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지 ‘계절의 끝에서’
걸그룹 이엑스아이디로 10년간 활동한 솔지가 부르는 발라드는 낯설지 않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구조와 그에 맞춰 고조되는 감정선, 다수의 드라마 OST와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증명한 공식을 첫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에 적용했다. 시원한 고음으로 팀을 이끌던 목소리가 청아한 피아노 선율에 스며드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공허한 슬픔과 위로로 다가갈 수 있었던 뻔한 이별 가사는 건강 악화를 이겨낸 뮤지션의 의연함이 있기에 포근하고 충만하다. '적당한 온기를 불어주었던 날들이/여지껏 나 버텨낸 걸음 걸음이 되어/용기를 내 살아갈 수 있었어'라는 노랫말도 수신인을 확장해 생의 의지를 심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자신에게 쏟아졌던 응원을 음악으로 돌려주려는 마음이 봄바람처럼 살랑인다.
수란 ‘Devils in the city (Feat. 도끼)’
대중음악에서 보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깊이 굽이진 억양과 톤으로 멜로디의 다이내믹을 살리는 수란은 강한 개성으로 자신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장르는 가리지 않지만 특히 알앤비에서 더 유연하게 움직이던 그가 2016년 '겨울새'와는 다른 무게를 안고 돌아왔다. 음악은 무겁고, 주제는 어둡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인간의 양면성을 담았다. 화자의 의도에 맞게 목소리에서는 밝은 음색을 찾아보기 힘들고, 피쳐링으로 참여한 도끼의 랩 또한 낮은 어조로 빈틈이 없다. 신시사이저 중심의 반주에도 적재적소에 배치한 리듬 악기의 운용에 지루함이 가신다. 모난 구석 없이 말끔하다.
적재 ‘손을 잡는다거나, 같이 걷는다거나’
세션 뮤지션으로 음악 경력을 시작한 적재는 '별 보러 가자', '잘 지내' 같은 곡으로 기타리스트와 싱어송라이터의 정체성을 움켜쥐었다. 진공 위를 떠다니듯 나긋한 음성에 섬세한 기타 연주를 더 해 시그니쳐 사운드를 형성했고 자이언티, 권진아 등과 협업하며 다양성을 넓혔다. 로맨틱한 감성을 이어간 '손을 잡는다거나, 같이 걷는다거나'는 여행과 음악이 결합한 웹 콘텐츠
'나랑 같이 지낼래'를 썼던 프로듀서 도코(DOKO)가 곡과 달콤한 코러스를 제공해 적재는 보컬과 연주의 자리에 충실하다. 감성을 자극하는 노랫말과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을 넘나드는 기타 플레이로 강점을 명확히 했다. '별 보러 가자' 정도의 소구력은 없지만, 적재의 브랜드를 이어가며 다가오는 봄 사랑의 촉매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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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