적 조언은 물론, 자신에게 찾아온 고통의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 그녀 스스로 깊게 공부하고 체득한 과학적, 심리학적 정보와 지식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 전달하고 있다. 또한 몸과 마음의 치유를 넘어 가장 나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리셋, 다시 나로 살고 싶은 당신에게』는 어떤 책인가요?
책 표지를 보시면 ‘일 때문에 죽을 뻔한 그녀의 번아웃 탈출기’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 책은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번아웃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어요. 아마 직장생활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직장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위기라고 할 만한 힘든 시기가 오기 마련이잖아요. 그럴 때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아. 조금만 쉬고 싶다’, ‘잠시 어디로 도망치고 싶다’고요. 그럴 때 우리가 나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해결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 책은 자기계발서지만 책을 통해 어떤 ‘답’을 드리기보단 제 이야기를 통해 독자분들이 함께 느끼고, 스스로 질문을 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책의 프롤로그에도 썼는데, 인생에서 오는 수많은 문제의 답은 ‘자기 자신’ 안에 있고, 자기 자신이 그 ‘답’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자기 고통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테니까요.
번아웃(Burnout)은 ‘과로’와는 다른 것 같은데요. 번아웃이 오고 나서 어떤 어려움(고통)과 변화를 겪게 되었나요?’
번아웃은 과로로 인한 결과로 볼 수 있어요. Burn out, 즉 ‘다 타버렸다’라는 것은 체력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를 말해요. 단순히 지친 것을 넘어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상태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각종 질병으로 이어져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사실을 잘 몰라서 번아웃을 방치했어요. ‘다들 그렇게 사니까.’라고 생각하고 자신보단 일을 우선시하는 삶을 당연하게 여겼어요. 그러면서 스스로의 아픔에는 점점 둔감해졌죠. 결국은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나중에는 스스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심해져서 결국 일을 쉴 수밖에 없었죠. 쉬면서도 한동안은 아무것도 못 하고 약을 먹고 잠만 자야 하는 시기를 보내야 했어요. 쉬면서도 매일 악몽에 시달렸죠.
그러다 문득,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평범하게, 열심히 살았다는 것 외에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답을 찾기 위해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며 뇌과학과 심리학을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어요. 공부를 계속 하다 보니까 퍼즐이 맞춰지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유레카!’라고 외칠 만큼의 발견점들도 있었고요. 그때 ‘내가 이런 걸 좀 미리 깨달았더라면 좀 더 지혜롭게 나 자신을 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이제라도 삶을 다르게 살아보자는 결심을 하고, 제가 알아낸 방법들을 실천하자고 생각했죠. 제 자신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삶은 그 노력에 ‘답’을 할 것이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제 삶이 완전히 달라졌는데요. 이 책에는 그 시행착오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어렵게 공황장애를 극복하셨는데요. 번아웃을 방치하면 공황장애가 올 수 있나요?
네. 책을 쓰고 나서 보니 실제로 주변에서 공황을 경험한 지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어요.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공황이었던 것 같다고요. 살다 보면 한두 번 공황(panic)을 겪을 순 있어요. 일을 많이 한다고 공황장애가 오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20대 중후반을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미친듯이 앞만 보고 달렸어요. 그게 회사 일이든, 공부든 저 자신을 갈아 넣었다고 할 만한 몇 년을 보냈었죠. 그런데 그땐 괜찮았어요. 회사 다니면서 논문을 쓸 땐 잠도 몇 시간 밖에 못 자고 바빴지만 스스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던 거죠. 문제는 ‘스트레스’ 인데요.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고, 힘든 감정을 계속 참고 견디다 보니 어느 순간 무너지는 시점이 오더라고요.
자기 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번아웃, 우울증, 공황장애를 경험할 수 있나요?
스트레스 관리를 전혀 안 하면 그럴 수 있다고 봐요. 저도 처음엔 일을 좋아했고, 재미와 보람도 느꼈는데요. 업무를 하다 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많이 겪게 되잖아요. 내 능력보다 어려운 일이 요구되기도 하고, 생각대로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있죠. 처음 한두 번은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고 체력마저 고갈되면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게 돼요. 특히 두려움, 불안이란 감정은 뇌에서 중요한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서, 자주 반복되면 이런 감정을 더 쉽게 느낄 수 있게 뇌의 회로가 변한다고 해요. 운동을 많이 하면 근육이 강해지는 것처럼, 불안도 마찬가지인 거죠. 뇌에서 작은 것에도 쉽게 불안을 느끼는 회로가 만들어지면 공황장애로 발전하게 되요.
