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을 맞아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마음 쓰이는 일이 무척 많다. 양육자들이 입을 모아 가장 신경 쓰인다고 말하는 건 바로 아이들의 친구 관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를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해 더욱 그렇다. 『나도 상처 받지 않고 친구도 상처 받지 않는 말하기 연습』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만화로 아이들 고민에 공감해 주고, 친구와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저자인 강승임 작가와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나도 상처 받지 않고 친구도 상처 받지 않는 말하기 연습』의 독자 반응이 뜨겁습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이런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낼 때는 언제나 마음 한편에 그런 기대를 살짝 품고 있어서 정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사실 마지막 편집본을 받았을 때, 첫 독자로서 '참 재미있고 쓸모 있는 책이다'는 느낌을 받아서 많은 독자 분들이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답니다.
『나도 상처 받지 않고 친구도 상처 받지 않는 말하기 연습』에는 총 25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이중 가장 마음이 가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즘 아이들은 정서가 메말랐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요. 저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면을 종종 느낍니다. 소위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들에게서도 말이지요. 그런데 속마음 대화를 나눠 보면 아이들이 정말 냉정하고 매정해서라기보다,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해야 할지 잘 몰라서, 아직 서툴러서 그런 거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책에 이 사례를 담아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 돕는 글을 썼습니다. 슬픈 분위기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는 경우와 속상한 일을 겪은 친구에게 오히려 잘잘못을 따지는 경우를 넣었지요. 이 두 이야기가 아이들의 감정 수용과 표현, 대화 기술 사이의 차이를 잘 보여 주는 것 같아 기억에 남네요.
속상한 아이들의 마음에 공감해 주는 말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양육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공감 비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든 양육자가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듯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말이지요. 그런데 타고나기를 공감을 잘하는 분들은 아이의 감정에 금세 이입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 말을 들어 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본인이 겪었던 비슷한 경험들도 공유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MBTI에서 소위 T형인 분들처럼 공감보다는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분들은 공감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억지로 공감하기보다 기술적으로 접근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이가 말을 할 때 몸을 아이 쪽으로 향하여 아이 얼굴을 보며 아이의 말을 잘 들어 주는 거지요. 무덤덤한 얼굴이 아니라 표정에 변화를 주면서 말이에요. 이때 아이 말을 가로막지 말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그랬구나"라는 말로 반응해 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받아, 마음이 편안하고 든든해지면서 속마음을 더 솔직하게 말할 거예요.
성격과 기질이 다 다른 여러 어린이들의 사례가 나와 좋았습니다. 그 아이들의 '다름'을 존중해 주셔서 더욱 좋았고요. 양육자와 어린이가 성격과 기질이 달라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요. 그 다름을 어떻게 파악하고 대응하면 좋을까요?
'내가 아이의 주 양육자이지만, 나는 아이를 모른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했으면 합니다. 이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아이와 기질이 비슷한 분도 고개를 끄덕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 해야 하는 건, 아이를 배우는 것입니다. 아이를 교과서나 책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아이를 알기 위해 좀 더 진실한 대화를 나누려는 마음이 생길 것이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아이의 말과 행동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새로움으로 다가올 거예요. 몰랐던 것을 알게 되니 기쁜 마음도 들겠지요. 그럼 이를 바탕으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양육해야 하는지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는 팁을 하나 제안해 주신다면요?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요, 관심 가는 내용부터 골라서 읽어도 좋을 듯합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책을 다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책을 읽은 감상을 서로 공유해 보는 것입니다. 자신과 비슷한 사례 세 가지 말해 보기, 주변 친구들에게서 종종 관찰되는 사례 말해 보기, 좋은 친구 관계를 위해 함께 새겨야 할 사례 말해 보기 등 자신과 실생활에 적용해 대화를 나눠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자신이 취약한 말하기를 골라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하자는 내용으로 말하기 연습 카드를 5~10개 정도 만들어 보는 활동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나도 상처 받지 않고 친구도 상처 받지 않는 말하기 연습』과 함께 '말하기 연습'을 해 나갈 어린이와 양육자 분들께 조언과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무슨 일을 겪든 아이가 자기 자신이 되어 가는 과정임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애초 상처가 되는 말을 안 듣고 안 하면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때 그 상황 자체를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면 상처의 관점이 아니라 이해와 배움의 관점으로 전환되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대처할 방법들이 조금씩 떠오를 것입니다. 이때 그 방법들을 적용하다 보면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기만의 방식들을 터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특별히 어려운 상황에서의 말하기는 평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 편한 상태에서 마음속으로 연습해 보길 권합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말이 있지요. 말하기도 입에 붙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머릿속으로 상황을 상상하며 당당하면서도 다정하게 말하는 자신을 떠올려 보세요. 말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어린이가 되어 갈 거예요.
*강승임 우리말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관심이 많은 선생님이다. 인간의 삶은 말 그대로 말과 글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우리말을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말에서 특히 중요한 건 다양한 어휘와 개념어다. 어휘력이 부족하고 개념어를 잘 모르면 결국 국어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련 책들도 여러 권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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