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 오늘의 산책길은 '외모 중심의 세상, 벗어날 수 있을까'예요.
이혜민 : 오늘 산책에도 지도가 있겠죠?
김상훈 : 오늘은 먼저 SNS부터 한번 살펴볼게요. 그 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이요. 최근 제 타임라인에는 지인의 바디프로필 사진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요. 오늘 제가 이 주제를 다루고자 결심한 주요 요인 중 하나예요.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PT를 받고 금주에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고 결국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남겼어요. 그런데 보면 다른 사람 같고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어요. 스스로의 몸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전시하는 문화 같기도 해요. 관련된 기사도 한번 찾아봤어요.
"MZ세대 새 스펙된 '바디프로필'"이라는 기사가 있더라고요. MZ세대 사이에서 바디프로필을 찍어 지인에게 자랑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대요. 문제는 바디프로필 촬영 문화가 확산되는 만큼 무리한 운동으로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래요. 탈모와 부상, 폭식증, 탈수증 같은 식이 장애도 있고요. 바디프로필까지는 꼭 안 가더라도 인스타그램만 봐도 팔로워들의 셀카도 많고 일반 게시물 중에서도 외모와 관련한 게시물이 정말 많죠. 외모 지상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건 분명할 거예요. 그런데 외모는 참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자본주의 비판만큼이나 내 생활 감각이 거기에 이미 흠뻑 절여져 있어서 말하면서도 씁쓸해지고 유체 이탈 화법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이혜민 : 오늘 주제의 '산 책'은 어떤 책인가요?
김상훈 : 오늘은 이러한 외모에 대한 생각을 인문학적으로, 또 다각도로 다룬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민음사에서 출간하는 <인문잡지 한편>이라는 잡지가 있는데요. 매호마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다양한 인문학 연구자, 활동가, 작가들의 생각을 짧으면서도 가볍지 않게 다루는 잡지예요. 최신호인 9호의 주제가 바로 '외모'(<한편 9호 외모 [2022]>)입니다.
이혜민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상훈 : 이번에는 총 열 명의 저자가 함께 썼는데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김원영 변호사,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 과학 기술학 연구자 임소연, 노년 내과 의사 정희원, 교양 프로그램 PD 안진 등 다양한 연구자와 활동가 분들이 필진으로 참여하셨어요.
이혜민 :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나요?
김상훈 : 다양한 저자가 참여한 만큼, 정말 주제도 다양하고 시각도 다양해요. 우선 서문은 이 책의 편집자인 조은 편집자의 글로 시작해요. 지난 몇 년간 외모에 대한 담론이 꾸준히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더 많이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외모 지상주의는 '집이나 직장, 세상을 바꾸기보다 외모를 바꾸기가 더 간편해 보이는 시대'의 산물이라는 시각을 전하고 있고요. 또, "오늘날 외모는 사적인 취향과 사회 문화적 기준이 만나 금세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통제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진단해요. 저는 왠지 저번 시간의 MBTI 이야기도 떠올랐는데요. 그때도 MBTI 열풍을 시대적 현상으로 읽었잖아요? 갈수록 더 심해지는 외모에 대한 집착 역시 그러한 시대적 현상이 아닐까 싶었고요.
필진들의 글은 정말 다양한데요. 제페토 아시죠? 제페토라는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꾸미는 문화로부터 외모에 대한 새로운 세대의 생각을 읽어내는 글도 있고, 성형 수술에 관한 글도 있고, 사회에서 정한 '비만'이라는 기준과 정상적인 몸이라는 기준 및 그로 인해 힘겨워하는 사람들에 관한 글도 있고, TV에 주로 백인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외모와 인종주의를 연결해서 설명하는 글도 있어요.
그 중에서 김원영 변호사의 글을 소개해 볼게요. '외모라는 실체에 관하여'라는 글을 쓰셨는데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요.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나왔는데, 실제 자폐 스팩트럼 장애를 가진 배우가 연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었죠. 그런데 매력적인 외모와 거리가 먼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배우가 연기했어도 대중의 관심을 받았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요. 그렇게 외모 차별주의의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하는데요. 외모 차별주의는 외모를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사회적, 개인적 태도나 실천을 말한다고 해요. 첫 번째는 사람의 외적 특성을 도덕적이거나 인격적인 요소와 연관 짓거나, 외모만으로 능력을 추정하여 우대하거나 배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떤 사람의 외모가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우대하거나 그렇지 않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말해요. 이러한 행위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다고 여겨지는 특성'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긍정하거나 통합하지 못한다고 해요. 다른 정체성은 받아들여도 소위 아름답지 않은 외모는 진짜 내 일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에서 또 새로운 생각을 던지기도 하는데요. 그럼 과연 겉모습이란 것, 눈에 보이는 것은 다 거짓이고 우리는 내적 가치 혹은 영혼 같은 것에 집중해야 하는 거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외모 지상주의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이런 관점이 있죠. 눈에 보이는 건 다 거짓이고 외모는 그 사람의 실체가 아니고 내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버리는 것이요. 그런데 그렇게 풀 건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판타지라고 김원영 변호사는 얘기해요. 그보다는 나의 장애든 사회적 기준에서 아름답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특성이든 간에 자신의 외모를 우선 제대로 응시해야 한다, 외모라는 것은 어쨌든 그 사람의 존재 전반을 반영하고 있는 실체는 맞기에 제대로 응시를 할 필요가 있고, 가끔씩 나의 겉모습에서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긍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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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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