애초에 번아웃을 막는 게 가장 좋겠네요. 번아웃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은 내 상태가 어떤 지 알아야 해요. 몸이 여기저기 자꾸 아프고, 진통제를 달고 산다면 내가 왜 이런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몸은 자꾸 신호를 보내는데, 그 신호를 무시하고 열심히만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사회적으로 불안이 높아지고, 먹고살기 쉽지 않은 시대라고 하는데요. 저는 그럴수록 자신을 더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 하루를 꽉 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이 많은 사람 중 하나였어요. 그 강박 때문에 저를 좀 느슨하게 내버려 두면서 회복할 기회를 주지 못했어요. 당장 눈앞의 성과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의 습관 탓이었죠. 하지만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중간중간 마음 챙김 명상을 하면서 자신을 돌보고 짧게라도 자주 충전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지치지 않고 가야 더 길게,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먼저, 요즘 너무 힘들다, 이러다 번아웃이 올 것 같다는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뭐든지 심해지기 전에 관리하는 게 좋으니까요. 이 책은 번아웃이 오고 나서 회복이 안 된 사람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아직 번아웃 전 단계에 있는 분들은 번아웃으로 사람이 이렇게까지 될 수가 있구나, 자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고요. 무기력이 오기 전에 자기 페이스를 체크하면서 업무 강도를 조절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미 번아웃이 온 것 같다고 느끼는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번아웃을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요, 번아웃으로 무기력해지면 뭘 하든지 의욕이 없고 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망감을 느끼거나 공허한 상태가 됩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업무뿐 아니라 가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번아웃이 더 심해지기 전에 삶을 점검해볼 기회를 가지셨음 좋겠습니다. 책에는 제가 실제로 극복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왜 이런 방법들이 도움이 되는지도 같이 소개하고 있으니 읽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지치고 힘든 예비 독자들에게 한마디 건네신다면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다 보면 ‘나’란 사람은 점점 없어지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되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그땐 잠시만 멈춰 서서 자신을 ‘리셋’할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평범하게 살아가는 내가 아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를 봐주었으면 해요. ‘인생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 있는 점에서 조금 떨어져서 보면 그동안 걸어왔던 길들, 앞으로 걸어갈 길들이 보이실 거예요. 그 길은 평범하지 않은 우리가 각자 살아온 길, 각자의 고유한 선이죠. 그 선을 믿고 ‘나 자신’으로 사는 감각을 되찾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 자신이 답이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감사합니다.
*사다인 홍익대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UX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타트업에서부터 디자인 전문 에이전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다. 특히 미래 선행 연구에 특출한 성과를 보였던 그녀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네 이버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미래 시장을 선도할 아이디어를 펼쳤다. AI, AR/VR, 전기차, 로봇 등 신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그녀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녀는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고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달렸다. 비교적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석력, 부드러운 리더십을 인정받아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과 공황장애로 자신보다 일이 우선 했던 삶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약물 치료를 받으며 직장 생활을 이어갔지만, 잦은 재발로 인해 심한 우울증까지 겪게 된 그녀는 자신의 삶을 재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이후 그녀는 병원 치료와 심리상담을 받는 한편, 자신의 병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스스로 알아내고자 엄청난 양의 책과 논문, 강연들을 섭렵했다. 특히 뇌 과학과 심리학에 큰 관심을 쏟으면서 그동안 자신이 해 왔던 선택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알게 된 지식을 생활에 적용하고 실천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완치에 성공한다. 그녀는 강렬했던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바쁜 직장인으로 살 때는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 성공이나 돈 때문에 사는 삶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삶’에 대한 깨달음을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 현재는 ‘자기 일과 재능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사다인’이라는 필명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디자인, 예술, 철학, 심리학, 뇌 과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지식을 확장하고 세상과 연결하기를 즐기는 사람, 사다인. 지금 그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다운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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